[인터뷰] 마인크래프트의 새로운 도전! 아시아 1위 스트리머 '악어' 진동민의 이야기

인터뷰 | 박태균,유희은 기자 | 댓글: 51개 |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7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기업이 지스타 2017을 빛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부스가 있었죠. 바로 액토즈소프트의 WEGL입니다. WEGL 무대에서는 하스스톤, 오버워치, 철권7 등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 경기가 치러졌고, WEGL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경기마다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경기는 단연 '2017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이하 마크 프리미어)'였습니다.




마크 프리미어는 국내 최초로 열린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 대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이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WEGL 부스를 찾았는데요. 진행을 맡은 '악어' 진동민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벡스코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경쾌한 인사로 마크 프리미어의 시작을 연 진동민은 전문 캐스터 못지않은 진행을 뽐내며 국내 첫 마인크래프트 공식 대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인벤 가족분들에게 진동민은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독자 120만 명, 동시 시청자 수 11만 명의 아시아 1위 스트리머인 진동민은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에게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에 인벤에서는 진동민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수원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가까이서 마주한 진동민은 무대 위의 모습보다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훤칠한 키, 조막만 한 얼굴, 은은한 미소와 신뢰감 있는 목소리까지. '호감 가는 첫인상 대회'가 있었다면 진동민이 초대 우승자가 되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진동민은 스트리밍과 e스포츠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쏟아내며,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얼어버린 기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였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스트리머 '악어' 진동민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먼저 인벤 가족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게임 크리에이터 '악어' 진동민입니다. 반갑습니다.


Q '악어'라는 닉네임이 잘 어울리시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 '악어'는 별생각 없이 지었던 닉네임이에요.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왜 '악어'냐고 물어보셔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지금은 한번 물면 놓아주지 않는 악어처럼, 시청자분들이 제 방송을 한 번 보면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저희 크루 '늪지대'의 경우에는 의미를 충분히 생각하고 지은 거예요. 늪지대도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 어렵잖아요? 악어가 늪에 살기도 하고요.


Q '늪지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악어'님과 함께하는 크루 분들도 인기가 대단해요. '늪지대'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혼자 스트리밍을 하면 언젠가 한계가 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온라인 방송의 '무한도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늪지대' 크루를 만들게 됐어요. 멤버분들을 선발할 때는 개성을 위주로 보고 뽑았죠. 더빙이나 비트박스 같이 특출난 개인기가 있는 분들로요. 그래야 함께 방송을 진행했을 때 시너지도 더 나오고, 열심히 참여해주실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지금은 멤버분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갖게 됐어요. 시청자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지금 마인크래프트를 주력으로 스트리밍을 하고 계신데,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시작한 건 19살 때였어요. 그땐 안무가를 꿈꾸고 있어서, 학교가 끝나면 매일같이 연습실로 향했죠. 어느 날 밤에 친구가 연습실 컴퓨터로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걸 봤어요. 저도 호기심에 한번 시작해 봤는데, 그때부터 마인크래프트에 푹 빠졌죠.


Q 그럼 스트리밍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스트리밍을 시작했어요. 한 달 동안 혼자서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다가, 누가 스트리밍 플랫폼에 가면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알려줬어요. 그래서 음성채팅 프로그램을 깔고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게임을 했죠. 그렇게 게임 중에 한 스트리머분께서 저보고 스트리머냐고 물어봤어요.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스트리밍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분의 도움으로 무작정 스트리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고등학생 신분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학교가 끝나면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운동이 끝나면 스트리밍을 했어요. 그때는 정말 잠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죠.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조정했어요. 당시 담임선생님이 굉장히 무서운 분이었는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니 다행히 긍정적으로 들어주시더라고요. 두발 규정이 엄격한 학교였는데 머리도 기르게 해 주셨구요. 덕분에 방송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악어' 캐릭터 상품이 유행이라고 해요. 캐릭터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팬분들께 캐릭터 상품을 나누어 드리고자 시작했어요. 그런데 처음에 만든 캐릭터 상품 2,000개가 5분 만에 매진된 거예요. 그 이후로도 행사를 할 때마다 상품들이 조기 매진되더라구요. 그래서 캐릭터 라이센싱 전문 업체와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했죠. 지금은 학용품 외에도 인형, 껌, 콜라 등 많은 캐릭터 상품이 시중에 있습니다.


Q 유튜브에서 인정한 아시아 1위 스트리머에요. 본인만의 인기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꾸준함'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을 웃길 수 있을지 생각하고, 모든 방송을 피드백해요.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시청자분들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분석하고 시청자 수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컨텐츠가 점점 발전하고, 진행도 더 자연스럽게 됐죠. 그걸 좋게 봐주신 시청자분들이 제 방송을 꾸준히 찾아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좋은 말씀이네요. 그런데 방송에서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 직접 얘기를 나눠보니 '악어'님의 목소리, 톤, 표현 등이 굉장히 좋아요. 따로 스피치 학원을 다니신 적이 있나요?

학원은 한 번도 다니지 않았어요. 요즘엔 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원래는 말을 잘 못 했어요. 다만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쉬지 않고 말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는 것 같아요. (정말 화술 공부를 하신 적이 없나요?) 네. 대신에 19살 때부터 심리학을 조금씩 공부했어요. 따로 시험을 보기도 했구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이제 본격적으로 e스포츠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지스타에서 깔끔한 진행으로 마크 프리미어를 마무리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네요.

사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금 불안했어요. 3년 전에 지스타에서 행사를 진행했을 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는데, 이번엔 마인크래프트로 치러지는 첫 공식 대회였잖아요.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실지, 또 재밌게 봐주실지, 무대가 시작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런데 현장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대회 이후로는 많은 분들께서 마인크래프트가 e스포츠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어요.


Q 이번 마크 프리미어는 예선부터 3,000명이 넘는 마인크래프트 유저분들이 참여했어요.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호응해줄 거라 예상했는지?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간만 넉넉했다면 더 많은 유저분들이 참여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예선 접수 기간이랑 홍보 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그래도 기간에 비해 충분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신 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 많은 마인크래프트 유저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Q 본선 무대에서는 전문 캐스터가 아님에도 깔끔한 진행을 보여줬어요.

사실 무대에 처음 올라갔을 때 엄청 긴장했어요. 전날 리허설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손에는 대본이 있으니 더욱 떨렸어요.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쓰다가, 제게 환호를 보내주시는 팬분들을 보고 있자니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무대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대본도 보지 않고 진행을 했는데, 나쁘지 않게 마친 것 같아요. 아무래도 5년 동안 대본 없는 방송을 하다 보니, 대본을 보며 진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첫 마인크래프트 대회인데도 옵저빙이 정말 좋았어요. 혹시 직접 하신 건가요?

아니에요. 원래는 제가 직접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진행자로써 신경 쓸 게 많다 보니까, 옵저빙까지 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할 것 같았죠. 그래서 인벤 측에서 옵저빙을 맡아줬어요. 담당자님과 리허설을 진행해봤는데, 제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잘 잡아주시더라구요. 그래서 큰 걱정 없이 진행했습니다.


Q 경기 내용에 따라 바뀌는 BGM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감사합니다. BGM도 인벤 측에서 도움을 줬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BGM을 전달하면서, '빵을 가지고 튀어라!'에서는 상큼한 느낌의 BGM을, '마법 능력자 대전!'에서는 긴박한 BGM을 위주로 틀어달라고 부탁했죠. 담당자님이 리허설 때도, 실제 경기에서도 센스 있게 BGM을 틀어주셔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Q 1라운드 '빵을 가지고 튀어라'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맵과 규칙은 직접 만든 건가요?

맞습니다. '빵을 가지고 튀어라'는 기존에 제가 진행하던 컨텐츠에요. 그런데 이번 대회를 위해 맵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죠. 보스를 제작하고, 텍스쳐도 수정하고, '황금빵'을 포함한 각종 규정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맵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경기가 진행되는 모든 상황에 웃음 포인트를 배치하는 것이었어요. 소위 말하는 '막장' 상황이 많이 연출돼야 처음 마인크래프트 대회를 보시는 분들도 재밌어하실 테니까요. 실제로 경기 중 극적인 상황이 많이 나오면서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진행된 것 같아요.


Q 그런데 2라운드 '마법 능력자 대전' 같은 경우엔 마인크래프트 유저가 아니라면 1라운드에 비해 재미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저도 충분히 인지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크 프리미어가 e스포츠 대회다 보니, 기존 마인크래프트 유저분들께 대회에 나온 선수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맵을 제작하면서 시청자분들의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기를 보면서 '이건 기존 유저분들도 어려워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는 더 세밀한 컨텐츠 제작을 통해서 선수들의 실력과 재미를 함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의 마인크래프트 대회 진행에 있어 중점을 둘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먼저 어떤 컨텐츠를 만들든 심플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모든 e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보는 재미가 최우선이고, 대회로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경기를 진행해야겠죠. 예를 들어 기존 컨텐츠인 '랜덤 무기 대전'의 경우 매우 간단한 규칙으로 진행되는데도 시청자분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컨텐츠에 실력적 요소를 추가해 더욱 흥미로운 마인크래프트 대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Q 마크 프리미어가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는데, 적극적으로 마인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할 생각이 있나요?

물론이죠. 사실 마크 프리미어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어요. 각종 행사 섭외와 함께 e스포츠와 관련된 제안도 많았습니다. 지금 적극적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마인크래프트 대회를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또 기회가 되면 다른 종목의 e스포츠처럼 주기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Q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인크래프트의 e스포츠 정착을 위해선 전문 캐스터와 해설자가 필요할 텐데,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맞아요. 저와 '늪지대' 멤버들이 전문가가 아닌 탓에, 이번 마크 프리미어에서 대회 진행과 해설에 불편을 느낀 시청자분들도 많았을 거예요. 불편함을 느끼신 시청자분들께서는 마크 프리미어가 첫 마인크래프트 대회였음을 감안해주셨으면 해요. 저희는 지금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꾸준히 발전하며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Q 마인크래프트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싶다는 포부를 종종 밝혔어요.

사실 마인크래프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게임이에요. 그런데 외국에서도 마인크래프트 e스포츠는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 컨텐츠가 해외로 진출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해외 마인크래프트 스트리머의 경우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분들과 함께 e스포츠 경기를 치른다면 정말 대단할 거에요.


Q 이번 마크 프리미어를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방송이든 행사든 제가 생각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온종일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마크 프리미어를 끝내고 나서는 정말 후련했어요.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 아쉬움을 모두 덮을 만큼 만족감이 컸던 거죠. 정말 잘 진행됐고, 정말 즐거웠고, 정말 만족했어요. 성원해 주신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마인크래프트가 어떻게 발전되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아직 마인크래프트는 소수 매니아들의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유저 연령층도 10대 초반이 대다수인 걸로 보이고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마인크래프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에요. 제 스트리밍 시청자분들만 봐도 10대 중후반부터 2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분들이 계십니다. 앞으로는 스트리밍과 함께 e스포츠 경기를 통해 2, 30대 게이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마인크래프트에 열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혹시 마무리 인사는 영상으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스트리머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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