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DPR이 게임 잘 만드는 이유? "우린 항상 배고프니까"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7개 |




CDPR이 한국 팬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부산 광안리 근처의 한 펍에서 위쳐와 궨트 팬들을 위한 파티를 준비한거죠. 현장을 방문하니, 현실로 튀어나왔다고 봐도 될 만큼 똑같이 분장한 게롤트와 예니퍼가 연신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한 켠에선 본사 개발자들이 맥주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기 약 1시간 전, 먼저 현장에 방문해 CDPR 미하일(Michal platkow gilewski) PR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 CDPR의 비전, 입사 지원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 CDPR 미하일 PR 디렉터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CDPR의 PR 디렉터로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미하일이라고 한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지, 지스타도 방문했을텐데 현장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이번에 처음 왔다. 지스타는... 규모가 아주 큰 건 아니지만, 부스 퀄리티는 세계 유수의 게임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더라. 출품작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준비는 매우 철저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B2C에서 특히 기억나는 게 있다면.

블루홀 '크래프톤' 부스가 인상깊었다. 노선을 따라 걷다 보면, 블루홀이란 회사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마치 박물관을 보는 것 같았고 외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방식이라 기억에 남는다. 뭐랄까, 블루홀이 게임을 얼마나 중요한 문화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부스였달까.



▲ "블루홀의 크래프톤 부스가 가장 인상깊었다"


지스타 현장 외에도 한국의 이곳저곳을 보면서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을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참 좋은 것 같다. 폴란드의 경우, 40살 정도 되는 아저씨가 게임을 하면, '정신이 이상한 거 아냐?'라는 시선을 받는다(웃음). 그나마 최근 들어 그 인식이 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게임 문화가 대중화되었고,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한국 게이머들은 경쟁 심리가 매우 강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우리 게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일단, '궨트'가 한국 게이머들의 니즈에 맞는 게임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잘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F2P,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중심인 시장이다. CDPR은 이들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흥미로운 시장이다. 우리는 싱글플레이 RPG를 만드는 데 익숙한 회사이기에, 확실히 한국 시장과 게임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또, 이렇게 다른 시장임에도 위쳐 시리즈가 한국에서 기대 이상으로 성공해서 놀랐다. 어쨌든 우리가 도전해야할 시장이다. 또, 우리가 개발 중인 스토리 기반 게임도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잘 될거라 믿고 있다.

다만, 새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이라 해서 CDPR의 철학까지 바꿀 생각은 없다. 퀄리티에 집중하는 CDPR의 비전은 유지하되, 현지 팀원 및 한국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며 해답을 찾아갈 생각이다.


CDPR은 다른 외국 게임사들과 비교해도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게임의 퀄리티는 물론, GOG라는 매력적인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린 계속 배고프니까(웃음). 그리고 신규 사업을 하던, 새로운 게임을 만들던 우리는 항상 이전보다는 더 높은 퀄리티를 추구한다. 그런 욕심이 사내 문화로 자리잡았다. 솔직히 목표를 좀 심하게 높이 잡는 감도 없잖아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건 무리야'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게 있으니 조금씩 더 나아가게 되는 것 같다.





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이버펑크 2077'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기에 항상 아쉬운 마음이다. 개발 완료까지는 한참 남았다는 건 알고 있고... 언제 신규 정보를 공개할건지 알려줬으면 한다.

처음 '사이버펑크 2077'을 공개한지 벌써 5년 가까이 됐다. 오랫동안 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하나 결정한 게 있는데,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지 말고, 굵직하게 한 방씩 터뜨리자는 것이다. 다음 정보 공개 시기가 언제인지 아직은 말할 수 없다. 양해 부탁한다.



▲ 이날 현장에서 최초 공개된 '사이버펑크 2077' 한글 로고


'위쳐3'는 역대 최다 GOTY 기록을 세웠고, 그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이런 작품을 만든 입장이기에 한편으론 '사이버펑크 2077' 개발에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아까 얘기했듯, 우리는 기존에 만든 게임보다 더 나은 작품을 원한다. '위쳐3'만큼... 아니, '위쳐3'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압박을 느끼는 건 맞지만, 걱정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CDPR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 지스타 컨퍼런스 강연에서 입사 팁을 알려주긴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한다. 입사지원자의 자격요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실력과 꼼꼼함. 이 두 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력서를 받았는데 오타가 잔뜩 있다면, '이력서에서조차 이러는데 실무 들어가면 얼마나 실수를 많이 할까' 이런 생각부터 든다. 또, 창의성도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던, 기존에 하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니, 매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헌신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잘 버티고, 잘 참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웃음).




미하일 디렉터의 인터뷰가 끝나고, CDPR 한국 팀의 서윤수 PD와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3주 전 출시한 '궨트'의 서비스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말했는데요.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CDPR 한국 팀 서윤수 PD


'궨트'가 정식 출시된지 3주가 지났다. 한국에서의 성과는 어떤가.

내가 원하던 성과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본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다. 스트리머들이 많이 플레이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이후 작게나마 대회를 준비 중이고, PC방 서비스도 계획중에 있다. 한국은 e스포츠가 활성화된 곳이다보니, 일단 여기에서 도전해보고 결과가 좋다면 다른 국가도 도전해보고 싶다.


트위치에서 특정 게임들은 '파트너 스트리머'를 지원하는데, 궨트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 있는지.

물론, 계획하고 있다. 당장 실행한다는 건 아니지만, 모니터링하면서 여러가지를 생각 중이다.





온라인 카드배틀 게임은 경쟁작이 워낙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기에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 한국 시장에서 '하스스톤'을 피해야 하는지,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물론,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카드배틀 시장 유저풀은 고정되어 있고, 이들이 옮겨가는 방향에 따라 게임의 흥행이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스스톤'을 조사하면 할수록 '한국 문화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게임'이라는 게 느껴지더라. 캐주얼하고, 빠르고, 운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다. 방송하는 입장, 시청자 입장에서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물론, 하스스톤도 단점이 있고 궨트 역시 단점은 있다. 어떤 게임이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부분은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궨트'에도 한국 게이머에게 어울리는 특징이 있을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둑의 경우 한 판의 시간이 매우 길지만, 한국에도 유명한 스타 바둑기사가 다수 있지 않나. 속도감보다는 전략적인 승부수, 혹은 심리전이 강조된 게임도 충분히 한국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스스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지만, 이 역시 장점 아닌가.


위쳐3의 '궨트'는 3줄 vs 3줄 방식이지만, 독립 출시된 궨트는 2줄 vs 2줄 방식이다. 이걸 좋아하는 유저도 있지만, 과거 방식을 더 선호하는 유저도 있던데, 과거 시스템을 별도의 모드로 출시할 계획은 없나.

아직은 없다. 카드배틀 게임의 경우, 보드 구조가 복잡할수록 카드가 단순해질 수 밖에 없다. '궨트'는 과거 버전과 비교해 보드를 단순화시켰지만, 그만큼 전략적인 카드가 많아졌다. 스타일이 바뀐 것이기에 과거 버전을 별도의 모드로 투입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궨트'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한국 팬들에게 '궨트 홍보를 더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또, 편의사항과 튜토리얼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이런 피드백은 결국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거다. 우리도 그 마음 잘 알고 있고, 최대한 유저들의 니즈에 맞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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