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좋은 트레일러? "자기 게임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게임뉴스 | 원동현 기자 | 댓글: 4개 |


▲ 게임 트레일러 프로듀서 데렉 류

전세계 수많은 게이머가 게임쇼에서 공개되는 정보 하나에 울고 웃는다. 본인이 사랑하던 작품이 부활하거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작품이 공개될 적에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가 힘들 정도다. 캐릭터의 실루엣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와 맞서 싸우는 적에 두 손을 불끈 거머쥐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돌이켜보면 게이머들이 가장 환호하는 순간은 대개 트레일러가 처음으로 공개될 적이다. 어렴풋한 정보만으로 각종 추측을 하며 즐기던 이들에게 실질적인 게임의 모습을 화려하게 담아낸 트레일러라는 존재는 거의 선물 폭탄과 같다.

보통 몇분 남짓의 짧은 영상에 불과하지만, 어딘가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력을 지닌 게임 트레일러. 그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금일(20일, 현지 시각 기준) 게임 트레일러 전문 프로듀서인 데렉 류(Derek Lieu)는 GDC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성공적인 트레일러를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트레일러는 영화의 문법을 사용한다. 구태여 강조를 위해 텍스트로 범벅을 하거나, 무작위 게임 영상으로 난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는 어떤 영상이든 두 개 이상의 클립을 붙이면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며, 이는 사실 굉장히 강렬하다고 말했다. 편집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의도치 않은 의미의 왜곡일 일어날 수 있기에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오늘날 영상제작툴이 발달하며, 편집이란 행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졌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상품(게임)을 시청자에게 호소하는 방법이다. 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홍보할 때 상투적인 표현과 특징을 전면에 세우곤 한다. 예를 들자면 “재미있는 로그라이크 블록버스터 게임이다”라는 문구로 홍보를 하는 것이다.

데렉 류는 이건 마침 신장개업한 레스토랑이 “우리 식당엔 닭고기와 야채를 판다”고 광고하는 것과 똑같다며 홍보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게임을 홍보하기에 앞서 데이팅 앱 프로필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게임을 분석해보길 권장했다. 게임의 어떤 부분이 유니크한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니크해도 장점으로 보이지 않는 요소라면 되려 위험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처음 딱 봤을 때 굉장히 깔끔하고 매력적이라 느낄만한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아울러 해당 요소를 담은 트레일러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미리 예측할 필요가 있다.



▲ 시청자들은 쉽게 이해하길 원한다!

일반적으로 시청자들은 자신이 트레일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즉, 게임 트레일러는 예비 플레이어인 시청자가 향후 어떻게 게임을 즐겨야 할지, 이것이 어떤 게임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쉽게 말해 게임 트레일러는 일종의 튜토리얼이다. 점진적인 감정선의 상승을 따라 게임 전반의 모습을 고루고루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트레일러는 이러한 공식을 완벽하게 지켰다. 단순한 게임 플레이 클립으로 보이지만, 마리오가 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순차적으로 동시에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모습을 제시할 때, 순서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플레이어는 트레일러가 너무 어려우면 시청을 금방 포기하기 마련이다. 먼저 게임의 핵심 요소를 보여주는 것이 시선을 잡는 데 수월하다. 예를 들어 ‘포탈’이라면, 어떤 벽이든 먼저 포탈을 만들어 뚫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에 다양한 퍼즐 요소를 트레일러 속에 담아내도 늦지 않다.

감정선의 완급 조절은 트레일러를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약하게’만 가면 재미가 없고, ‘강하게’만 가면 부담스럽다. 올곧은 대각선처럼 정직하게 강해지자니 이 역시 너무 쉽게 예측이 되버린다. 데렉 류는 자신이 가장 즐겨쓰는 감정선의 모양새를 공개하며, 기승전결 뒤에 또 한번의 강세를 주어 마무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다소 독특한 트레일러의 감정선

‘기’에 해당하는 콜드 오픈은 게임의 비주얼, 액션, 유머 등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단계다. 이후 ‘승’에 해당하는 ‘인트로덕션’은 청중에게 게임을 설명하는 단계이며, 이후 소통의 과정과 절정을 거친 뒤 짧게 숨을 고르는 ‘결’의 시간을 가진다. 여기에 시청자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마무리를 추가하여 트레일러에 대한 인상을 각인시킨다.

문제는 어떤 영상 클립을 활용해야 하냐는 점이다. 영상 클립 자체는 게임 내에서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지만, 어떤 것이 좋은 클립이며 이를 어떻게 배치할지가 관건이다.

데렉 류는 본인이 직접 찍은 클립에 스스로 별점을 먼저 부여하는 것이 1순위라고 강조했다. 이후 앞서 제시한 감정선에 낮은 별점부터 높은 별점까지 상승폭에 비례하게 맞추어 편집하면 얼추 그럴듯한 트레일러가 완성된다. 만약 클립 하나하나가 너무 길거나, 반복적이라면 낮은 별점부터 높은 별점의 클립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웨이브’로 활용할 수도 있다. 1-2-3의 배치가 아닌, (1,2,3)-(2,3,4)-(3,4,5)와 같은 형태 역시 가능하다.

강연 말미에 그는 “게임 스스로 자신이 어떤 게임인지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게임 제작에 돌입하는 순간부터 트레일러에 대한 구상을 같이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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