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우리가 기억하는 '마비노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53개 |


▲ 넥슨코리아 김동건 본부장

  • 주제: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 강연자 : 김동건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비주얼아트&사운드, 프로덕션&운영
  • 권장 대상 : 게임 개발 종사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2000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해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및 마블 배틀라인, 런웨이 스토리, 어센던트 원 등을 개발한 김동건 개발자는 현재 데브캣 스튜디오의 총괄 프로듀서로 재직하고 있다. 본 세션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마비노기'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게임을 기획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는지, 또 마비노기가 다음 세대로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예정이다.

    4월 24일 진행된 NDC 2019의 기조연설은 넥슨코리아의 김동건 본부장이 맡았다. 마비노기의 개발자, '나크'로 더 익숙한 김동건 본부장은 약 30여분의 기조연설 시간을 통해 자신이 마비노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부터 게임을 완성하기까지, 그리고 새롭게 '마비노기 모바일'을 통해 다시 한번 마비노기를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에 다르면, 국내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 위주로 성장한 배경 때문에 '옛날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면 다시는 그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없다. 현재 성행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스토어에서 내려가게 되면 다시 그 게임을 해볼 수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피쳐폰 시절 게임들을 다시 볼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는 당시 개발하던 인원들도 그대로 넥슨에 남아있는, 운이 좋은 사례"라며, 이러한 기록이 유실되어 모두의 기록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남겨놓고 싶다고 전한 뒤 기조연설의 제목과 같이 '마비노기'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마비노기 이전 - 인터넷에 눈 뜬 개발자, 내성적인 이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하다




    본격적으로 마비노기를 개발하게 된 이야기를 전하기에 앞서, 김동건 본부장은 자신이 마비노기를 개발하기 전,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동건 본부장은 아마추어 게임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해, 대학교에 다니면서는 직접 패키지 게임을 만들어 출시해본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돈을 잘 벌지는 못했다고 한 그는 그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아서 계속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패키지 게임을 출시해본 뒤에는 인터넷에 눈을 떴다. 대학 전산실에서 친구인 이은석 개발자와 '둠2'를 네트워크로 즐겼던 경험을 잊지 못했고, 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됐다. 김동건 본부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던 당시 개발자들보다 일찍 온라인게임 개발로 넘어오게 됐다.

    인터넷, 온라인, 그리고 네트워크 게임에 많은 관심이 생긴 그는 학교 내에서 telnet으로 접속하는 BBS(요즘의 SNS와 비슷하다)를 만들어 운영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 BBS에는 게시물을 읽거나 써서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리는 등 게임같은 요소를 접목시키기도 했다.



    ▲ BBS를 운영하며 발견한 것은 '마비노기' 개발의 토대가 되었다고

    그렇게 BBS를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바로 잠자는 시간 빼고 항상 BBS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들은 BBS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읽고, 레벨은 이미 만렙을 찍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거나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김동건 본부장을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이사 온 아이의 새 장난감'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떤 아파트에 이사 온 아이를 상상해 봅시다. 놀이터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은데, 내성적이라서 먼저 같이 놀자고 하지는 못하는 거죠. 그래서 아이는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새 장난감을 들고 놀이터를 왔다 갔다 합니다. 어쩌면 BBS에 상주하는 사람들도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이의 새 장난감을 온라인 게임에 빗대어 본다면, 고레벨 유저가 얻는 아이템이나 치장용 아이템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김동건 본부장은 BBS를 통해 온라인게임의 원리가 아닐까 하는 이 아이디어를 얻었고,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2000년 1월 넥슨에 입사하게 됐다.






    ■ 마비노기를 만들다 - 남달랐던 기획, 극복해야 했던 여러 난제



    ▲ 기획서부터 남달랐던 '마비노기'의 개발 과정

    이어 김동건 본부장은 2000년대 당시 넥슨과 게임업계의 상황을 설명하며, 바람의 마라가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8Mbps 속도의 ADSL이 보급중이었던 초창기 인터넷 게임이 태동하기 시작했던 시기라고 전했다. 그에 비해 콘솔 게임은 부흥하고 있었는데, 당시 잘나가던 '파이널판타지9'의 경우 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2000년은 e스포츠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해였는데, 온게임넷이 개국하고, 프로게임협회가 창단한 해였기 때문이다.

    그런 2000년에 입사한 김동건 본부장은 여러 개의 기획서를 제출했지만, 프로젝트를 시켜주지 않았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게임업계는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가 명문화된 시기가 아니었고, 대부분 어느 한 게임을 성공시킨 인물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았다. 신입이 기회를 잡기는 어려운 시기였던 것이다. 그때 김동선 본부장은 '튀는' 기획서를 만들어 제안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마비노기'였다. 텍스트파일 1페이지 분량의 기획서로 게임 개발을 시작하던 당시에 두꺼웠던 분량의 마비노기의 기획서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아무도 그 뜻을 선뜻 알지 못하는 '마비노기'라는 이름도 튀었다. 그렇게 마비노기 기획서는 통과될 수 있었고, 이와 함께 데브캣 스튜디오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만 했다

    물론 개발은 쉽지 않았다.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 개발 당시 불안 요소가 크게 3D와 DB구축에 있었다고 전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장 큰 문제는 3D와 DB 모두 '마비노기'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술적 목표였음에도 불구하고, 넥슨 내에 이를 경험해본 인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넥슨은 3D로 게임을 개발해본 적도 없었으며, 모든 프로젝트에서 DOOMVAS라는 파일 기반 서버를 사용했지 DB를 제대로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타협할 수 없었다. 우선 3D는 '마비노기'의 세일즈 포인트로서, 김동건 본부장은 MMORPG에서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즈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생각했으며, 기존에 나와있던 게임보다 더욱 다양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기를 바랐다. 또한 당시 콘솔 게임 시장은 이미 3D가 대세였던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DB의 경우 과거 BBS를 운영하던 그의 경험에서 나왔는데, 온라인게임의 경우라면 당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더 운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도전했던 마비노기의 3D 그래픽, 카툰렌더링 기법은 당시에는 시도하기 힘든 것이었다. 쉐이더도 제대로 없었던 당시, 다이렉트X 7기반으로 만들어낸 마비노기의 카툰렌더링 기법은 이후에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는 신기한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김동건 본부장은 아래아 한글과 같은 비트맵포인트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외곽선 그리는 기법과 거의 똑같은 기법을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또한 빛을 묘사하는 라이팅 또한 중요했다.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였지만,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에 조명을 하나밖에 쓸 수 없었다. 김동건 본부장은 이러한 문제는 라이팅에 영향을 받는 캐릭터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렌더링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밖에 마비노기는 시간과 장소, 날짜에 따라 색조를 끊임없이 바꾸는 노력과 함께 셀애니메이션의 기법을 많이 공부해서 참고하고 적용했다.

    DB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파일 기반 동기 API가 아니라 더 진보된 방식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모든 과정을 배우면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도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김동건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파일 기반 서버에 비해 너무 느렸지만, 라이브서비스를 시작하면서 DB를 사용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우리가 기억하는 마비노기 - 그 하나 하나를 만든 김동건 본부장의 소감은?



    ▲ 울티마 온라인을 통해 '다정한 게임'의 필요성을 고민한 김동건 본부장

    그렇다면 기술적인 목표 외에 게임플레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에 자신이 울티마 온라인을 플레이했던 경험이 많이 반영됐다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김동건 본부장은 울티마 온라인을 플레이하며 '나름의 법칙이 있는, 실존할 것만 같은 세계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또한, 그에게 있어 울티마 온라인은 어딘가 불친절한 게임이었기에 '그는 게임이 좀 더 다정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정함은 좋은 것이지만, 실제로 경험하기에는 어려운 것입니다. 적어도 제 세대에는 그랬어요(웃음). 그래서 마비노기는 다정함이 녹아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물이나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킨다든지, 생일을 챙겨주는 NPC가 등장하고, 캠프파이어를 통해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분위기 등은 개발 초기부터 디자인에 포함되어 있던 요소들이었습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나오'는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김동건 본부장은 플레이어들이 연애, 동경, 안전함 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캐릭터는 초반에는 유저들을 따라다니는 요정으로 기획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플레이어들이 혼자 탐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고, 보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주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 방향이 바뀌었다.



    ▲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 '나오', 매주 생일마다 악세사리를 챙겨주곤 했다

    "시스템이나 규칙보다는 타격감이 어필되었고, 요란한 이펙트 없이도 때리고 맞는 느낌이 좋다고 호평받았던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는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수백시간 플레이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피로하다는 점, 그리고 레벨에 따른 밸런싱이 어렵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마비노기 플레이어들이 보통 '가위바위보 전투', 혹은 턴제 전투라고 부르는 마비노기의 전투 시스템에 대해, 김동건 본부장은 "사실 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시대 다른 게임들은 일정한 시간마다 자동으로 턴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됐고, 김동건 본부장은 이를 턴제 전투라고 생각했지만, 유저들은 적에게 강한 공격을 받은 위 공격 기회가 바뀌는 것까지 턴으로 인식했다. 그렇게 마비노기의 전투는 턴제 전투로 불리게 된 것이다.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의 가위바위보 전투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상성과 심리전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격투게임의 약공격, 강공격 같은 상성 시스템에서 착안해 왔으며, 카운터 스킬을 쓰면 이동하지 못하거나, 가드를 하면 달릴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일부러 걷거나, 움직이지 않는 식으로 심리전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러한 설명과 함께 김동건 본부장은 "PVP를 대전 게임처럼 재밌게 하려고 디자인했지만 정작 PVP는 인기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많은 유저들이 기억하고 있는 초창기 마비노기의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동건 본부장은 "'게임 세계고 낙원이며, 낙원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현실이다'라든지,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분신이므로 불사신이다'라는 큰 줄기는 처음무터 설정된 것"이라고 말하며 설명을 계속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김동건 본부장은 대략적인 줄기만 정하고, NPC 설정 등 세부 디테일은 이원 스토리 작가가 작성했다. 그는 "스토리상 캐릭터로 직접 플레이하는 RP던전이라든지, 중간중간 삽입한 컷씬 연출은 고집스럽게 넣은 요소"라며, "마비노기가 개성있는 게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부분이라 자평한다"고 덧붙였다.




    마비노기 하면 빠질 수 없는 작곡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비노기의 악보는 과거 8비트 MSX컴퓨터의 베이직 명령어 PLAY문법을 따라한 시스템으로, 김동건 본부장은 "옛날 컴퓨터 잡지에 나온 악보를 그대로 쓸 수 있으니 유저들이 초창기부터 고품질의 악보를 연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때때로 음표를 직접 입력하는 인터페이스를 왜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는 텍스트로 된 악보가 커뮤니티에서 전달하기 더 편하기 때문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작곡은 이렇게 할 수 있었지만, 연주는 다른 문제였다. BGM과 효과음 등을 모두 재생해야 하는 마비노기는 하드웨어의 한계 상 동시에 플레이할 소리 수의 한계가 제한되어 있었다. 때문에 악기들의 소리는 MIDI파일을 생성하는 방법으로 소리를 출력했지만, 이마저도 채널 수가 부족해 유저들이 모여 합주를 하면 몇개 음이 출력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김동건 본부장은 "합주는 원래 기획단계에서는 없었던 것"이라며, 100% 유저가 만들어낸 콘텐츠라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마비노기에는 세밀한 부분까지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캐릭터가 상황에 따라 고개를 돌려 다른 인물을 쳐다보는 시스템이다. 김동건 본부장은 아바타와의 일체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당 요소를 고집스럽게 추구했다고 전했다.

    비율 또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모험으로 너무 가득차게 되면 모험이 일상이 되어 특별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그는 게임 내에서 이러한 비율을 처음부터 신경쓰며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녹색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남자 캐릭터와 여자 캐릭터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심지어 모자를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이어 김동건 디렉터는 '로나와 판'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로나와 판은 실제 게임 캐릭터로 연재된 최초의 TV방송이다. 김동건 본부장이 당시 캐릭터 제작과 대본을 직접 썼으며, 현재 마비노기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이진훈 디렉터가 영상으로 만들어냈다. 게임에 생소한 이들을 위한 가이드로서 성격이 강한 영상이지만, 앞서 김동건 본부장이 말한 내성적인 플레이어가 즐겼으면 좋겠다'는 메세지가 담겨있는 영상이기도 하다.



    ▲ 김동건 본부장이 직접 대본과 디자인을 맡은 '로나와 판'

    다음으로 그는 마비노기를 개발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홍보도 계속해 나갔다고 전했다. "지금은 상당도 못할 일이지만, 넥슨 전체 메일을 통해 누구의 허락도 없이 사내 소식지(?) '마비일보'를 발송했다"고 전한 김동건 본부장은 이를 통해 게임이 계획대로 잘 만들어지고 있으며, 믿을만하다는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누구의 허락도 없이 사내 메일로 발송되던 '마비일보'는 게임 서비스 이후 유저를 대상으로 하도록 진화했다. 이름도 '에린워커'로 바뀌었다. 당시 에린워커는 개발진과 GM이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유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마비노기'는 CBT를 통해 처음 유저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김동건 본부장은 전투가 되지 않아 나무밖에 때릴 수 없었던 CBT 첫날을 회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분위기가 좋다고, 서버를 닫을때가지 남아있던 유저들을 보며 큰 힘을 얻었고, 런칭 과정을 진행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마비노기는 출시까지도 험난한 길을 걸었지만, 이후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도 어려움을 계속됐다. 그러다보니 팀 구성원들이 한명씩 번아웃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워라밸'이라는 것도 없었다는 김동건 본부장은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이 때 처음 알게 되었으며, G3 마감 무렵 간담회를 통해 유저들을 만난 이후 '세계를 만드는 것과 세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넥슨의 유일무이한 완전한 포맷의 개발 완수 보고서, '마비노기 개발 완수 보고서'를 언급하며 마비노기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해당 개발 완수 보고서는 마비노기의 초기 기획은 물론, 개발과정, 그리고 이를 통한 성과를 모두 담고 있는 보고서다. 김동건 본부장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통해 번아웃에서 비교적 빨리 회복할 수 있었으며, 이후 다른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마비노기 모바일은 과거의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해주는 과정"



    ▲ 현재 개발중인 마비노기 모바일의 이미지

    "마비노기 모바일은 과거의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게임을 충실하게 복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과거의 마비노기가 주었던 느낌,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현 시점에 맞게 다시 만드는 것이죠"

    이후 마비노기는 넥슨 라이브 본부로 이관되었고,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의 운영에 대한 책임도, 권한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현재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커리어 또한 디렉터에서 프로듀서로 변경했다.

    끝으로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에 대한 옛날 이야기가 아닌, 미래의 이야기를 전했다. 바로 데브캣 스튜디오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마비노기 모바일은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는 중이다.




    "과거 게임들은 점인 상태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이러한 점들을 연결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다양한 시도들을 해야 합니다. '선을 이어나가자' 이런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김동건 본부장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게임들이 늘 똑같다, 발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쩌면 과거가 빨리 유실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기억, 경험 속에 있는 것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하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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