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혼돈의 카오스가 된 마영전의 스토리 평가, 원인은 무엇인가?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댓글: 45개 |


[▲ 넥슨코리아 구종혁 개발자 ]

  • 주제: 마비노기 영웅전의 사례로 본 '게임' 스토리텔링 원칙
  • 강연자 : 구종혁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커리어
  • 권장 대상 : 기획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우리들은 흔히 스토리를 먼저 짠 뒤, 이에 맞춘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게임, 특히 라이브 게임은 그 특수성 상 스토리텔링 방식에 맞춰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이로울 수도 있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주장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벌써 라이브 9주년을 맞은 마비노기 영웅전의 사례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에서 고려해야할 사항들은 무엇들이 있는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마비노기영웅전'은 액션 MORPG로서 드물게 스토리를 호평받아 수상 경력까지 보유한 타이틀이다. 액션 게임에서 스토리를 잘 풀어내고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시즌 2 이후부터 스토리에 대해서는 평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스토리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마비노기영웅전 시즌 1편의 스토리를 아직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속적인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호평받았던 스토리의 평가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또 마영전 개발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프리미어 오픈 시절부터 유저로서 게임을 지켜봐왔고, 이후로 마비노기영웅전 개발팀에 입사한 구종혁 개발자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NDC에서 내놓았다.

    구종혁 개발자는 '라이즈' 업데이트부터 마영전의 스토리의 개편을 담당했고, 현재는 메인 스토리의 기획을 도맡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마영전의 스토리의 평가의 변천사와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6개의 원칙을 마련해 수정한 경험을 청중들과 공유했다.

    ※ 본 기사는 마비노기영웅전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 마영전 스토리 '평가'의 변천사 - 장르와 여건이 스토리를 결정한다

    마비노기영웅전은 세 시즌에 걸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장 먼저 진행된 첫 번째 시즌은 아주 좋은 유저들의 평가를 얻었고, 게임 대상에서 시나리오 부문상을 받을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시즌이 진행될수록 유저들의 평가가 좋지 않았고, 이해도도 떨어졌다. 개발실에서도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원인을 추적하고 분석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첫 번째는 기존의 스토리텔링법을 무시했다는 문제였다. 사실 게임은 스토리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게임의 스토리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부분이 있다. 물론 장르와 IP에 따라서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게임도 있는 경우도 있다.




    게임은 스토리 전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당연히 게임 스토리텔링과 연출법은 밀접한 연관이 존재하고, 게임의 장르와 개발 여건을 통해 스토리텔링 수단이 결정된다.

    액션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신속한 의사 결정과 동작, 그리고 이에 따른 즉각적인 결과가 특징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액션 게임을 하면 텍스트를 읽은 시간이 부족하다. 과거 록맨에서 도입했던 방식은 스토리가 나올 경우 캐릭터의 조작이 멈춰버렸고, 이는 장르의 본질을 흐려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다. 그래서 평가가 좋지 않았고 이후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게 된다.

    텍스트로 된 스토리 가장 낮은 개발 여건을 가진다. 이런 요소들이 실시간 음성이나 적의 디자인, 적의 패턴이나 배경 음악 등으로 분산되어 스토리텔링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개발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 그만큼 개발 환경은 스토리텔링에 민감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마비노기영웅전은 '액션 MORPG'다. 액션은 신속하게 진행되는 게 특징이고 정보는 적어야 한다. 반대로 RPG는 기본적으로 '역할극'에 속하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결국 두 가지 부분이 상충되기 때문에, 마비노기영웅전은 RPG 파트와 액션 파트를 분리해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을에서는 RPG적인 요소로 대화와 스토리가 진행되게 만들고, 전투는 액션 파트로 나누어진 셈이다.

    초창기 마영전의 시스템은 전투가 먼저 갖춰지고 스토리의 비중이 매우 낮았다. 스토리에 대한 투자가 적었단 뜻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은 마을, RPG 파트에서 텍스트로 대부분의 스토리를 이어나갔다. 개발 규격에 맞춘 스토리텔링 방식이 스토리와 좋은 결합을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고 유저들의 평가도 좋았다. 하지만 마비노기영웅전은 개발 규격, 환경과 스토리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게임 내에서 표현할 수 없는 스토리가 채택이 되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 보다 나은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 마영전이 분석하고 수정한 요소들



    '장기 원정'이라는 컨셉은 개발 여건, 스토리 텔링 방식과 맞지 않았다.

    마영전 시즌 3의 경우, '장기 원정'을 컨셉으로 한 스토리가 진행된다.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에서는 마을에서 대부분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장기 원정의 경우, 마을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상황과 모순이 되는 연출이 발생하면서 유저들의 몰입도와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가 급락했다. 또한 원정이 끝나지 않아서 스토리의 정보가 계속해서 누적되기 시작했다.

    지나친 정보의 누적은 혼란을 야기한다. 시즌 3에서는 NPC들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갈등을 만들어냈다.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정보가 등장했고, 마비노기영웅전은 구조상 이를 표현하는 수단이 매우 적었다. 시즌 1에서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대립과 갈등이 발생했고 적과 아군이 명확했다. 하지만 시즌 3은 이와 다르게 마치 대하소설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빚게 됐다. 직접 찾아가 대화를 하고 스토리 연출도 1인칭에 가까운 마비노기영웅전은 이런 대하소설 느낌의 갈등 구조를 제대로 표현해줄 수 없었다.



    혼돈의 시즌3(현재)의 인물 관계, 대립 구도



    시즌 1에서는 정말 간략했다.

    이렇게 꾸준히 정보가 쌓이게 되면, 묘사가 어렵고 이해도도 더욱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다음 스토리의 전개도 어려워지며 유지와 보수, 개편도 어렵게 된다. 필연적으로 어느 시점이 지나면 개편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얽힌 게 많다 보니 일부분만 수정하기도 어려웠다.

    장기 원정이라는 컨셉은 결국 마비노기영웅전의 장르, 개발 환경과 맞지 않았다. 일단락 없이 스케일만 커지게 되는 스토리를 채택하다 보니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개발팀은 여기서 장르, 개발 여건을 고려한 스토리텔링 수단을 생각하고 스토리를 짜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 관심이 있는 이야기를 하자



    시즌 2를 맞이한 유저들의 심정...

    호평받은 시즌 1편의 스토리 이후, 마비노기영웅전은 새롭게 시즌 2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시즌 1편의 스토리가 큰 호평을 받았고 강렬한 전개와 결말을 보여주었기에 당연히 유저들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비노기영웅전은 시즌 2에서 '평행세계'라는 같은 시간대의 다른 이야기를 내놓게 된다. 시즌 1에서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풀어지게 되는 형태였지만 유저들은 시즌 1편 이후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유저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관심이 떨어지면 이해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시즌 2 스토리가 갖고 있던 나름대로의 장점도 잊혀졌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라는 포커싱에서 어긋나게 된 셈이다. 게임에 다른 활력을 불어넣으려다가 포커싱이 어긋나게 된 셈이다.


    ▲ 난해한 개념을 쓰지 말자



    혼돈을 초래한 앨리스, 두 번의 죽음.

    마영전 시즌 2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즌 1과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상당히 익숙한 소재이자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고, 시즌 1에서 풀지 못한 이야기를 풀고 시즌 3을 위한 포석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런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IF 스토리로, '정사'가 아닌 이야기로 풀어낸다. 하지만 마영전은 시즌 1편도, 시즌 2편도 모두 '정사' 스토리로 취급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내 NPC '앨리스'는 시즌 1편과 2편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사실 시즌 1에서 죽고, 시즌 2에서 죽고 다른 '두 명'의 앨리스가 죽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들은 필연적으로 시즌 1편을 즐긴 이후 시즌 2를 즐기게 된다. 결국 앨리스가 '두 번' 죽게 되는 경험을 하는 셈이다. 이는 정말 대 혼란을 초래했다.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유저들은 순차적으로 시즌을 경험하기에 동시 경험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라이즈 업데이트를 통해 마비노기 영웅전은 '평행 세계'라는 개념 대신 '시간 역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물론 앨리스가 두 번 죽는 상황을 막을 순 없었지만, 적어도 평행 세계로 인해 어긋나있던 유저들의 시간과 게임 내의 시간을 일치시키는데 성공했다. 과거보다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진 전개로 변경된 셈이다.


    ▲ 아는 이야기를 또 하지 말자



    그래도 죽음을 막을 순 없었다.

    두 번의 죽음을 맞이한 앨리스는, 시즌 1편과 2편에서 다뤄지는 모습이 다르다. 시즌 1편에서는 컷신으로 죽음이 표현된다. 거대한 몬스터에게 붙잡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앨리스의 죽음은 시즌 1편에서도 가장 강렬한 경험을 주는 컷신 중 하나다.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즌 2에서 앨리스의 죽음은, 그저 텍스트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임팩트도 떨어지고, 과거의 임팩트 있던 장면까지 퇴색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개발팀은 이 또한 '라이즈 업데이트'에서는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 역행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결과를 바꾸려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앨리스의 죽음이 시즌 1편과 2편에서는 '슬픔'으로 전달이 되었다면, 시간 역행을 통해서 전달되는 감정이 '슬픔'에서 '무력함'으로 바뀌게 된다. 시퀀스의 반복을 막을 수 없었지만, 유저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전달 매체의 임팩트가 발전하지 않으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교훈을 얻었고, 또 그럴 수 없다면 유저가 느낄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하여 또 다른 방법으로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 순서를 의도하에 배치하자



    보고할 대상이 잘못됐다.

    시즌 2편과 시즌 3편의 스토리에는 유독 산만해지는 전개가 많았다. 기사단에서 플레이어에게 지상으로 나가는 길을 뚫으라고 해서 뚫었더니 엉뚱하게 여관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보고를 하고 스토리가 전개된다. 유저들은 이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 헷갈리게 되고, 또다시 혼란이 발생했다.

    이는 의식의 흐름에 따르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혼란'을 연출하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 괜찮은 스토리텔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영전에서는 이를 소화하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업데이트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고, 똑바로 보고를 마친 후 쉬는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과 상호작용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변경했다.


    ▲ 공감 가는 인물을 만들자



    시즌 1편에서 인상적인, 잘 만들어진 인물들의 예시

    게임 속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저들은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 외에도, NPC들과도 공감을 해야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 몰입을 하면서 스토리에 개연성이 생기게 되고, 유저들도 함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게 된다. 시즌 1편에서는 저마다 사랑, 사명감과 같은 보편적인 이유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유저들에게 강렬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사랑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잉켈스와 카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캐릭터들은 지나친 신비주의로 무장하게 되면서, 유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유와 정체조차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들이 주연이 되면서, 이들의 요구에 유저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게 된다.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목적만 나오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공감이 저하됐고, 스토리의 몰입도도 떨어졌다. 결국, 목적이 있으면 동기가 무엇인지 알리고 인물이 등장한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공감은 거기서 시작된다.




    호평을 얻으며 좋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던 마비노기영웅전은, 시즌 1 이후로 떨어진 스토리의 평가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와 원인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벌어진 스토리의 저평가 요소들을 하나씩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이를 고쳐나가고 있는 과정에 서있다.

    강연의 끝에서 구종혁 개발자는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던 요소를 시나리오 라이터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으로 바꿔서 제시했다. 그리고 이 세가지 질문을 시나리오 라이터가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면서 개발을 이어나간다면, 보다 좋은 스토리를 만들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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