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마일게이트 노조, 사측에 노사협의회 요청... '믿거스' 오명 벗어나자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54개 |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가 20일 첫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1주년 기념 및 교육, 뮤지컬 공연, 박 터트리기 퍼포먼스로 구성됐다. 집회에는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함께했다. 집회는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이 모였다.

본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현장에는 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로스트아크' 대기 BGM이 들렸다. 신명재 SG길드 수석부지회장은 "회사가 정상화되고, 로스트아크에 이 노래가 (대기 유저가 많아질 만큼 인기 있게 만들어) 들리게 하자"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먼저 윤상혁 SG길드 사무장이 그간의 성과보고를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성과보고에 따르면 SG길드의 가장 큰 성과는 단체협상 체결이다. 체결을 통해 이루어낸 포괄임금제 폐지는 다음 달 10월부터 시행된다. 윤상혁 사무장은 "그동안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공짜야근과 크런치를 해왔다"며 "이제는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노조 집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기념 뮤지컬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 곡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과 가요 '해피 버스데이 투 유'였다. 공연을 지켜보던 화섬 관계자는 "여러 차례 집회를 보았으나, 뮤지컬 공연까지 하는 건 처음 봤다"고 전했다.



▲ 집회를 기념한 뮤지컬 공연



▲ 지원 연설하기 위해 나서는 스타팅포인트



▲ 발언하는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다음으로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이 '우리의 현재'를 주제로 지원 연설을 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게임이 좋아서 게임회사에 왔는데, 지난 10년 동안 해보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걱정 없이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드랍에 불안감을 겪는 개발자의 심정을 배수찬 지회장은 전했다. 배수찬 지회장에 따르면, 개발팀장으로부터 "우리 게임이 접힐지도 모른다"라고 들었을 때 팀원들은 근태 시스템을 속이면서까지 일을 한다. 또한 접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보니 불안감 속에서 일하게 되고, 결과에 따라 우울증이나 다른 병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배수찬 지회장은 "이 불안과 우울, 병에 대해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경영적인 판단이라는 대응에 배수찬 지회장은 "접히고 나서 디렉터에게 앞으로를 물으면, 그들도 모른다거나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만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수찬 지회장은 "회사 내 전환배치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아무리 해봐야 경영진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따라서 배수찬 지회장은 버티는 것, 이직하는 것이 아닌 부당함을 알리는 게 바꾸는 방법이라고 일렀다. 오늘 SG길드의 집회 역시 스마일게이트 사측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는 집회라고도 전했다. 이어 "고용안정은 이해득실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며 "회사가 정말 어렵다면 대표가 집 팔고 차 팔고 경영을 해야하는데, 아시다시피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대표는 우리나라 손가락에 꼽히는 재벌이다"라고 전했다.



▲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차상준 지회장

차상준 지회장은 "SG길드는 프로젝트가 드랍되어도 회사가 위로금을 이용해 권고사직을 종용하거나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QA 업무를 줄 수 있는 지원조직으로 실험쥐처럼 보내지 않도록 고용안정을 이야기할 예정이다"라며 "이 문제들은 지금까지 게임업계에 만연했던 일들이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잘못된 문화라고 목소리를 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상준 지회장은 법으로 지정된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소통 창구를 정상화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는 시혜를 베푸듯이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노사협의회 관련 투표를 하거나 교섭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0명 이상 법인별로 노사 동수를 이뤄 기업경영상황 공유, 고충 처리 방식, 작업 환경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노사협의회'를 통해 3개월에 한 번씩 진행해야 한다. 차상준 지회장은 현재 사측에 노사협의회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차상준 지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으로부터 올해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이 확정되면, 차상준 지회장은 "게임업계의 노동문제를 증언하겠다"라고 말했다.

차상준 지회장은 "사측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민주적이고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노사협의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위원으로 나오길 요청했고, 대표라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투표하라고 전했다. 차상준 지회장은 "이를 통해 유저들이 부르는 '믿거스', 믿고 거르는 스마일게이트의 오명에서 벗어나자"라고 말했다.

차상준 지회장은 '자주 봅시다'와 '좋아요'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자주 봅시다는 일반적인 집회에서 많이 보던 단결, 좋아요는 투쟁을 대신한 말이다. 차상준 지회장이 의미를 설명한 뒤, "여러분 자주 봅시다"라 외치자 집회 참석자들은 "좋아요"로 화답했다.

집회는 '소통의 박 깨기'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신명재 부지회장은 "우리는 운동권은 아니지만, 운동회는 해봤다"며 "콩주머니로 박을 깨듯, 게임업계 비상식의 벽 레이드를 이어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박 깨기 이후 집회는 12시 40분경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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