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대훤 부사장, "게임 디렉터가 되는 길, 왕도는 없다"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23개 |



넥슨은 16일, '코딩, 하고 싶은 대로 하다'라는 주제로 NYPC 토크 콘서트 2020 행사를 진행했다.

NYPC 토크 콘서트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비공개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코로나19 자가진단 앱을 개발한 군의관부터 코로나 알리미 앱을 만든 교수 등, 코딩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IT 분야 전문가들이 공식 엠버서더로 참여해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토크 콘서트에 참가한 공식 엠버서더 중 한 사람인 넥슨의 신규 개발 총괄 김대훤 부사장은 이날 '게임 프로그래머, 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라는 주제로 게임 프로그래머와 게임 디렉터란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이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실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개발 과정을 통해 소개했다.

그는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며,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게임 속 한 장면을 예로 들었다. 유저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캐릭터가 부스터를 쓰고 있는 평범한 화면에 불과하지만, 해당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게임 디렉터와 각 부문 기획자, 아티스트, 모델러, 프로그래머, 작곡가 등 30개가 넘는 직무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김대훤 부사장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신규 카트를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각각의 직군의 사람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 게임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첫 번째 과정은 기획 컨셉 회의다. 여기선 새 카트가 어떤 성능을 가질지, 어떤 비주얼을 가지며 어떤 방식으로, 어떤 유저들에게, 어떤 시기에 제공할 것인지 논의한다. 이후엔 이렇게 결정된 자료를 기획자들이 모아 세부 수치를 정하고, '더미'를 활용하여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새롭게 추가되는 카트니 당연히 새 디자인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컨셉 아티스트가 러프 스케치로 수십 장의 디자인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아트 티렉터가 디자인을 선정, 채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제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을 3D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모델러는 3D MAX 등의 툴을 활용하여 카트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고, 텍스처링 과정을 거쳐 3D 모델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3D 모델이 더욱 생생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애니메이터와 FX 아티스트, 사운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애니메이션 작업과 BGM, 효과음, 이펙트 추가까지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게임 프로그래머의 순서가 시작된다. 프로그래머는 앞에서 만들어진 여러 소스를 하나로 조립하고,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면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현해내야 한다. 이때 버그가 발생할 수 있는데, 반복 테스트를 거쳐 이를 잡아내는 과정을 디버깅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래머의 작업이 모두 일단락되면, 전문 테스터인 QA에게 작업물을 보내 완벽해질 때까지 테스트와 수정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대의 신규 카트가 출시 준비를 마칠 수 있게 된다.






▲ 하나의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여러 절차가 요구된다

김대훤 부사장은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를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개발자가 각자의 재료를 멋지게 만들면, 이를 정확하게 조립해서 게임 세상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이 바로 프로그래머라는 것이다.

그는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먼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을 아무리 잘하는 개발자라도, '트롤'이나 '순삭'과 같은 게임 속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한다면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뛰어난 프로게이머인 '페이커'가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아니듯, 게임을 잘 안다고 해서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여러 기술과 예술이 망라된 총 집합체이며, 우리가 접하게 되는 모든 경험과 지식이 게임 제작에 이어질 수 있다. 그는 항상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창의성을 갖춰야만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훤 부사장은 이어서 '게임 디렉터'에 대해 소개했다. 게임 개발의 총 책임자인 게임 디렉터는 팀 멤버를 이끌고 최종적인 게임의 모습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게임에 가장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은 물론, 게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게임 디렉터를 세계 일주를 준비하는 선장에 비유했다. '세계 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겠다'와 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세계 일주에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상금은 물론, 역사에 기록되는 명예를 얻을 것이다'와 같은 비전을 팀원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 또 같이 항해할 항해사, 갑판장을 모집하고, 명확한 항해 계획을 세우고, 오랜 항해 중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멤버들끼리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면, 디렉터는 최종결정을 내리고 그에 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게임 개발 중에 계속해서 쌓이게 되는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치고 낙오하려는 선원들을 위해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디렉터가 이러한 할 일을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팀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좌초되기 쉽다. 그렇기에 디렉터는 팀 멤버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하다. 보통 실무를 충분히 경험한 실무자 출신들이 디렉터를 맡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팀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최종결정을 내리고,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디렉터의 역할이다

게임 디렉터에게 요구되는 두 번째 소양은 절대적인 신뢰다. 신뢰는 두 방향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회사와 조직 전체로부터의 신뢰, 또 하나는 팀 멤버들로부터의 신뢰다. 김대훤 부사장은 세계적인 거장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봉준호 감독도 초반에는 다른 감독들 밑에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맡으며 자신의 실력을 키웠다며, 신뢰는 아주 작은 것들부터 결과와 태도를 통해 증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미션을 통해 주위에게 좋은 평판을 얻었다면, 이는 점점 더 큰 미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어지는 미션을 완수하고 실패하다 보면 수습에서 주니어가 되고, 시니어에서 하나의 파트를 담당하는 리더가 되고, 결국 테크니컬 디렉터를 거쳐 '게임 디렉터'가 될 수 있다. 그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게임 디렉터가 되는 것 역시 왕도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훤 부사장은 훌륭한 게임 디렉터가 되려면 제일 먼저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열정, 게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열정,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열정이 없다면 다른 이들을 이끄는 디렉터의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게임 디렉터의 앞길엔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본인의 열정뿐이라고 강조했다.

훌륭한 게임 디렉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두 번째 요소는 경험이다. 본인이 직접 쌓아온 경험은 남들과의 차이를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남에게 흥미를 주는 이야기를 만들려면 이야기에 특별함이 필요하고, 이러한 특별함을 위해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는 게임 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모든 경험이 특별함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만 많이 경험하는 것이 게임을 잘 만들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으로서의 삶에 충실하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책을 읽으며 깊이 있는 사고를 연습하는 것이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마지막 요소는 '사람'이다. 게임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며,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야 훌륭한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팀원들은 디렉터를 바라볼 것이며, 이런 순간의 모든 결정 하나하나가 팀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결국 팀이 성공하느냐 좌초하느냐를 가르게 된다.

김대훤 부사장은 디렉터는 당연히 유능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식적으로 올바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성품을 꾸준히 갈고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사람'으로서 훌륭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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