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코만도스 스타일의 서부 액션, '데스페라도스3'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9개 |


⊙개발사: Mimimi Games ⊙장르: 전략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20년 6월 17일

바람에 휘날리는 회전초와 모래 바람만이 가득한 드넓은 황야,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고요한 적막감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그때! 섬전과도 같은 손놀림으로 리볼버를 당기는 한 남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쓰러지는 남자의 두 눈에는 의문만이 가득하다....The End.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는 대중들에게 꽤 친숙한 역사이자 문화입니다. 워낙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다 보니 서부라는 말만 들어도 카우보이와 리볼버가 머릿속에 떠오르죠.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미디어로 꾸며내기 좋다는 것도 서부개척시대가 유명해질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독일의 게임 개발사 '미미미 게임즈(Mimimi Games)'에서 출시한 '데스페라도스3(Desperados III)'는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둔 전략 게임입니다.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성장한 카우보이가 동료들을 모으고 복수에 성공한다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죠.

게임은 우리의 주인공 '존 쿠퍼'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보면서 시작됩니다. 현상금 사냥꾼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조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인지라 할 줄 아는 것은 동전을 던져 적들의 시선을 끌고 덩굴을 타고 담벼락을 넘는 것뿐일 때 입니다.

언제나 아버지를 도와 악당을 쓰러뜨리고 싶어 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중요한 순간에는 아들을 떼고 따로 행동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죠. 중요한 순간을 눈앞에 둔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아들을 두고 혼자 일을 나섭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존 쿠퍼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 튜토리얼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듯 시작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 적들은 많고, 목숨은 1개 뿐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데스페라도스3의 장르는 전략에 기반을 둔 실시간 전술 잠입 게임입니다. 얼마 전에 리마스터 된 코만도스 시리즈가 이쪽 장르의 시조격이라 볼 수 있죠. 잠입과 암살이 기본인지라 퍼즐을 푸는 듯한 두뇌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장르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적들은 수십 명이나 되지만, 아군은 고작해야 다섯 명뿐입니다. 게다가 챕터의 스토리에 따라 등장하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 때론 혼자 혹은 두세 명의 인원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상황에 따라 난이도가 낮다면, 혹은 전략을 잘 짜면 대놓고 전면전을 펼쳐 적들을 일거에 쓸어 담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머리를 써서 활동할 때 더 큰 메리트를 줄 수 있도록 짜여있어요.

적당한 난이도는 게임 플레이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게이머에게 내가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주는 것이죠.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 앞에서 게이머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곧 흥미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피지컬보단 뇌지컬에 가까운 게임의 특징은 극한의 난이도를 추구하는 소울류 게임에서 극복하는 어려움과는 조금 다릅니다.

미미미 게임즈는 이러한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장치를 게임 속에 적절하게 심어놨습니다. 게임의 튜토리얼과 툴팁, 시스템은 게이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플레이해보세요."




▲ 정해진 난이도 외에 체력과 탄약 횟수 등의 세부적인 수치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세부적인 챕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튜토리얼에서 주인공 존 쿠퍼의 과거를 보여주고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과 방식을 보여줬다면 1챕터부턴 성장한 존 쿠퍼가 동료를 모으고 악당을 차례차례 쓰러트리는 과정을 직접 플레이하게 됩니다.

각 챕터는 하나의 메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질을 구출하라거나 어디를 탈출해라, 적을 쓰러트려라 등의 단순한 것들로 이뤄져 있죠. 이러한 목표를 클리어하는 과정은 정말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가령 저택에 잠입하는 미션의 경우, 인 게임이 알려주는 팁에 따라 절벽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문에서 적들을 다 잡으면서 당당하게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주어진 목적만 달성하면 되니까요.

또한, 모든 미션은 시간제한이 없고 빠른 저장과 불러오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행동을 급하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죠. 퍼즐을 풀듯 전장의 상황을 하나씩 파악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가면 됩니다.



▲ 마지막 저장 지점까지 X분 지났으니 빨리 저장하세요!라는 느낌입니다

만약 중간에 실수하더라도 저장과 불러오기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 게임은 저장에 굉장히 관대한 편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나면, 저장 후 1분 정도가 흐르면 화면 상단에 저장 후 흐른 시간이 팝업창으로 표시가 돼요. 마지막 저장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폰트의 색상이 바뀌면서 어떻게든 게이머에게 빨리 저장하라는 듯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니 게이머는 나도 모르게 수시로 저장하는 습관이 길러지게 됩니다.

결국 게임은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에게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권장합니다. 저장만 잘해둔다면 실패의 페널티가 없는 편이니 내가 원하는 방식 그대로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고, 이는 게임의 접근성을 낮춰 누구나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친절한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이렇게 해도 게임이 충분히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친절해야 할만한 난이도가 된다고 봐도 되겠네요. 수십 명의 보조병을 뚫고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챕터가 올라갈수록 적들의 감시망은 촘촘해지고 한 번의 실수가 곧 파티의 전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쉬운 난이도는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 할지라도 쉽고 익숙하게 할 수 있는 반면, 고난이도는 정말 숙련된 게이머라 할지라도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것. 이 게임은 적절한 난이도의 조절과 친절한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잘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적정선을 아주 잘 지키고 있습니다.

▲ 클리어 후 리플레이를 통해 내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통계로도 표시되니 내가 얼마나 못/잘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섀도우 택틱스와의 차이점



▲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술 게임 '섀도우 택틱스'

데스페라도스3를 개발한 미미미 게임즈는 16년에 옛 일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섀도우 택틱스'라는 게임을 출시했었습니다. 데스페라도스3와 마찬가지로 전략에 기반을 둔 실시간 전술 잠입 게임으로,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인 평가와 메타크리틱 85점이라는 준수한 평가를 받았던 수작이기도 합니다.

같은 개발사, 같은 장르의 게임이다 보니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는데요. 인 게임 인터페이스와 5명의 플레이어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 적의 주의를 끈다거나 함정을 설치하는 등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에서도 전작의 향수가 풍겨오더군요.

하지만, 전작의 시스템 모두를 가져온 것은 아니고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만 가져오는 한편, 서부라는 시대에 맞게 변형시킨 부분도 있었습니다. 카툰렌더링 방식에 화려한 색감을 썼던 전작은 시대 배경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히려 너무 강렬한 색감 때문에 장시간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면 눈이 아파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데스페라도스3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안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실사에 가까운 색상과 그래픽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 오랫동안 바라봐도 눈이 아프지 않더군요. 한 번에 많은 것을 바라봐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꽤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게임의 전략적인 부분에서 기존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서부하면 카우보이들과 그들이 쓰는 무기 '리볼버'를 많이들 떠올리게 되죠. 전작에서도 총이 등장하긴 했습니다만,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단발성 총인 조총이었고 대부분은 근접 공격 위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작은 시대적 배경을 반영해 대부분의 적이 리볼버를 들고 다니며, 플레이어 캐릭터들 역시 고유의 리볼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원거리 대응 방식을 갖추게 된 셈이죠. 그리고 인 게임의 시간을 멈춘 뒤 플레이어 캐릭터의 동작을 지정하고 한 번에 실행시킬 수 있는 '마지막 결투 모드'를 사용하면 화려한 리볼버 액션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고려해 리볼버를 사용하기 위해선 탄약이 필요하며, 한번 사용 후에는 스킬 쿨타임에 걸려 연발로 쏘지 못한다는 제약이 걸려있습니다. 게다가 총기의 소음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적들의 주의를 끌고 경보음이 울릴 수도 있죠. 리볼버를 마음껏 난사하며, 적들을 소탕하는 그림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작보다 활용 가능한 전략의 폭이 넓어지니 괜찮은 타협점이라 느껴졌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장르의 선두주자

3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 데스페라도스는 1편과 2편이 존재하는 시리즈물입니다. 다만, '스펠바운드'가 개발했던 전작과 달리 3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섀도우 택틱스를 개발한 미미미 게임즈가 개발을 맡았죠. 때문에 기존 데스페라도의 느낌보단 섀도우 택틱스의 느낌이 가득한 서부 전략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사실 실시간 전술 잠입 게임은 찾아보기가 꽤 어려운 게임 장르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코만도스 시리즈부터 멕커맨더와 데스페라도스 등의 명작이 출시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비주류로 전락한 장르입니다.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 또 적을 피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난이도도 높아서 하는 사람들만 하는 그런 게임이 되어버렸죠.

점차 사장되는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섀도우 택틱스입니다. 초보자를 배려하는 친절한 시스템과 짜임새 있는 전략은 이쪽 장르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뿐만 아니라 숙련된 게이머까지 사로잡았었습니다.

데스페라도스3는 전작의 장점은 그대로 답습하는 한편, 좋은 것은 더 좋게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등의 변화를 보여준 게임입니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고 또 이건 너무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은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다만, 장르의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퍼즐적 요소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최대한 서부시대에 맞춰서 들고 왔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 챕터마다 서브 목표가 있는데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도전하는 맛이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실시간 전술 잠입 게임의 폭이 좁은 것도 이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지만, 굳이 그 때문에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르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게이머가 쉽게 접하면서 재미를 붙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게임입니다.

챕터마다 고정 목표 외에 달성할 수 있는 서브 목표도 많은 편이고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저장에 횟수 제한이 생기거나 아예 저장을 하지 못하는 제약이 걸리기도 합니다. 보통 난이도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대략 10~20시간 내외지만, 부가 미션을 달성하고 난이도를 올려 플레이를 반복한다면 50시간은 가뿐히 넘을 만큼의 볼륨을 갖추고 있습니다.

강력한 캐릭터로 적을 일거에 쓸어 담는 액션 게임도 재미있습니다만, 때론 한정된 자원과 정해진 룰 속에서 적들을 조용히 암살해가는 게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존 쿠퍼와 함께 하는 서부개척시대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경험을 선사해줄 것입니다.

▲ 듣기만 해도 서부 감성이 차오르는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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