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모쏠의 기분을 알아요? ㅠㅠ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0개 |



"누구나 태어날 땐 솔로다"

따로 입 밖으로 말을 꺼내거나 내색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신작 게임이 스팀에 등장했다. 국내 인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인터랙티브 무비 '모태솔로'의 이야기다.

모태솔로 심리 권위자이자 곧 마력에 눈을 뜰 예정인 기자 역시 이 게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게임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뻔뻔하게 모태솔로 코스프레를 하는 '기만맨'들의 산물인지, 지금도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전국의 순정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작품인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는 짧은 분량의 데모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한 잣대를 지닌 대법관의 심정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모태솔로는 연애를 하고 싶은 30대 남성 '강기모'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인터렉티브 무비로, 2D나 3D 그래픽이 아닌 실제 배우들이 나와 연기하는 영상을 보며 진행하는 게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유저는 영상 도중에 등장하는 선택지를 골라 기모의 다음 대사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몇몇 사물을 조사하는 등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다. 장르 특성상 게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 요소가 포함된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접해야 하는 작품인 셈이다.

데모 버전은 약 30분 정도 분량이며, 지루할새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소개팅'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구성이 뻔하디뻔한 클리셰로 가득할지라도, 짝을 찾기 위해 한껏 꾸미고 나온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기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팝콘을 뜯게 하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모태솔로의 데모 버전은 얼른 정식 버전을 플레이해보고 싶게끔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 소개팅 상대의 사진도 확인 안 하고 나온 주인공. 오금이 저리는 상황이다

다만, 이 게임은 모태솔로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공감을 살 수 있는 작품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여러 사람들의 흥미를 돋울만한 인터렉티브 무비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나, 어디까지나 흥미 본위로 쓰여진 판타지물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모태솔로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 특성상 연애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에 자신의 모습을 이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게임 속 주인공인 강기모는 '살면서 한 번도 연애를 못해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 막장이지 않을까?'라는 지독한 편견과 선입견이 모인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어떻게 봐도 '인싸' 그룹에 속할 것처럼 보이는 멀끔한 차림의 주인공이 80년도 공기업 면접에서나 들어봄 직한 낡디낡은 자기소개 멘트를 읊고, 취미 물품을 사느라 체크카드 잔액이 부족하여 소개팅 자리 커피 값을 더치페이하는 장면에서는 너무나도 애처로워 눈이 질끈 감겼다.

아쉬움을 배가시키는 것은 주인공의 다음 대사를 유저가 직접 고르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존재하는데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강기모가 벌이는 끔찍한 만행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음료를 마실지 고민하는 소개팅녀 앞에서 근본 없는 노래를 웅얼거리며 '달달~한 캬라멜 매끼야또'를 권하는 모습에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항마력이 전부 소진돼버리고 말았다.



▲ 멀쩡한 사람이 이러니 더 고통스럽다. 바로 이게 개발자의 의도인걸까?



▲ 의아하면서도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더 서글퍼지는 이야기

다행히도 정식 버전에서는 "아무리 모태솔로라도 저 정도는 아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아슬아슬한 순간들에 좀 더 개연성이 더해질 예정이다. 개발사 인디카바 인터랙티브는 한정된 상황만 연출된 데모버전과는 달리, 정식 버전에서는 더 다양한 분기와 선택지로 히든 엔딩을 포함한 총 8개의 엔딩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택에 따라선 30년 만에 모태솔로 딱지를 떼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강기모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태솔로'의 출시일은 올해 크리스마스로 정해졌다. 이브까지 별다른 일정을 만들지 못한 솔로들은 얌전히 방구석에 앉아서 사이버 소개팅 시뮬레이션이나 하는게 어떻겠냐는 개발팀의 악의가 충분히 전해지는 날짜 배치가 아닐 수 없다. 개발사 인디카바 인터랙티브 팀의 모든 개발자들 역시 전국의 모태솔로들의 열렬한 구매 성원에 힘입어 데이트 같은 것은 꿈도 못꿀 정도로 분주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응원해본다.

'모태솔로'의 데모 버전은 현재 스팀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자신이 올 겨울에도 짝 없는 외로운 솔로임을 당당히 내세우고 싶은 이들을 위해 모솔들을 위한 맞춤 굿즈도 함께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게임을 응원하고 싶은 이들은 텀블벅 페이지도 함께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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