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만들기 시작해서 그냥 많이 만들었습니다" 소련의 중형전차 T-34

게임뉴스 | 유준수 기자 |
기갑전의 전설 'Tiger I'에 이어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 등장하는 전차의 역사와 고증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그 주인공은 소련군 기갑부대의 핵심이자 많이 만들기 시작해서 그냥 많이 만든 전차 'T-34'가 되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대표하는 전차로 티거가 있었다면, T-34는 소련을 대표하는 전차라고 볼 수 있다. T-34는 우수한 성능을 지니긴 했으나 티거만큼이나 압도적인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차는 아니다. 하지만 T-34의 최대 강점은 생산하기 상당히 쉬운 구조라는 것이었다. 즉, 질보단 양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전차다.

이처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소련은 다른 공산국가에 대량으로 공여하게 된다. 6.25 당시 북한군이 주력 전차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국과는 상당한 악연이 있는 전차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도 일부 국가에서는 실전 배치되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장수하고 있는 전차다.



▲ 폴란드에서 촬영된 1943년형 T-34/76


◆ 질보다는 양이다, 무조건 많이 만들어라! T-34의 개발과 성능

T-34는 당시 주력 경전차였던 BT 시리즈를 대체할 전차로 개발되었다. 스페인 내전에서 BT-5 전차가 기대와 달리 처참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처음으로 개발된 전차의 제식명칭은 A-20으로 20mm의 장갑과 45mm 주포를 탑재했다.

A-20은 특정 구간에서는 속도가 85km/h까지 올라가는 경이적인 기동성을 보여줬으나, 방어력과 화력은 여전히 부족했기 때문에 전투적인 이점이 크지 않았다. 이에 76.2mm 주포를 탑재하고 장갑을 32mm까지 강화한 A-32 전차를 개발하게 된다.

A-32는 A-20에 비해 월등한 화력을 보여줬으며, 심지어 기동성이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다. 다만 기존 전차의 3배에 이르는 돈이 필요했으며, 가격에 비해서는 비효율적인 성능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소련 개발자들은 전면 장갑을 45mm까지 강화하고 궤도를 더 넓게 만들고 생산 단가를 줄인 A-34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해당 모델은 정식으로 양산 승인을 받게 되었으며, T-34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최초의 T-34는 1940년에 하리코프의 말리체프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이후 개량을 거쳐 가며 각종 공장에서 1958년까지 양산되었다. 매우 간단한 생산라인 덕분에 전문 전차 공장이 아니어도 생산이 가능했기에 트랙터 공장이나 기관차 공장 등 매우 다양한 공장에서 생산이 이루어졌다. 2차 세계대전 때만 6만 대 가량의 전차가 생성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8만 대가 넘는 전차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 T-34의 토대가 된 시제 모델 A-32


초기형은 76.2mm L-11 주포를 탑재했었지만 관통력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 이에 1941년에는 76.2mm F-34 주포를 장착했으며 장갑도 강화시키기에 이른다. 독일군에서는 76.2mm 주포를 장착한 T-34를 보고 T-34/76으로 명명했지만, 소련군에서는 별다른 분류 없이 모두 T-34라고 불렀다.

일부 T-34의 경우 57mm 주포를 탑재한 모델도 있었다. 57mm 주포는 구경은 작았지만 73구경장에 달하는 장포신이었기에 관통력 면에서는 76.2mm 주포를 압도했다. 하지만 57mm 주포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으며, 전용 포탄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고폭탄의 위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에 300여 대 정도의 소수만 생산되고 말았다.

이후 독일군에서 티거와 판터 등의 전차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T-34의 화력으로는 관통이 불가능항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1944년에 T-34에 85mm 주포를 탑재해 화력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T-34/85 모델을 양산하게 되며 T-34/76 모델의 생산을 중단한다.

T-34는 당시로는 상당히 우수한 주포를 탑재했으며, 경사 장갑을 사용했기에 실제 장갑 두께에 비해서 우수한 방호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간략한 설계로 인한 높은 생산성이다. 승무원이 부족할 정도로 무수히 생산된 T-34는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1944년부터는 화력을 증강시킨 T-34/85 모델의 양산에 들어갔다


◆ 격파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T-34의 등장과 퇴장

T-34는 소련을 구한 전차라고 평가받는다. 사실 티거처럼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성능과 엄청난 물량으로 인해 2차 세계 대전 도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전차라고 여겨진다.

T-34는 1941년의 여름 독소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독소전 초반부터 독일은 엄청난 기세로 소련을 침공했는데, 당시 소련은 이를 방어해낼 만한 수단이 거의 없었기에 빠르게 밀리고 있었다. 신형 전차인 T-34가 1,000대가량 배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운용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우선 T-34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승무원이 많지 않았으며, 정비 인력도 매우 부족했다. 심지어 철갑탄이 부족해서 대 전차전에서 고폭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으며, 고폭탄마저 없어서 기관총만 쏘다가 격파당하는 일이 일쑤였다.

이런 열악한 조건 때문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T-34였지만, 실전 능력에 대한 우수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45mm 경사 장갑은 BT 시리즈와는 달리 독일의 주력 대전차포인 37mm Pak 36을 완벽히 방어해낼 수 있었으며, 포탄 보급만 제대로 되었다면 독일의 3호 전차와 4호 전차를 격파할만한 충분한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 독소전 초기에는 별다른 활약 없이 일방적으로 격파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소련군은 T-34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에 이른다. 전황이 밀리는 와중에도 각종 생산 공장들은 T-34를 꾸준히 제작했으며, 생산 즉시 도색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전장에 바로바로 투입됐다. 이렇게 급박한 와중이다 보니 생산 절차는 점점 간략해졌으며 각 공장마다 제각각의 외형을 가진 T-34를 제작하게 됐다.

양산된 T-34는 스펙상으로는 당시 독일 주력 전차들에 비해 약간 우세하긴 했으나,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는 못했다. 전차장의 숙련도는 물론이고, 무전기가 보급된 차량이 거의 없는 등 통신장비가 매우 부실해 아군과의 협동 작전이 매우 힘들었다. 또한 포탑이 너무 작아서 전차장이 포수를 겸해야 하는 등, 전차 스펙에 비해 종합적인 전투 효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꾸준한 개선을 통해 조금씩 단점이 사라졌지만, 독일 역시 4호 전차에 7,5 cm 장포신을 장착하는 등 꾸준한 장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결국 76.2mm 주포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대대적인 화력 개선이 이루어졌다. 해당 전차가 T-34/85로 T-34의 차체에 85mm 강선포를 장착한 모델이다. T-34/85 모델이 양산되면서 기존의 T-34/76의 양산은 중지하게 됐다.

T-34/85 역시 T-34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산이 가능했으며, 각종 전장에서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의 침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분히 제값을 해주던 T-34의 적당한 성능과 압도적인 수였다고 볼 수 있다.



▲ T-34의 엄청난 생산성은 독소전에서 소련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역사적 고증은 완벽한가?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서의 T-34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서는 소련 5티어 중형전차의 'T-34'로 등장하며, 85mm 주포 모델은 6티어 중형전차인 'T-34-85'로 등장한다. 또한 T-34 제작 이전의 시제 모델이었던 A-20은 4티어 경전차로 등장하며, A-32는 4티어 프리미엄 중형전차로 등장한다.

스톡 주포인 76mm L-11 주포는 초기 모델인 1940년형 T-34가 사용했던 주포로, 약 400대 정도의 소량생산만 이루어졌었다. 이후 1941년에 더 두터운 장갑과 함께 주포의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해당 주포가 중간포인 76mm F-34 주포다.

일반적으로 최종 주포로 사용하는 57mm ZiS-4 주포를 탑재한 모델은 실제로는 300여 대만 생산되었다. 57mm 주포는 76mm에 비해 상당한 장포신이었기 때문에 관통력이 매우 우수했다.

76mm 계열 중 최종 주포로 자리 잡고 있는 76mm S-54 주포는 T-34의 화력 향상 계획 중 일부였던 주포다. 대전차전 능력에서 기존 76mm 주포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그렇게까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85mm 주포에 밀려 실제로 T-34에 채용된 적은 없다.

실전에서는 주로 76mm 주포를 사용했던 전차지만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서는 주로 57mm 주포를 사용하게 된다. DPM과 명중률이 76mm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고속 철갑탄의 관통력도 우수해 고티어 전차를 상대로 우수한 성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평균 대미지가 낮다 보니 정면에서 라인전을 벌이기보다는 기동성과 연사력을 이용해 우회 기동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서도 실제 역사와 마찬가지로 4호 전차 등의 5티어 전차들을 상대하게 되며, 밸런스 잡힌 우수한 중형전차의 표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사 내용&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34)



▲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서는 소련 5티어 중형전차의 포지션을 맡고 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