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워크래프트 사가에서 영원히 퇴장하다, 기만자 킬제덴의 역사 3부

게임뉴스 | 김수진 기자 | 댓글: 28개 |




불타는 성전에서 아제로스에 현신하려던 계획이 실패한 뒤, 한동안 등장이 뜸하던 킬제덴은 군단에서 주요 악역으로 복귀한다. 물론 초반부 아제로스의 영웅들과 맞서 군단 스토리를 이끌어간 것은 평행 세계의 굴단이지만, 그 위치까지 그를 조종했던 것은 킬제덴이었다. 특히 군단 확장팩이 열리기 전 공개된 오디오 북 '살게라스의 무덤' 4부작에서는 굴단을 이끄는 킬제덴의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이후 밤의 요새에서 굴단이 패배하고 또다시 실패를 겪게 되자 킬제덴은 분노에 차 자신이 직접 불타는 군단을 이끌고 아제로스 침공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살게라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흔들리고, 살게라스에게 화를 내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오래전 친구 벨렌을 포함한 아제로스의 영웅들에게 패배한 킬제덴은 뒤틀린 황천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는 눈을 감고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워크래프트 게임 세계관의 메인 악역인 기만자 킬제덴은 그렇게 기나긴 워크래프트 역사에서 퇴장한다.

기만자의 마지막을 다룬 이번 기사는 군단 확장팩과 오디오 북 살게라스의 무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킬제덴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여 작성되었다.


※ Alternate Universe의 굴단은 본문 내에서 평행 세계의 굴단으로 통일합니다.



◈ 드레노어의 전쟁 군주

킬제덴은 평행 세계의 드레노어에서도 오크를 호드로 타락시켜 그가 매우 혐오하는 드레나이들을 학살하고 아제로스를 침공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시공간을 건너온 가로쉬 헬스크림의 개입으로 인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킬제덴은 힘에 대한 욕망으로 비뚤어진 평행 세계의 굴단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하지만, 사전에 가로쉬가 오크들에게 만노로스의 피를 마시지 말라고 경고함으로써 호드들을 타락시키는 데는 실패하게 된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결국 킬로그 데드아이가 굴단의 꼬임에 넘어가 만노로스의 피를 마시지만, 첫 번째 시도에 실패하면서 킬제덴의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놓인다.

그렇게 킬제덴의 계획이 어그러지자, 또 다른 군단의 2인자인 아키몬드가 드레노어의 군단 침공을 주도하게 된다. 치밀한 킬제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인 아키몬드의 지휘하에서 군단은 원래 세계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모험가의 개입으로 아키몬드가 사망하면서 또다시 불타는 군단의 아제로스 침공은 실패하게 된다.

비록 킬제덴의 계획과 불타는 군단의 야욕은 다시금 막혔지만, 그는 드레노어에서 모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자신이 타락시킨 평행 세계 굴단의 행동을 주시하며 기회를 엿본다.




- 이 두 눈으로 봤다... 나는 군단을 봤다.
셀 수 없는 병력이 세계를 불태우고, 복종시키고, 정복하는 모습을...
막을 수 없는 파괴의 현신을 봤다. 우리는, 그 선두에 서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 그래? 그렇다면 그 "영광"의 대가는 뭐지?

- 복종을 맹세해야 한다.

- 그 주인은 누구인가?

- 주인이라고?
아니... 구원자다! 인도자다! 영겁의 세월을 넘어 내게 말씀하시는 분이다.
내게 또 하나의 눈과 지혜를 주시고, 이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법을 주시고...
진정한 힘을 향해 갈 길을 보여주셨다.
강대한 정령들까지도 빛바래게 할 힘이다.

- 코믹스 굴단과 이방인 中 -



◈ 굴단을 살게라스의 무덤으로 이끌다

지옥불 성채에서 아키몬드가 패한 뒤, 평행 세계의 굴단은 불타는 군단의 침공을 위한 차원 문을 열기 위해 아제로스로 보내진다. 이후 킬제덴은 정신으로 굴단과 소통하면서 굴단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 그는 굴단에게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는데 필요한 부분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는 킬제덴이 굴단을 믿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는 힘에 대한 갈망이 있는 굴단이 결국 원래 세계 때와 같이 불타는 군단을 배신할 것으로 생각했다.

한편 굴단을 쫓아온 카드가는 마이에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흑마법으로 몸을 숨긴 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굴단은 카드가를 비롯해 마이에브까지 죽이겠다고 하지만, 킬제덴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빨리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으라며 지시를 내리고, 굴단은 다시금 굴복하지만 킬제덴에게 강한 불신과 불만을 가지게 된다.

킬제덴은 또한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는 방법에 관해 묻는 굴단에게 너는 이미 길을 알고 있다며 원래 세계의 굴단과 평행 세계의 굴단을 동일시한다. 이를 부정하던 굴단은 킬제덴의 인도로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아내고, 결국 자신이 그곳에 와봤음을 깨닫는다. 즉 자신과 원래 세계의 굴단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에 굴단은 또 다른 굴단의 행적에 대해 킬제덴에게 묻지만, 그는 굴단이 배신했다는 것 외에 어떠한 사실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굴단은 기만자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그저 평행세계의 드레노어에서 실패한 것처럼 이곳에서도 군단이 실패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오면 불타는 군단과 킬제덴을 배신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안내하십시오, 킬제덴. 난 성공할 테니."

그는 어둠에 잠긴 살게라스의 무덤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공간이라는 건 분명했다. 수없이 많은 통로가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졌다. 수천 년 전의 마법과, 이 세계의 영혼들의 운명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그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킬제덴도 더는 재촉할 필요가 없었다. 굴단은 무덤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안에 담긴 힘이 곧 그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군단의 손이 아니라... 그의 손에.

- 오디오 북 살게라스의 무덤 中 -


이후 굴단은 킬제덴에게 쌓여가는 불신을 숨기며 무덤으로 들어가 에이그윈이 걸어둔 봉인의 룬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굴단을 뒤쫓아온 카드가가 그를 막으려 하고, 둘은 강력한 마력을 통해 전투를 시작하나 킬제덴은 다시 한번 굴단을 제지하고 통제한다.

이때 킬제덴은 카드가가 승리하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며 그것이 불타는 군단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하는데, 굴단은 그 말을 듣고 카드가 역시 불타는 군단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대마법사로 불리는 카드가가 군단의 편에 서게 된다면 자신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굴단은 다시 몸을 감춘채 다섯 개의 봉인 룬을 하나씩 해제하는데, 이 역시 킬제덴의 계략 중 하나였다. 에이그윈은 불타는 군단, 즉 악마가 절대로 룬을 해제하지 못하게 해두었지만 굴단은 악마가 아니어서 봉인을 해제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킬제덴은 평행 세계의 굴단을 믿지 않으면서도 살게라스의 무덤까지 이끌었던 것이다.

킬제덴의 지시에 따라 굴단은 4개의 룬을 파괴하고, 급박해진 카드가는 굴단의 정신을 흩트려 그를 막기 위해 원래 세계의 굴단이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려준다. 원래 세계의 굴단이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에게 찢겨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굴단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힘이 군단에 필요 없어지면 버림받아 죽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굴단은 군단에게서 받은 모든 힘을 마지막 봉인을 향해 사용하고, 룬이 깨지면서 풀려나온 강력하고 막대한 힘을 자신이 차지한다.

굴단은 새로운 힘을 통해 킬제덴과의 결속을 거슬러 뒤틀린 황천에 있는 그를 마주하게 된다. 킬제덴은 오만함에 가득 찬 굴단에게 원래 세계의 굴단이 찢겨 죽은 이유는 자신을 배신했기 때문이며, 그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굴단이 지금 가진 그 힘은 일시적이며 불타는 군단이 줄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득하지만, 굴단은 그를 믿지 않는다. 결국, 킬제덴은 자신은 기만할지언정 단 한 번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굴단의 정신을 밀어낸다.




—종속은 감옥이 아니다. 넌 날 섬기고, 다른 자들이 널 섬기지. 수많은 자들의 주인이 되어 군단의 병력을 지휘하는 걸 상상해 봐라. 네가 불태울 수많은 세계를 상상해 봐라.—

굴단은 킬제덴을 바라봤다. 저 모든 힘. 저 모든 격노. 하지만 이제는 날 복종하게 만들지 못한다. 공허한 약속은 필요 없어. 킬제덴은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걸 느끼는 듯했다.

—그만둬라, 굴단. 선택해. 네 충성심을 증명하고, 네 힘을 차원문으로 돌리면 길이 열릴 것이다. 아니면 다시 한 번 우릴 배신할 수도 있어. 우리가 널 파괴하기 전에 네가 즐길 수 있는 건 무가치한 필멸자들에게 의미 없는 복수를 하는 일뿐이다.—

에레다르는 떠나려 했다.

—알아 둬라. 날 “기만자”라고 불러도 좋지만, 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한 번도. 이 세계에서도, 또 네 세계에서도.—

- 오디오 북 살게라스의 무덤 中 -


이때 카드가의 요청을 거절하고 감시관의 금고를 지키러 떠났던 마이에브가 돌아와 카드가와 함께 굴단에게 맞선다. 굴단은 자신의 강력한 힘에 취해 카드가와 마이에브 따위는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하지만 카드가와 마이에브는 자신들이 죽더라도 온 아제로스가 힘을 합쳐 너에게 맞설 것이라고 단언하며 계속해서 굴단을 공격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굴단은 자신이 그들을 죽이더라도 드레노어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들이 맞서 일어날 것이며, 그 분노를 자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서 공포를 느낀다.

결국, 굴단은 한참의 계산과 고민 후 불타는 군단에 복종하기로 하며, 자신의 힘을 놓고 차원 문을 열게 된다. 킬제덴은 굴단의 잠깐의 배신을 용서하고 오히려 그를 불타는 군단의 간부로 승격시켜준다.

—잘했다, 굴단. 바랐던 대로 넌 미래를 볼 줄 아는구나.—

킬제덴의 말이 이제는 머리를 울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굴단은 불타는 군단에게서 무언가 다른 걸 느꼈다. 신뢰였다. 아찔한 감정이었다.

“이제 뭘 합니까?”

—지켜봐라. 네가 뭘 물려받을지 봐라.—

킬제덴은 굴단을 끌어올려 군단의 영광을 목격하게 했다.
무한한 어둠에 빛이 스며들어, 수많은 병력을 비췄다. 시선이 닿는 곳 모두를 채운 병력은 준비를 마친 후였다. 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길이 없었다. 지금과는 달랐다. 소용돌이치는 힘이 그들을 다른 세계로 인도했고, 모두가 기꺼이 따랐다.

“꿈꿨던 것 이상입니다.”

—아제로스의 종말이 시작된다.—

거기 아제로스가 있었다. 그리고 불타는 군단의 병력이 쇄도하는 곁에 굴단이 섰다. 군단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곧 그도 합류할 것이다. 하수인이 아니라…
… 지도자로서.

- 오디오 북 살게라스의 무덤 中 -



◈ 군단, 부서진 섬 침공부터 최후까지

불타는 군단의 간부가 된 굴단은 감시관의 금고에서 마이에브가 봉인했던 일리단의 육체를 탈취한다. 이는 일리단의 육체에 살게라스를 소환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굴단은 부서진 해변에서 바리안 린, 볼진, 티리온 폴드링 등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영웅들을 죽이고 살게라스의 힘을 받아 밤의 요새에서 불타는 군단을 위해 일한다.

한편 킬제덴은 아제로스 침공이 본격화되자 고위사령관 라키쉬를 엑소다르로 보내 드레나이들을 학살하고, 나루 오로스를 파괴하라 명한다. 이때 수라마르에서 찾은 빛의 결속체에서 투랄리온의 전언을 전해 들은 카드가는 그 뜻에 따라 모험가들에게 미지의 물체를 벨렌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한다. 벨렌을 찾아간 모험가들은 엑소다르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미지의 물체를 감정해달라 하는데, 벨렌은 그것이 바로 나루의 시초인 제라가 남긴 '빛의 심장'이라고 대답한다.

빛의 심장은 불타는 군단에 대항할 수 있는 지식이 담긴 핵이었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제라의 후손 오로스가 있어야 했다. 이에 벨렌과 모험가들은 오로스가 있는 나루의 보좌로 이동했으나, 라키쉬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오로스를 파괴해 소멸시켜버린다. 분노한 벨렌은 영웅들과 함께 라키쉬를 단죄하려 하지만, 그를 공격할수록 이상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결국, 무엇인가 깨달은 벨렌은 라키쉬를 공격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는데, 나머지 영웅들이 들어주지 않자 파티에서 빠져나가 오히려 아군을 공격한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라키쉬는 자신이 타고 있던 기계에서 추락하며 최후를 맞이하고, 벨렌은 쓰러진 그를 끌어안은채 아군에게 라키쉬가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라키쉬는 그 옛날 아르거스에서 벨렌이 살게라스를 피해 도망칠 때, 자신의 가족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던 탈가스가 그를 배신하고 킬제덴의 편에 서면서 헤어졌던 아들이었다. 킬제덴은 악마 심문관에게 라키쉬를 고문하라 명했고, 매우 고통스러운 정신적 신체적 고문으로 인해 결국 그는 만아리가 되어 불타는 군단을 섬기게 되었다.

벨렌은 자기 아들이 악마가 된 사실도 모른 채 예언에 매달렸던 것에 대해 큰 자괴감을 느끼고 좌절한다. 결국, 킬제덴은 벨렌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기나긴 복수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아니야, 모든 게 잘못됐어. 나... 난 이곳이 처음이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은... 이럴 순 없어!
영웅들이여, 라키쉬를 죽이면 안 되네! 멈추게! 제발! 그를 살려주지 않겠다면, 내가 막겠네!

- 너희 얼굴이 내 최후의 순간을 함께할 거다. 나는 고통스러워 하는 네놈들을 보며 재로 돌아가, 망각으로 떨어지겠다. 기꺼이 받아들여 주마... -

아이야, 이 날을 미리 보았냐고 물었지.
그래... 보았단다... 하지만 지금까진... 이해하지 못했지.
이젠 기억의 속삭임으로만 남은 그 옛날, 내겐 아들이 있었다. 그 아이가 태어나던 날, 난 환영을 보았지. 그 환영 속에서 난 죽어가는 어떤 에레다르를 품에 안고 울고 있었어.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지. 너처럼...
하지만 킬제덴이 내 가족을 앗아간 날, 난 그 환영을 묻어 버렸고, 영겁을 세월 동안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잊혀지도록 두었지. 지금 이렇게, 널 내 품에 안고 있으니, 이제야 알겠구나.

이제 여기서 자네가 할 일은 없네, 용사여. 빛의 심장을 갖고 카드가에게 돌아가게. 그에게... 그에게 오늘 여기서 빛이 죽었다고 전해 주게.
잘 가게...

- 빛의 인도자 퀘스트 中 -


벨렌에 대한 킬제덴의 개인적인 복수는 성공했지만, 살게라스를 일리단의 빈 육체에 불러오는 의식을 치르던 굴단이 아제로스의 용사들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면서 불타는 군단은 또다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추가로 굴단은 자신이 지옥 마력으로 폭사시켰던 바리안 린과 동일한 방법으로 일리단에 의해 사망한다. 그리고 원래 세계의 굴단보다 더 비참하게, 해골까지 파괴되면서 그가 살았었다는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굴단의 패배 후 킬제덴은 뒤틀린 황천에서 벨렌이 직업 전당의 영웅들과 달라란에서 만나는 것을 지켜보는데, 그의 옛 친구가 자신을 괴물이라 칭하는 것을 듣게 된다. 킬제덴은 이에 화가 난 듯 그들의 영상을 지워버리고, 살게라스에게 자신과 아키몬드를 타락시킬 때 보여주었던 불타는 군단의 영광스러운 승리와 모든 세상 만물을 끝내는 전쟁에 관해 이야기한다.

살게라스는 자신들의 성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답하지만, 킬제덴은 살게라스의 뜻에 따라 모든 일은 진행했으나 아제로스 침략 후 얻은 것은 실패뿐이라고 따진다. 이에 살게라스는 오히려 킬제덴에게 결의가 부족한 것이라며 불타는 군단의 운명을 잊었냐고 대꾸한다.

결국 킬제덴은 살게라스에게 화를 내면서 그 운명의 대가로 자신의 세상인 아르거스를 바쳤으며, 이제 아제로스에서 승리를 거둘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다수의 군단 함선을 소환해 달라란으로 보내며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라고 명령한다.

이는 평소 냉정하고 치밀한 계략을 세워 적을 공격하던 킬제덴의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로는 긴 시간 준비해왔던 벨렌에 대한 복수가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자신을 괴물이라 칭하며 어떠한 마음도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옛 친구의 모습에서 배신감과는 또 다른 외로움과 충격을 느낀 것이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




저는 지옥불꽃을 몸에 받아들이던 날... 제 운명을 보았습니다.
위대한 성전, 세상 만물의 끝으로 이어지는 성전! 그런 미래를 저에게 보여주셨죠.

—우리의 성전은 계속된다.—

우리가 지금껏 행한일은 모두 당신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것이라곤... 실패뿐이죠.

—우리의 운명을 잊은 것이냐? 내가 너의 결의를 과대평가한 모양이구나.—

그 운명의 대가로 제 세상을 바쳤습니다! 이제 그 운명을 실현할 때입니다.
불타 무너져라.

- 살게라스의 무덤 트레일러 中 -


그의 지시로 불타는 군단이 부서진 해변을 다시 장악하기 시작한 뒤, 킬제덴은 군단을 보내 부서진 섬 전체를 침공한다. 동시에 그는 살게라스의 무덤에서 몰락한 화신을 되살려 불타는 군단을 막으려고 하는 모험가들에게 보낸다. 하지만 벨렌과 일리단, 카드가를 포함한 아제로스의 영웅들은 화신을 잡아내고, 불타는 군단의 차원문을 통해 뒤틀린 황천으로 건너가 킬제덴을 추격한다.

킬제덴의 함선에 도착한 뒤 벨렌은 괴물로 변해버린 그의 옛 친구에게 동족을 행성 너머에서까지 고통받게 했다며 절대 용서 못한다고 외친다. 그의 외침에 킬제덴은 오래전 모든 것이 시작되던 시점, 벨렌이 눈이 멀어 군단의 필연적인 승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답한다.

이에 벨렌은 그 당시 킬제덴과 아키몬드가 배신하지 않고 빛을 믿었다면, 그리고 세 명의 지도자가 힘을 합쳤다면 살게라스를 이겨내고 아르거스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킬제덴은 벨렌에게 아들 라키쉬가 죽을 때 빛은 그를 구원하지 않았다며 라키쉬의 죽음을 조롱하고, 벨렌은 크게 분노해 아제로스의 영웅들과 함께 킬제덴을 비롯한 불타는 군단을 끝장내겠다고 선언한다.




벨렌 : 네놈은 동족을 행성 너머에서까지 고통받게 했다. 용서 못한다!
킬제덴 : 눈이 먼 것은 너였다! 군단의 필연적인 승리를 한사코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지.
벨렌 : 빛을 불신하다니... 함께였다면 살게라스를 이겨내고 우리 세상을 지켜낼 수 있었을 텐데.
킬제덴 : 빛이 네 아들을 구원했더냐? 라키쉬가 끝내 눈을 감을 때 그 눈에서 빛난 것은 믿음이었더냐? 아니면 자기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증오였더냐?
벨렌 : 으아아아아아!
킬제덴 : 이제 너의 무의미한 분노가 동지들을 파멸로 이끌었구나. 내 무한한 군단이 놈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광경을 똑똑히 보아라!
벨렌 : 아니 우릴 분열시킬 순 없다, 기만자. 나는 그들 곁에, 그들은 나의 곁에서 싸운다. 함께 네놈들을 없앨 것이다.

- 살게라스의 무덤 킬제덴 전투 中 -


치열한 전투 끝에 결국 킬제덴은 패배하고, 그의 함선은 아르거스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한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킬제덴은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벨렌을 향해 그의 재능과 신념, 예언 능력까지 모든 것을 항상 부러워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살게라스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으나, 벨렌이라면 그를 막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벨렌은 조용히 자신의 손을 킬제덴의 이마에 가져다 댄다. 살게라스가 약속했던 강력한 힘에 굴복해 에레다르를 파멸로 이끈 장본인이자 자신의 아들까지 죽게 만든 킬제덴이지만, 벨렌은 형제와도 같았던 오래전 친구의 최후 앞에서 그를 용서한다.

이후 일리단이 가져온 살게라이트 쐐기돌과 카드가의 마법으로 아제로스의 영웅들이 모두 사라지자, 킬제덴은 몸 안에서 지옥 마력이 폭발해 그의 함선과 함께 산산이 조각난다. 그렇게 불타는 군단의 2인자이자 기나긴 워크래프트 사가의 주요 악 중 한 명이었던 '기만자 킬제덴'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역사에서 영원히 퇴장한다.

살게라스의 무덤 공격대 던전에서 킬제덴을 소개하는 문구 중, "그의 어떠한 기만으로도 당신이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는 일을 막지는 못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아제로스 티탄을 파괴하려던 살게라스의 뜻에 따라 킬제덴은 수많은 기만을 했으나, 영웅들과 모험가의 활약으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그리고 결국 뒤틀린 황천까지 쫓아온 이들에 의해 그는 아제로스 침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한다.




나는 항상 네가 부러웠었다.
너의 재능, 너의 신념, 미래를 보는 눈...
나는 살게라스를 막을수는 없다고 믿었다.
너라면 나와는 다를지도...

- 살게라스의 무덤 엔딩 시네마틱 中 -




킬제덴은 아키몬드와 함께 살게라스가 다른 티탄들을 배신한 이후 가장 먼저 찾아낸 지휘관으로, 수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계략과 기만을 통해 불타는 군단을 이끌었다. 또한 굴단을 타락시켜 오크들이 악마의 피를 마시게 했으며, 그들이 드레노어를 파괴하고 아제로스를 침략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넬쥴, 캘타스, 일리단 등 직접적으로 그와 관련 있는 인물들과 거기서 파생된 아서스, 실바나스 등 수많은 이들은 워크래프트의 세계관 형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어떠한 이야기도 선한 쪽만 존재한 상태로는 진행되지 않는다. 악이라는 그림자가 있어야 이야기는 극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즉, 킬제덴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나아가 워크래프트 사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필요했던 한 축이었다. 그런 그가 사망하면서 완전히 퇴장했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워크래프트 이야기가 거의 끝나간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살게라스나 공허의 군주 등 더 큰 악들이 남아있으나, 이들이 킬제덴만큼 워크래프트 이야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미지수다.

워크래프트 3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에 등장해 우리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었던 기만자 킬제덴, 그의 역사는 곧 워크래프트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가 떠난 자리를 블리자드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채워 넣을 지, 또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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