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저평가? 고평가? 영국 프리미엄 함선 체셔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게임뉴스 | 이문길 기자 | 댓글: 6개 |
최근 프리미엄 상점을 통해 영국 8티어 프리미엄 순양함 체셔의 재출시가 이뤄졌다. 재출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미 올해 2월에 한 차례 출시된 적 있는 이른바 중고 함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유하고 있는 유저가 극히 드문 '레어' 함선인데, 이는 당시에 한창 대형 이벤트들이 진행될 시기라 유저들의 관심이 덜했고, 판매 기간 역시 일주일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기 때문이다.

정작 체셔가 재조명을 받게 된 시기는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와의 3차 콜라보가 발표된 후였다. 체셔 고양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일러스트가 커뮤니티에서 꽤 인기를 끌었고, 원본이 되는 함선에 대한 문의도 덩달아 늘어났다.

문제는 이미 판매가 종료된 후였기에 구할 방법이 없었고, 오히려 보유한 유저가 적은 것을 이용해 'OP 함선이라 밸런스 조절을 위해 서둘러 판매 금지가 되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하나의 밈으로 퍼지기도 했다.

기자 역시 체셔에 대한 온갖 추측성 글들을 보면서 실제 성능에 대한 많은 의문점이 들었는데, 이번 출시를 기회로 직접 체셔의 오너가 되어 오해와 진실을 하나씩 밝혀보기로 했다.




▲ 중고지만 신인같은 신선함을 가진 함선 체셔




▲ 체셔가 다시 관심을 받는데 일조한 벽람항로의 체셔
(출처 : 벽람항로 공식 카페)



고각포에 느린 속도, 허약한 방어력까지?
아니 이런 배를 대체 누가 OP라 하는 거죠?

재발매가 이뤄졌지만, 체셔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일단 빠르게 판매 중지가 이뤄진 탓에 OP라는 낚시성 글들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가 타도 승률을 보장할만한 고성능 배는 아니다.

전적 사이트에서도 승률을 비롯한 평균 대미지가 모두 중위권을 가리키고 있으며, 카탈로그 스펙만 봐도 3X2 주포 구성에 연사력 12.5초라는 부족한 DPM으로 캐리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동일한 선체를 사용하는 정규 트리의 알버말이 성적이 더 좋게 나올 정도다.




▲ OP라기에는 카탈로그 스펙만 봐도 부족한 점이 많은 함선이다



다만 알버말이나 체셔나 주포 말고는 똑같은 배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게 많다. 실제로는 주포를 비롯해 어뢰와 대공, 심지어 피탐지와 사거리 등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아 성능상 다른 배에 가깝다.

주포는 9~10티어에서 사용되는 234mm(9.2인치) 대구경포를 미리 끌어다 쓰는 형태고 피탐지는 최대로 줄이면 9.5km라는 중순양함치고 상당한 은폐력을 보여준다. 특히 대공 성능에 대해서는 동티어 최상위권의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치고 빠지는 운영 스타일은 알버말과 닮았으나 게임 내에서의 위치나 움직이는 방향은 다소 다르게 해석하는 것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알버말과의 외형 차이는 중앙에 함재기 캐터펄트 부분이 전부다




■ 고티어에서 미리 끌어다 쓰는 234mm 주포

흔히 영국 중순양함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각 저속포 그리고 짧은 사거리를 꼽는 유저들이 많다. 실제 정규 트리의 알버말은 이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234mm포를 쓰는 체셔는 고각일지언정 저속탄은 아니다. 탄도 자체는 고각에 가깝지만 탄의 무게 덕에(알버말 116kg / 체셔 185kg) 실속이 적어 프랑스 혹은 일본의 탄속과 큰 차이가 없다. 최대 사거리까지 10.6초면 날아가고, 리드샷도 한두 번 쏘면 무리 없이 감을 잡을 수 있다.

즉, 미국과 영국의 흔한 고각포를 생각하기보다 프랑스나 일본 순양함포에 가까운 물건인데, 고각포의 장점인 섬뒤 사격은 가능하면서 명중률은 일본 중순양함급으로 뽑히기에 생각 외로 고성능이다.

화재율은 함장 스킬과 신호기를 사용하면 28%까지 뽑히며, 사거리면에서도 16.1km로 준수한 수치를 지녔다. 아쉬운 부분은 정찰기를 쓸 수 있는 알버말에 비해 체셔는 캐터펄트 부분을 없애고 대공포를 집어넣었기에 사거리를 더이상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 고각 탄도는 맞으나 탄속이 느린편은 아니다




■ 옆구리 노출하면 그대로 항구로 사출! 허약한 방어력

장갑 자체는 알버말과 동일하기에 방어적인 성능은 기대하지 말자. 갑판 장갑은 30mm로 나름 6인치 구경에 대해 내성을 지녔으나, 나머지 부위는 포좌를 제외하면 어디를 맞아도 다 뚫린다.

특히 옆구리의 경우 집중 방호 구역이 쏘기 좋게 수면위로 툭 튀어나와 있어, 전함들에게 보이는 순간 항구로 사출된다. 추가 방뢰 장갑이나 측면 장갑 없이 152mm 장갑 하나만 뚫리면 바로 시타델 직행 판정이 나기 때문에 주포를 쏘지 못해 답답하더라도 옆구리는 보여주지 말자.




▲ 여기 노리고 쏘라고 친절하게 줄까지 그어져 있다



물론 18인치 이상의 대구경 전함이라면 각을 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선수에서든 후미에서든 온갖 루트로 뚫고 들어오니 최대한 어그로를 끌지 않는 운영이 필요하다.

다행히 8티어부터 장착되는 슈퍼 수리반 소모품 덕에 한 번 정도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으니, 너무 초반부터 몸을 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장갑에 대해서는 어떻게 각을 줘도 신뢰감이 떨어지니 탱킹할 생각은 고이 접어두자




▲ 사용 횟수는 1개 적으나, 많은양의 내구도를 수리해주는 슈퍼 수리반을 보유하고 있다




■ 상대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인 대공

항모 유저 입장에서 8티어 중순양함에 대한 편견이 있기에 강해봤자 볼티모어급이라 생각하고 밀고 들어올 때가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체셔는 부포로도 쓰이는 113mm 양용포가 16문이나 빼곡히 들어차 있고, 오리콘도 20X2로 숨 쉴 틈 없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본래 함재기 캐터펄트가 위치한 곳에 추가로 보포스를 설치해 대공 능력을 극대화시켰는데, 유틸성을 희생시킨 만큼 알버말과 비교하면 1.5배 이상의 대공 성능을 보여준다.

실제 대공 수치가 85로 8티어 함재기는 우습게 갈아버릴 수 있고, 10티어 함재기라도 체셔를 노리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력하다. 더 와닿는 설명을 하자면 미국 10티어인 디모인보다 실대공 수치가 높다.




▲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도 자비없이 갈아마시는 강력함!




■ 낮은 주포 DPM

체셔를 구입할 때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으로 3X2의 6문에 불과한 주포 무장이 손꼽힌다. 실제로 체셔의 저평가에 지대한 공헌을 한 범인으로 재장전이 12.5초로 빠른 것도 아니고 주포 회전 속도도 평범하기 짝이 없다.

구축함을 제외하고 연장포 구성의 순양함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문데, 당장 소련 10티어 경순양함 네브스키가 초월적인 성능의 주포를 지녔음에도 포문수가 적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체셔도 마찬가지로 상대가 한꺼번에 라인을 밀고 들어오면 아무리 쏴도 결국 DPM 부족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면전이 자주 펼쳐지는 북미 서버라면 체셔보다 차라리 어뢰 사거리도 조금 더 긴 알버말이 나은 수준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포각에 있다. 뒷포를 끌어다 쓰려면 필연적으로 옆구리가 노출되기에 어그로가 끌린 상황에서는 각을 주면서 앞포문밖에 쓸 수 없다. 이런 경우 날아가는 탄은 고작 4발로 화재조차 기대하기 힘든 투사량이다.




▲ 서버 평균 딜량이 낮은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포문수도 적은데 포각도 나쁘다




▲ 헤드온 상태가 되면 더 아쉬워지는 주포 화력



다만 서로 라인을 지키며 지연전이 펼쳐지는 과정이라면 체셔의 위력은 강해진다. 한 방이 강한데다 화재율도 높아, 상대의 피해 복구반이 빠지면 바로 불을 붙이는 등 조금씩 갉아 먹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심지어 대공 수치도 높기 때문에 항모로 인한 라인 조율을 어렵게 만들고, 헤드온을 한 상대로도 충분히 대미지가 나오므로 방어전에서는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군의 라인 교전 능력에 따라 게임이 흘러가는 일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상급 실력을 지닌 유저가 키를 잡더라도 포텐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DPM이 절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혼자서 캐리한다는 개념에는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함대 보조에 특화된 함선으로 적절히 어그로 분산 하면서 단기전은 피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농구로 치자면 슈팅 가드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스스로 라인을 조절하거나 밀고 들어가는 피지컬은 부족하지만, 상대 라인에서 흘러나오는 함선을 잡아먹거나, 어그로를 분산시키며 귀찮게 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 상대 전함이 마음먹고 밀고 들어오면 막상 할게 없어진다




■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무장과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철갑탄

영굽답게 부무장으로 단발식 사격이 가능한 4연장 어뢰가 양현에 한개씩 달려 있다. 다만 사거리가 8km로 짧아 활용하기가 애매하다.

정규 트리의 경우 사거리가 10km로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 옵션으로서의 가치도 있으나, 체셔는 최후의 수단이나 혹은 동귀어진 상황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써먹기는 힘들다.

다행히 어뢰각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 상대가 근접해오기만 한다면 무리 없이 어뢰를 꽂아 넣을 수 있다. 적어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무리하게 옆구리를 틀다가 폭사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 사거리가 8km로 짧지만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크다



철갑탄 역시 정규 트리와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는데, 미국처럼 도탄각 보정이 없어 단순히 234mm라는 대구경 하나만 믿고 쏴야 한다.

다행히 구경값은 하는 덕에 16mm 장갑까지 오버 매칭이 가능하다. 운 좋게 하위 티어 매칭이 된다면 영국이나 프랑스 순양함 등 종잇장 배를 신나게 뚫어줄 수 있다.

고티어 매칭에서도 구경 자체는 준수하기 때문에 근접한 상황이거나 상대가 옆구리를 노출한 경우 적극적으로 꺼내 들 필요가 있다. 가끔 안 쓰는 것보다 못한 관통력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실전에서 직접 써본 결과 그 정도로 나쁜 성능의 철갑탄은 아니다.




▲ 철갑탄은 그래도 구경값을 하기 때문에 아예 배제하는 플레이는 하지 말자




■ 피탐은 좋으나 둔한 기동성, 맵 리딩과 이기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국 중순양함 공통의 특징인 둔한 기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피탐지는 9.5km로 좋은 편이지만 가속력과 조타 속도가 느려 도망가야겠다고 판단을 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

카이팅을 할 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으로 최대 속도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선회 반경 덕에 실속이 커서 체감상 30노트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즉, 상대를 쫓아가는 것도 전장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한 박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가감속이나 조타를 이용한 카이팅 플레이는 사실상 힘들다



5번 슬롯에 조타를 다는 세팅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체셔의 본질은 상대에게 아예 어그로가 끌려서는 안되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어차피 탱킹을 한다고 나서봤자, 갑판으로 도탄내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전함탄에 속절없이 전신이 뚫리는 구조다. 아군 전함이나 순양함 등 누군가 포를 쏘지 않는 이상 혼자 어그로를 받아내기에는 기동력과 내구도 모두 낙제 수준이니 아군을 최대한 활용한 플레이를 하자.

만약 본인이 카이팅에 특화된 함선을 좋아한다면 체셔는 추천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거리나 조타 속도, 장갑 구조 등 모든 면에서 난이도가 높다.




▲ 상대 전함의 주포가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땔감에서 이지스함까지 극단적으로 평가가 갈리는 체셔
전장 환경, 매칭 티어 등 변수 많은 고난이도 함선

종합하자면 들리는 소문과 달리 주포 자체의 성능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다만 포문수의 한계로 혼자서 라인을 담당하기에는 화력이 부족하다. 혹시 자신이 캐리할 생각으로 배를 뽑고 싶다면 체셔는 좋은 카드가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줘도 아군 라인이 밀리거나, 반대쪽 라인이 터지더라도 지원가기에 기동력이 부족하여 게임 끝날때까지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10티어 매칭이 걸린다면 짧은 사거리덕에 더더욱 할 게 없어지는데, 이럴 때는 곱게 아군 전함 근처에서 방공 우산을 펼쳐주거나, 어그로 관리를 하면서 피해 복구반이 빠진 함선에 다시 불맛을 내주자.

다행히 알버말에 비해서는 차별점이 많기에 정규 트리와 별개로 구입할만한 가치는 있다. 234mm 구경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대공 능력은 10티어 성능을 끌어다 쓰는 기분이라 항모 매칭이 자주 잡히는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초보가 체셔의 모든 성능을 끌어내기는 무리가 있겠으나, 어느 정도 피탐 플레이가 익숙한 유저가 순수하게 상대에게 불을 지르겠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한다면 이만큼 재미있는 함선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메타는 영국 중순양함을 비롯한 체셔에게 웃어주는 환경이다. 메타가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는 체셔를 타도 큰 불만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는 영국 중순양함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게 만들어 준 고마운 함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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