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GC 미드 난투] 2주간 히오스 팬들을 설레게 한 세계 최정상급 경기들! 종합 리뷰

기획기사 | 박태균 기자 | 댓글: 10개 |



지난 9일 개막한 2018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쉽(이하 HGC) 미드 시즌 난투(이하 난투)가 19일 진행된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의 팀과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며 전 세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HoS)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겼다.

한편, 올해 HGC 난투는 짜릿한 한끗 차 승부로 끝난 결승전을 포함해 많은 것을 보여줬다. 명경기를 연출했던 각 지역 팀들의 이야기와 올해 상반기 메타를 지배한 주류 영웅들, 밴픽과 전략이 만든 승리까지, 지난 2주간의 난투가 남긴 것들을 되돌아보자.


■ 아쉬웠던 한국, 여전했던 유럽, 의외였던 북미





한국 팀들은 HGC의 국제 대회에서 늘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3강으로 불리는 젠지, 템페스트, 발리스틱스는 모두 국제 대회 우승 경력이 있으며 최근 HGC KR 페이즈1 및 이스턴 클래시에서 보여준 경기력 또한 더없이 훌륭했다. 이에 한국 팬들의 기대는 더없이 컸고, 올해 난투에서는 한국 내전의 결승전이 나오길 바랐다.

하지만, 한국의 기세가 올라온 만큼 유럽과 북미의 경기력도 만만치 않았다. 젠지는 우승을 거뒀지만, 템페스트와 발리스틱스는 각각 디그니타스와 템포 스톰에게 무너지며 3위와 5-6위로 난투를 마무리했다. 물론 이 역시 12팀이 참가한 국제 대회에서 결코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세트포인트 리드 중 나온 역전패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두 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제전을 위한 전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유럽 대표로는 디그니타스, 프나틱, 메소드가 출전했다. 작년 HGC 난투 우승팀이자 파이널 준우승팀 프나틱은 최근 잦은 리빌딩으로 완성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룹 스테이지에선 오히려 메소드가 더 괜찮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패자조 1라운드에서 진행된 두 팀의 경기는 프나틱의 역스윕 승리로 끝났다. 원로 멤버 'Breez'의 전사 플레이와 준비된 밴픽 전략이 일품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프나틱에게 밀리며 유럽의 2인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디그니타스는 'Wubby'의 복귀와 'POILK'의 영입을 통해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디그니타스는 프나틱의 빈자리를 채우듯 매서운 경기력을 보여줬으며, 결승전에서는 젠지를 턱 끝까지 위협함으로써 유럽은 여전히 HoS 프로신의 강호 지역임을 입증했다.




템포 스톰은 이번 난투에서 발리스틱스를 꺾고 4위에 오르며 북미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발리스틱스에게 3연승을 따낸 템포 스톰은 패자조 2경기 리매치에서 '패패승승승'의 역스윕을 만들며 지난 승리가 요행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확실히 준비된 듯한 밴픽과 운영, 마지막까지 이어진 집중력은 템포 스톰이 왜 북미 1위인지를 여실히 알려줬다.

한편, 템포 스톰 출신의 'Arthelon'가 이끄는 히어로즈하스는 북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작년 8월 창단해 올해 첫 HGC NA 경기를 치른 히어로즈하스는 웨스턴 클래시 이후 7연승을 달성하며 1부 리그 진입과 국제 리그 출전을 동시에 해냈다. 올해 난투 일정은 플레이오프 패자조 1라운드에서 마쳤으나, 그룹 스테이지에서 템페스트와 메소드를 상대로 보여준 기대 이상의 저력은 향후 국제전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상반기는 우리가 대세! 2018 HGC 난투 주류 영웅 분석




올해 HGC 난투의 키워드는 신규 영웅들의 활약이었다. 작년 HGC 파이널 이후 추가된 신규 영웅 한조, 블레이즈, 마이에브, 피닉스, 데커드 등은 모두 걸출한 성능으로 밴픽 목록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이중 가장 핫한 영웅은 단연 블레이즈로, 플레이오프 경기 기준 밴픽률 92.5%라는 기염을 토했다. 훌륭한 기본 성능과 함께 벙커 투하라는 궁극기는 프로 레벨의 경기에서 어마어마한 변수로 작용했다.

눈에 띈 다른 부분은 제이나의 잦은 등장이었다. 제이나의 경우 HGC KR에서는 보기 어려운 영웅이지만 해외, 특히 HGC NA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은 영웅이다. 이번 난투에서도 북미 팀들은 그룹 스테이지부터 꾸준히 제이나를 사용했고, 이를 지켜본 한국과 유럽 팀들도 플레이오프에서 제이나를 꺼내기 시작했다. 순간 포커싱과 폭딜이 중요해진 최근 시점에서 제이나는 상당히 유효한 픽이었다.

한편, 올해 난투에서 겐지의 용검 쇼는 나오지 않았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궁극기인 용검은 꺼내는 순간 상대의 모든 어그로를 끌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에 용검 대신 순간 딜링 및 생존에 큰 도움을 주는 폭렬참이 겐지의 대세 궁극기로 자리 잡았다.

지원가로는 언제나 그랬듯 말퓨리온이 거의 모든 경기에 등장했고, 스투코프, 카라짐, 데커드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기존에 트레이서와 함께 묶여 사용됐던 태사다르는 피닉스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전장에 종종 얼굴을 내비쳤다. 전사는 블레이즈와 가로쉬가 압도적인 밴픽률을 보인 가운데, 요한나-레오릭-데하카 등 클래식한 영웅들이 호흡을 맞췄다.


■ 전략 적중, 준비된 밴픽이 만든 승리

모든 AoS 게임은 영웅 밴픽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게다가 HoS의 경우엔 다른 AoS 게임들과 달리 전장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올해 난투에 참가한 팀들 역시 본인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밴픽 전략을 몇 가지 살펴보자.

■ 지원가는 하나면 충분하다! 프나틱의 아바투르

작년 HGC 파이널까지 메타의 중심이었던 2지원가 조합이 패치로 인해 완전히 매장된 후, 아바투르는 대회 무대에서 예전처럼 자주 만나볼 수 없었다. 올해 난투도 마찬가지였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61세트 중 단 6세트에 등장한 아바투르의 전적은 1승 5패로 매우 저조했다. 하지만, 프나틱이 준비한 아바투르 조합은 메소드를 상대로 한 3:2 역스윕 승리를 견인했다.

프나틱과 메소드의 패자조 1라운드 4세트, 전장은 파멸의 탑이었다. 트레이서를 밴한 프나틱은 데하카-아바투르를 동시에 가져왔다. 무난한 2지원가 조합을 예상한 메소드가 두 번째 밴으로 제이나를 잘랐지만, 아무 소용 없는 짓이었다. 프나틱의 노림수는 자생과 기습 능력이 좋은 데하카-무라딘의 유지력과 함께 그레이메인과 제라툴의 게릴라전으로 중후반 한타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프나틱은 블레이즈를 밴함으로써 벙커 투하로 인해 나올 변수를 차단했다.

▲ 지원가가 없을 땐, 피해의 근본을 없애면 된다

프나틱의 전략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초반에 핵 체력을 내주며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던 프나틱은 10레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공허의 감옥과 최종 진화물을 통해 한타를 가볍게 승리하며 앞서간 것이다. 갑피 위주의 특성을 찍은 아바투르는 투하: 지게로봇까지 배워 종탑을 치료하기도 했다. 블레이즈가 밴 당한 메소드의 티리엘 선택은 훌륭했지만, 프나틱의 조합에 축성은 한 번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경기가 끝났다.

■ 템포 스톰의 에이스 저격과 준비된 디아블로

그룹 스테이지 A조에서 칼을 맞댔던 템포 스톰과 발리스틱스가 머지않아 패자조 2라운드에서 만났다. 지난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 발리스틱스가 복수심에 불타는 경기력을 뽐내며 1, 2세트를 승리해 빠르게 앞서갔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온 템포 스톰의 밴픽은 역으로 3연승을 만들었다.

템포 스톰은 3세트에서 첫번째 밴으로 1,2세트를 캐리한 'sCsC'의 한조를 봉인했다. 한조가 없어진 발리스틱스는 전사와 지원가를 먼저 가져갔고 템포 스톰은 두 번째 밴으로 피닉스까지 잘랐다. 겐지는 템포 스톰이 먼저 가져간 상황, 발리스틱스는 별수 없이 암살자와 트레이서-태사다르 조합을 꺼냈다. 이에 템포 스톰은 그레이메인을 마지막으로 고른 후, 숨통을 노려라로 'sCsC'의 트레이서를 집중 공략하며 3세트를 따냈다.

이어진 4세트에서 템포 스톰이 또다시 한조를 밴하자 발리스틱스가 겐지를 선픽으로 챙겼다. 템포 스톰의 다음 카드는 디아블로였다. 초반 운영은 팽팽하게 흘러갔으나, 템포 스톰이 선택한 겐지-제라툴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진 디아블로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여기에 더불어 템포 스톰이 가져온 피닉스-태사다르의 캐리력이 더해지며 템포 스톰이 4세트까지 승리했다.

▲ 발리스틱스의 조합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템포 스톰의 5세트 첫 밴도 한조였다. 2연패를 당한 발리스틱스는 발라-아우리엘의 고전 조합으로 반전을 노렸다. 여기에 남은 픽으로 레오릭-자리야를 가져오는 강수를 뒀다. 템포 스톰은 다시 한번 마지막 픽으로 디아블로를 꺼냈다. 발리스틱스가 한동안 일방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시간이 끌리며 점차 힘이 빠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벌어졌고, 결국 발리스틱스가 무너지며 템포 스톰이 3연승을 거뒀다.

■ 재미와 승리를 동시에, 젠지와 디그니타스의 조커 픽

한국 1위 젠지와 유럽 1위 디그니타스는 결승전을 포함한 모든 경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먼저 젠지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만난 템포 스톰을 상대로 해머 상사와 정크랫을 동시에 꺼내 장기전 끝에 승리를 챙겼다. 정크랫은 올해 난투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지만, 해머 상사는 이후로도 두 세트나 더 등장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젠지의 또다른 조커 픽은 알라라크였다. '리치'가 두 번 꺼내든 알라라크는 상대 팀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알라라크의 첫 등장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마인드프릭과의 1세트로, 완벽한 스킬 적중률을 자랑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다음은 결승진출전에서 템페스트를 상대로 나왔는데 이 역시 알라라크의 스킬이 사용될 때마다 킬이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편, 젠지는 알라라크를 꺼낼 때마다 마지막 픽에서 공개하며 관중들의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 스투코프의 슈퍼 세이브를 무위로 돌리는 메디브

디그니타스의 시그니쳐 픽은 누더기와 메디브였다. 다른 팀도 누더기를 몇 번 사용하긴 했지만, 'JayPL' 누더기의 존재감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마법 같은 갈고리 사용은 감탄을 자아내며 디그니타스에게 많은 승리를 안겼다. 이번 난투에 유일하게 등장한 'Snitch'의 메디브 역시 명장면 제조기였다. 칼 같은 타이밍에 사용되는 의지 투영과 차원문 활용은 'Snitch'의 높은 숙련도를 실감케 했다. 특히 결승전 2세트에서 사용된 봉인의 지맥은 무적으로 느껴졌던 젠지를 무릎 꿇리기도 했다.


■ '히오스' 했다! 눈 호강 명경기 쏟아진 역대급 결승전

이번 결승은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한국과 유럽 대표의 모든 걸 쏟아부은 정면 대결이었다. 특히, 무려 세 세트나 나온 역전승과 마지막 세트의 짜릿한 한끗 차 승부는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패 우승에 도전했던 젠지는 결승 직전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한타에서 나오는 포커싱 능력은 단연 최고였다. 여기에 승자조 1경기에서 디그니타스를 3:0으로 꺾었던 젠지였기에, 결승에서도 젠지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 같았다.

▲ 젠지의 호흡과 경기력이 잘 드러난 포커싱

그러나 유럽은 유럽이었다. 결승 1세트부터 디그니타스가 빠르게 치고 나왔다. 젠지가 간신히 역전승을 거두긴 했으나, 앞으로의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는 첫 세트였다. 결국 2세트에서 젠지가 쓰러졌다. HGC KR부터 이어온 38세트 연승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3세트에서 젠지가 디그니타스를 완전히 찍어누르며 세트스코어는 3:1이 됐다.

하지만, 디그니타스가 4세트와 5세트를 모두 가져가며 경기는 마지막 세트로 향했다. 디그니타스가 괴물 같은 교전 능력이 두 세트를 연달아 승리로 연결시킨 것이다. 특히 5세트에서 후반에 터져 나온 한타와 역전승은 모든 시청자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계속된 열세에 디그니타스의 핵 체력은 단 5밖에 남지 않은 상황, 디그니타스가 보여준 극한의 집중력이 결국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 역전에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승리!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최후의 대결이 시작됐다. 초반 대치부터 터져 나온 극한의 반응 속도는 선수들의 엄청난 집중력을 느끼게 했다. 젠지가 초반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디그니타스가 버티기에 성공하며 경기는 또다시 후반에 진입했다. 사원 두 개가 활성화된 순간, 디그니타스에겐 두 개의 성채가 있었다. 핵 각이 아니라고 판단한 디그니타스는 우두머리를 공격했다. 젠지는 인원을 나눠 사원 공격과 우두머리 견제를 동시에 시작했다.

젠지의 사원 공격에 디그니타스의 두 성채가 금세 터졌고, 사원은 이내 디그니타스의 핵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원 공격에 핵 체력이 22%까지 떨어진 상황, 핵을 마무리하려는 젠지와 수비하려는 디그티나스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리셋' 리밍과 '사케' 카라짐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핵은 단 1%의 체력으로 파괴되지 않았다. 하지만, 팀원의 죽음과 동시에 '리치'의 겐지가 등장해 질풍참을 시전하며 사망했다. 질풍참 대미지에도 불구하고 핵은 깨지지 않았으나, 뒤따라온 분신참이 정확히 핵을 터트렸다.

▲ 분신참이 만든 마무리, 몇 번을 돌려봐도 짜릿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중계진과 현장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 팀의 풀세트 승부는 더없이 치열했던 결승전의 더없이 완벽한 마무리였고, 그야말로 HoS 프로 경기의 정수였다. 치밀한 밴픽과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는 완벽한 운영, 세계 최정상 선수들의 피지컬이 연출하는 한타와 찰나의 순간에 갈리는 승패, 그로 인한 짜릿한 역전승은 전 세계 HoS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8년의 첫 국제 대회를 마친 HGC은 곧 지역 리그 페이즈2에 돌입한다. 8월에는 지역별 클래시가 열리고, 10월에는 대망의 파이널이 개최된다. 꽤나 긴 일정이지만, 앞으로 나올 경기들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특히, 올해의 HoS 최강 팀을 가릴 HGC 파이널에선 이번 난투에서 나왔던 명승부보다 더욱 재밌는 경기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 및 영상 출처 :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공식 중계 화면 및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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