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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자작소설 : 날개 잃은 자 1화_중 [ 방벽 ] 장문주의

아이콘 The토끼
댓글: 3 개
조회: 142
추천: 1
2026-07-23 16:41:34


1화_상 : https://m.inven.co.kr/board/aion2/6388/241172?my=post


자작소설

  날개 잃은 자
      1화_중


방벽

붉은 안개가 갈라졌다.

그 너머에서 검은 날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몇 명뿐인 것처럼 보였다.

방패를 든 마족들이 늪지대의 물을 밟으며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창과 대검이 이어졌고, 아직 형체조차 분명하지 않은 그림자들이 붉은 안개 속에서 끝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단장은 그들의 대열을 바라보았다.

마족은 넓게 퍼지지 않았다.

늪지대에서 가장 좁은 길목.

우주 레기온이 방벽을 세운 바로 그곳으로 병력을 모으고 있었다.

“악툰.”

거대한 방패를 든 수호성이 앞으로 나섰다.

“중앙을 맡아.”

악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성은 악툰을 중심으로 붙는다. 검성은 방패 뒤에서 대기해. 먼저 튀어나가지 마라.”

단장의 시선이 라이네에게 잠시 머물렀다.

라이네는 긴장한 얼굴로 대검을 고쳐 쥐고 있었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첫 전투를 앞둔 신입에게 너무 앞선 자리를 맡긴 것은 아닌지, 뒤늦게 의문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세웠어야 했을까.

생각은 이미 배치가 끝난 뒤에야 찾아왔다.

단장은 시선을 거두었다.

지금 자신이 망설이면 그 불안까지 전열에 퍼진다.

“궁성과 마도성은 적을 많이 죽이려 하지 마. 방벽을 넘는 놈부터 끊어.”

적을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이길 수도 없었다.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지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

송설이 포크처럼 갈라진 법봉을 들어 올렸다.

“다들 서로 붙어 있어.”

평소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는 없었다.

법봉 끝이 진흙을 내리쳤다.

황금빛 문양이 수호성들의 발밑을 따라 번졌다.

“혼자 잘해 보겠다고 튀어나가면 내가 직접 끌고 올 거야.”

누군가 작게 웃었다.

라이네도 굳어 있던 입가를 아주 조금 풀었다.

그 웃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마족의 선두가 달려왔다.

악툰이 거대한 방패의 아래쪽을 진흙 깊숙이 박았다.

“온다!”

수호성들이 방패 뒤로 어깨를 붙였다.

다음 순간.

마족의 선두가 방벽과 충돌했다.

거대한 굉음이 늪지대를 흔들었다.

수호성들의 몸이 동시에 뒤로 밀렸다. 진흙에 박혀 있던 발이 미끄러지고, 맞물린 방패 사이로 검은 창날이 파고들었다.

한 수호성의 어깨가 꿰뚫렸다.

그가 비틀거리자 옆의 데바가 몸을 붙여 빈틈을 막았다.

송설의 빛이 상처를 감쌌다.

피는 완전히 멎지 않았다.

그러나 꺾였던 무릎은 다시 펴졌다.

“유지해!”

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악툰이 전열을 향해 외쳤다.

“간격 붙여! 방패 풀지 마!”

두 번째 충돌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마족의 뒷줄이 앞줄을 밀어붙였다.

방패가 삐걱거렸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단장은 눈앞의 충돌보다 마족의 움직임을 보았다.

오른쪽으로 병력이 쏠리고 있었다.

그곳을 뚫으려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오른쪽을 지키기 위해 중앙 병력을 옮겼다가, 오히려 길을 내줄 수도 있었다.

판단할 시간은 짧았다.

“오른쪽 두 걸음 물려.”

악툰이 즉시 명령을 이어받았다.

“오른쪽 후퇴! 방패는 유지해!”

오른쪽 전열이 방패를 맞댄 채 천천히 물러났다.

마족들이 그 움직임을 따라 안쪽으로 몰려들었다.

얇아진 중앙을 노린 것이 맞았다.

단장이 손을 내렸다.

“중앙, 밀어.”

“중앙 전진!”

악툰의 방패가 앞으로 나갔다.

수호성들이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오른쪽으로 쏠렸던 마족의 측면이 드러났다.

방패 뒤에 있던 검성들이 짧게 튀어나왔다.

대검이 휘둘러지고, 화살과 마법이 그 위를 덮었다.

마족의 첫 번째 돌격이 멈췄다.

그들은 시신을 남긴 채 붉은 안개 속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승리의 함성은 나오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방패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쓰러진 자의 자리가 곧바로 채워졌다.

단장은 멀리 중앙 침식의 섬을 바라보았다.

푸른빛이 간헐적으로 하늘을 찔렀다.

아티팩트를 공격하는 천족의 마법일 것이다.

외벽을 얼마나 무너뜨렸는지.

아티팩트에 닿기는 했는지.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

이곳에서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다.

중앙 또한 늪지대 입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푸른빛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것만 보였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에서는 아티팩트를 공격하는 시간만큼 주신의 축복이 쌓이고 있을 것이다.

늪지대 입구에는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았다.

검붉은 피와 사망자의 유해만 쌓였다.

마족의 두 번째 돌격이 시작됐다.

앞줄이 쓰러지면 뒷줄이 나섰다.

죽은 자는 키스크에서 다시 눈을 뜨고, 채 아물지 않은 죽음의 감각을 안은 채 방벽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두 번째부터는 빈자리만 확인했다.

누구도 자신이 몇 번 쓰러졌는지 세지 않았다.

방벽은 무너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조금씩 뒤로 밀렸지만 길을 내주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중앙의 방패 하나가 깨졌다.

거대한 도끼를 든 마족이 쓰러진 수호성을 걷어차며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검은 갑옷들이 한꺼번에 몸을 밀어 넣었다.

악툰은 오른쪽으로 벌어진 전열을 붙잡고 있었다.

단장은 중앙의 틈을 보았다.

가장 가까운 검성은 라이네였다.

다른 사람을 부를 시간은 없었다.

“라이네!”

라이네가 달려갔다.

그는 깨진 방패를 밟고 뛰어올라 대검을 내리쳤다.

가장 먼저 들어온 마족이 쓰러졌다.

검을 뽑아 두 번째 마족을 베었다.

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몸은 전투가 시작되자 오히려 가벼워진 것처럼 움직였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도 이 방벽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 마족의 창이 복부를 꿰뚫기 전까지는.

라이네의 몸이 굳었다.

입 안으로 피가 차올랐다.

마족이 창을 뽑으려 했다.

라이네는 창대를 놓지 않았다.

양손으로 붙잡은 뒤, 오히려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마족의 몸이 방벽 안으로 딸려 들어왔다.

“지금!”

송설의 법봉이 진흙을 내리쳤다.

황금빛 충격이 틈 안에서 터졌다.

파고들었던 마족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

화살과 불길이 그 위로 쏟아졌다.

벌어졌던 방벽이 다시 닫혔다.

라이네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방벽 안쪽이 아니라 마족의 발밑에 쓰러져 있었다.

그대로 두면 시신조차 끌어오지 못한다.

송설이 그를 향해 뛰었다.

“라이네!”

다른 사람이었다면 키스크에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송설은 그러지 못했다.

그 순간 옆에서 마족의 검이 날아왔다.

송설은 법봉으로 첫 번째 공격을 흘려냈다. 갈라진 끝으로 마족의 손목을 걸어 비틀고, 법봉을 되돌려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마족이 쓰러졌다.

그러나 그 뒤에서 날아온 대검은 보지 못했다.

“송설, 뒤!”

악툰의 외침이 들렸다.

송설이 몸을 돌렸다.

법봉을 들어 올렸지만 늦었다.

대검이 법봉을 튕겨 내고 옆구리를 깊게 갈랐다.

흰옷 위로 붉은 피가 번졌다.

송설의 몸이 흔들렸다.

그녀는 쓰러지면서도 라이네에게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나온 마지막 빛이 그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라이네는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

송설도 그 곁으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흰 날개가 진흙 위에서 겹쳤다.

단장은 그 장면을 보았다.

송설의 이름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부르지 않았다.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시선을 돌리면 방벽의 왼쪽이 무너진다.

단장은 대신 다른 이름을 불렀다.

“악툰.”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손에 쥔 무기만 조금 더 깊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한 걸음 물려.”

악툰은 단장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무엇을 보았는지 묻지도 않았다.

“전열 한 걸음 후퇴!”

수호성들이 방패를 유지한 채 물러났다.

그 사이 송설이 펼쳐 두었던 황금빛 문양이 하나둘 꺼졌다.

갑자기 무거워진 방패를 견디지 못한 수호성이 무릎을 꿇었다.

상처를 참고 서 있던 검성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전열 뒤로 부상자들이 쏟아졌다.

그때 커다란 방패 하나가 그들 앞에 내려왔다.

화살들이 방패에 연달아 박혔다.

긴 흑발을 늘어뜨린 거구의 치유성이 몸을 숙였다.

따끔이었다.

그는 전투망치를 옆에 내려놓고 쓰러진 수호성의 상처에 손을 얹었다.

푸른빛이 손바닥 아래로 스며들었다.

“따끔할 거야.”

수호성이 이를 악물었다.

상처 속으로 파고든 빛이 찢어진 살과 부러진 뼈를 억지로 붙들었다.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

그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만큼만 이어 붙였다.

따끔은 그의 손에 방패 손잡이를 쥐여 주었다.

“죽을 거면 조금 뒤에 죽어.”

그가 전투망치를 집어 들었다.

“지금은 손이 모자라.”

방벽을 넘어온 마족의 검이 따끔의 방패에 부딪혔다.

따끔은 밀리지 않았다.

전투망치가 마족의 턱을 올려쳤다.

누군가 짧게 웃었다.

비명과 충돌음 사이에서 금세 사라진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틈 동안 쓰러졌던 데바들이 다시 방패를 들었다.

송설이 사라진 자리에서 따끔의 푸른빛이 꺼져 가는 목숨들을 붙잡았다.

전열은 다시 이어졌다.



푸른빛이 송설의 눈을 찔렀다.

그녀가 숨을 들이마셨다.

키스크 앞이었다.

송설은 본능적으로 옆구리를 눌렀다.

상처는 없었다.

그런데도 손바닥 아래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마지막 칼날이 다시 몸 안으로 파고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였다.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보다 죽는 순간의 감각이 먼저 돌아왔다.

송설은 눈을 감았다.

조금만 더 그대로 있고 싶었다.

몸이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숨이 다시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바로 옆에서 누군가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송설은 눈을 떴다.

라이네였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팔에 힘이 풀려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천천히.”

송설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라이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자신의 복부를 더듬었다.

“창이…….”

“없어.”

라이네는 자신의 손에 피가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러고도 쉽게 숨을 고르지 못했다.

멀리서 폭발이 이어졌다.

황금빛이 사라진 방벽이 붉은 안개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제가…….”

라이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제가 도망치지는 않았죠?”

송설은 잠시 말을 잃었다.

라이네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겁을 먹고 물러났을 가능성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송설은 자신의 옆구리에서 손을 떼었다.

라이네의 어깨를 바로 세웠다.

“안 도망쳤어.”

그녀가 말했다.

“네가 틈을 막았어.”

그제야 라이네의 굳었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송설은 그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내가 누군지 알아?”

“송설…….”

“여기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라이네의 입술이 떨렸다.

송설은 재촉하지 않았다.

“천천히 생각해.”

“늪지대…… 입구입니다.”

“그래.”

송설은 라이네의 풀린 손목 보호대를 다시 조였다.

그녀의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라이네가 그것을 보았다.

“송설 님도 죽으셨습니까?”

“응.”

송설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같이 왔네.”

라이네가 고개를 숙였다.

“저 때문에…….”

“그런 말 하지 마.”

송설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강해졌다.

라이네가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설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

“죽은 이유를 네 책임으로 만들지 마.”

“하지만 제가 아니었으면…….”

“내가 선택한 거야.”

송설은 라이네의 손을 잡아 법봉 위에 올려놓았다.

“네가 막으러 간 것도 네 선택이었고, 내가 따라간 것도 내 선택이야.”

라이네는 법봉을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

“또 잊으면 어떻게 합니까?”

송설은 전장 쪽을 바라보았다.

방벽 위에서 따끔의 푸른빛이 짧게 번쩍였다.

악툰의 방패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다 기억할 필요는 없어.”

송설이 말했다.

“돌아갈 곳만 기억해.”

그녀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존재하지 않는 상처가 옆구리에서 욱신거렸다.

무서웠다.

다시 돌아가면 또 죽을 수 있었다.

죽을 때마다 무엇을 잃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라이네 앞에서는 그 두려움을 드러낼 수 없었다.

송설이 손을 내밀었다.

“갈 수 있어?”

라이네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손을 잡고 일어났다.

다리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갈 수 있습니다.”

송설이 웃으려 했다.

입가만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럼 같이 가자.”

두 사람의 흰 날개가 펼쳐졌다.

푸른 키스크의 빛을 가르며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단장은 전장으로 돌아오는 두 개의 흰 날개를 보았다.

살아 돌아왔다.

그 사실에 안도하기도 전에 왼쪽 방벽이 흔들렸다.

“왼쪽을 접어.”

단장이 명령했다.

악툰이 전열을 향해 외쳤다.

“왼쪽, 중앙으로 붙어!”

넓게 펼쳐져 있던 방벽이 짧아졌다.

막지 못하는 길이 생겼다.

그러나 남은 병력으로 모든 길을 지키려 하면 방벽 전체가 무너진다.

단장의 판단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마족이 대신 결과를 정한다.

송설과 라이네가 방벽에 도착했다.

송설의 법봉이 진흙을 내리쳤다.

꺼져 있던 황금빛 문양이 다시 번졌다.

빛은 처음보다 약했다.

그럼에도 방패를 붙잡고 있던 수호성들이 허리를 폈다.

따끔이 부상자의 갑옷을 붙잡아 일으키며 송설을 보았다.

“빨리 왔네.”

송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보고 싶었어?”

“아니.”

따끔이 피 묻은 콧수염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네 몫까지 하느라 힘들었어.”

송설의 입가에 짧은 웃음이 스쳤다.

“미안하게 됐네.”

“알면 이번에는 오래 살아.”

웃음은 거기까지였다.

마족의 돌격이 다시 방벽을 덮쳤다.

라이네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쓰러졌다.

첫 번째는 화살이었다.

방패 사이로 날아온 화살이 목을 꿰뚫었다.

송설이 손을 뻗기도 전에 그의 몸이 빛으로 흩어졌다.

잠시 뒤 라이네는 키스크에서 돌아왔다.

송설은 그의 얼굴을 붙잡고 짧게 물었다.

“나는?”

“송설.”

“여기는?”

“늪지대 입구.”

그것만 확인되자 두 사람은 다시 방벽으로 향했다.

두 번째는 쓰러진 수호성의 자리를 막다가였다.

마족의 도끼가 대검과 함께 라이네의 어깨를 갈랐다.

이번에도 그는 키스크에서 돌아왔다.

두 번째 부활에서는 송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조금 늦었다.

“나는?”

라이네는 한참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설은 웃지 못했다.

“송설…… 님.”

그제야 송설은 그의 손목을 놓았다.

이름.

장소.

돌아갈 방향.

확인할 것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들은 다시 전장으로 날아갔다.

라이네가 몇 번이나 쓰러졌는지 송설은 더 이상 세지 않았다.

세기 시작하면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게 될 것 같았다.

붉은 안개 속에서 마족의 일부가 날개를 펼쳤다.

그들은 정면으로 오지 않았다.

늪지대 양옆으로 퍼져 방벽을 우회했다.

단장은 그들이 향하는 곳을 알아보았다.

후방의 키스크.

키스크를 지키려면 전열의 병력을 빼야 했다.

그 순간 방벽이 무너진다.

전열을 유지하면 키스크가 파괴된다.

그러면 쓰러진 단원들은 멀리 떨어진 천족 거점의 키벨리스크에서 부활해 이곳까지 돌아와야 한다.

그들이 돌아올 때쯤이면 전쟁은 끝나 있을 것이다.

단장은 푸른 키스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송설과 라이네가 몇 번이고 눈을 떴던 곳이었다.

앞으로도 수많은 단원이 그곳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가능성을 자신의 입으로 포기해야 했다.

키스크를 지키는 병력을 보낸다면 방벽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판단했다.

판단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후퇴한다면 몇 명은 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기억이 깎여 나가는 일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길은 곧바로 열린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이 번 시간도 거기서 끝난다.

단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눈을 떴을 때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키스크는 포기한다.”

주변의 몇몇 단원이 단장을 바라보았다.

단장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선택을 다른 사람들에게 따르게 해야 했다.

그것이 지금 그의 자리였다.

“전 병력, 방벽 유지.”

악툰이 곧바로 현장에 명령을 전달했다.

“후방 보지 마! 자리 지켜!”

마족의 마법이 후방에서 폭발했다.

푸른 빛기둥이 크게 흔들렸다.

송설이 자신과 라이네가 부활했던 곳을 돌아보았다.

라이네도 그 빛을 바라보았다.

다시 죽으면 곧바로 돌아올 수 없다.

둘 다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라이네의 손이 떨렸다.

송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섰다.

따끔은 부상자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푸른빛을 바라보았다.

그곳으로 달려가면 앞으로 쓰러질 사람들을 조금 더 빨리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 아래에서도 한 데바의 숨이 끊어지고 있었다.

따끔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숨 쉬어.”

푸른빛이 손바닥 아래로 흘렀다.

“지금은 네가 먼저야.”

마지막 폭발이 일어났다.

키스크가 산산이 부서졌다.

푸른빛이 꺼졌다.

앞줄에서 수호성 하나가 창에 꿰뚫렸다.

그가 방패를 놓치며 쓰러졌다.

조금 전까지라면 잠시 뒤 다시 돌아왔을 얼굴이었다.

이제 그는 이 방벽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가 있던 자리만 남았다.

단장은 그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중앙, 간격 메워.”

누군가 쓰러진 수호성의 자리를 대신했다.

방벽은 한 사람만큼 얇아졌다.

그다음 죽음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자는 멀리 떨어진 키벨리스크에서 다시 눈을 뜰 것이다.

그러나 이 전장에서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장은 남은 사람들을 보았다.

깨진 방패.

피로 물든 갑옷.

몇 번을 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것이 단장에게 남은 전부였다.

멀리 중앙에서는 여전히 푸른빛이 솟고 있었다.

공략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이곳에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장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무기를 들어 올렸다.

“방어선을 줄인다.”

악툰이 금이 간 방패를 세우며 물었다.

“어디까지입니까?”

“네 방패를 중심으로 모여.”

남은 데바들이 악툰을 중심으로 간격을 좁혔다.

처음보다 훨씬 짧은 방벽이었다.

그만큼 더 많은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그들이 세울 수 있는 마지막 방벽이었다.

단장은 자신이 명령했던 이름들을 떠올렸다.

앞으로 나가라고 했던 사람들.

자리를 지키라고 했던 사람들.

키스크를 포기하겠다고 말했을 때 자신을 바라보던 얼굴들.

그 선택의 대가는 언제나 자신의 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몸에 남았다.

단장은 무기를 고쳐 쥐었다.

“여기가 마지막 방어선이다.”

남은 데바들이 서로의 어깨를 붙였다.

악툰이 부서져 가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

송설은 라이네의 등 뒤에 섰다.

따끔은 더 이상 농담하지 않았다.

붉은 안개 속에서 마족의 함성이 터졌다.

단장이 말했다.

“막아라.”

검은 물결이 마지막 방벽을 향해 밀려왔다.

Lv72 The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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