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즐기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이런 글 보면 그냥 조용히 접으면 되지 굳이 이런 글까지 남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저도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접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오픈부터 지금까지 나름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라 마지막으로 글 하나 남깁니다
이제는 안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게임이 너무 반복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매주 정해진 횟수 채우고, 숙제 빼고, 또 다음 주가 되면 똑같은 걸 반복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게임을 즐기는 건가, 아니면 그냥 매주 정해진 횟수만 채우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그래픽카드에 좋은 모니터까지 맞춰놓고 아2만 계속 하고 있기에도 그것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별한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게임을 켰을 때 오늘은 뭐 하지 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을 하는 목적 자체가 흐려진 느낌입니다
결국 유저가 게임을 접는 건 꼭 보상이 부족해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고 아무리 과금을 유도해도 유저는 떠납니다
사업적으로 보면 매출과 지표가 중요하겠지만,
정작 그 지표를 만들어주는 건 매주 게임을 켜주는 유저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네요
유저가 왜 접는지를 고민하기 전에, 왜 계속 게임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NC소프트 게임을 처음 해본 것치고는 그동안 정말 재미있게 한 건 맞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이번에 접으면서 RPG에서 운영이 왜 중요한지도 확실히 느꼈습니다
게임 자체가 아무리 괜찮아도 운영이나 방향성에 따라 유저가 느끼는 재미와 애정은 정말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RPG는 한두 달 하고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몇 년씩 붙잡고 할 수도 있는 게임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작업장 문제와 밸런스 문제,
그리고 유저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무고한 이용제한 문제,
해외 서비스 출시 후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내수 차별 문제,
처음 45,000원에서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25,000원으로 변경된 부분도 그냥 애교로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그 외에도 몇 개월 동안 유저들이 계속 이야기했던 모바일 표시 문제 등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 단순히 게임이 재미없어서 접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직업과 장비에 개성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22년 전에 나온 와우만 봐도 각 직업별로 특색 있는 세트 아이템이 존재하고,
장비를 맞추는 과정에서도 직업마다 어느 정도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이온2는 결국 장비가 대부분 비슷한게 아니라 똑같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용암 아니면 인던템, 기룡, 빛기룡 결국 정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방어구 조율 역시 이미 최적의 세팅이 다 알려져 있습니다
반지에서 스킬이 하나 더 붙느냐, 안 붙느냐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캐릭터마다 장비를 맞추는 과정에서 느끼는 개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조율이나 기본 내실도 결국 비슷하게 맞춰지고,
스킬 운용 역시 깊게 고민해서 자신만의 빌드를 만들어가는 느낌보다는 매크로를 얼마나 잘 깎느냐의 싸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같은 직업이면 비슷한 장비, 비슷한 조율, 비슷한 내실, 비슷한 스킬 세팅으로 수렴하게 되고,
내 캐릭터는 내가 이렇게 키워서 강하다라는 RPG 특유의 재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뉴비 유저를 유입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오픈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지켜오면서 함께해온 기존 유저들을 지키는 것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게임을 믿고 시작해서 오랜 시간 플레이하고,
게임에 돈과 시간을 쓰면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저들이 결국 장기적으로 게임을 지탱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유저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유저를 계속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결국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상태에서 이 게임이 과연 해외에서도 장기적으로 먹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고 서비스를 해외에 출시한다고 해서 글로벌 게임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해외 유저들이 봤을 때도 이 게임만의 재미가 무엇인지, 다른 MMORPG와 무엇이 다른지가 명확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려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유저들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얼마나 빠르게 듣고 해결하느냐,
그리고 게임 자체에 어떤 개성과 방향성을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유저가 게임을 떠나는 순간은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이 게임을 계속 믿고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NC소프트 게임을 처음 해본 것치고는 그동안 정말 재미있게 한 건 맞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아무튼 남아 계신 분들은 재미있게 즐기시고, 저도 그동안 같이 게임하신 분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다들 아이온2 열심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