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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한국 MMORPG는 왜 항상 같은 구조로 수렴하는가

레잇비
댓글: 8 개
조회: 353
추천: 2
2026-01-28 13:04:09

한국 MMORPG는 왜 항상 같은 구조로 수렴하는가


한국에서 MMORPG가 선택할 수 있는 수익 구조는 사실상 시작부터 정해져 있다.

상시 게임 유저가 약 50~100만 명 수준인 게임에서, 그중 약 2~5%만이 부분유료화로 월 5만 원 내외를 결제한다고 가정하면, 다수에게서 조금씩 받아 운영하는 모델은 성립하지 않는다.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구조는 필연적으로 갈린다. 다수의 무소과금 유저와 극소수의 핵과금 유저가 판을 떠받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핵과금 유저 한 명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쓰지 않으면 게임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하나 더 얹힌다. 바로 ‘대세감’이다.

MMORPG는 장르 특성상 사람이 많아야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파티와 레이드, 경제와 경쟁 콘텐츠 모두가 인구 밀도에 의존한다. 그런데 절대적인 인구수가 적은 한국 시장에서 유저가 여러 게임으로 나뉘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 결과 한국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몰리는 방식으로 게임을 소비해 왔고, “지금 가장 사람이 많은 게임”이 곧 “가장 할 만한 게임”이 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대세감은 미디어, 특히 스트리머를 통해 증폭된다.

한국 MMORPG는 스트리머를 통해 ‘보기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트리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시청자가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수천만, 수억 원을 투자해 만든 캐릭터가 버튼 한 번에 수백만 원이 사라지는 콘텐츠, 혹은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속도로 보스를 녹여버리는 모습은,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보다는 비교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애초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순간,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관전의 재미만 남는다.


이는 최근 게임 스트리밍 트렌드와도 정확히 맞물린다.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없이 재미만 소비하는 방식. 마치 스포츠 중계나 슬롯머신 관전처럼 결과를 지켜보는 재미에 집중하는 형태다. 그래서 한국 MMORPG 스트리밍은 점점 ‘플레이’가 아니라 ‘쇼’에 가까운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반대로 와우 같은 게임은 한국에서 스트리밍으로 인기를 얻기 어렵다.

스트리머가 아무리 잘해도, 그 퍼포먼스는 “내가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영역”에 있다. 이 순간 시청자는 재미 대신 현실로 돌아온다. 자신의 캐릭터, 공격대, 길드, 실력과 비교하게 되고, 그것은 곧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관전의 즐거움이 아니라 부족함을 자각하는 경험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절대적인 인구수가 충분히 큰 시장이었다면, 이 문제는 완화됐을 것이다. 스트리밍 인기가 크지 않더라도 소수의 시청자만으로 방송이 유지되고, 다양한 게임이 공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으면 시청자가 한두 명 수준까지 떨어진다. 방송 콘텐츠로서 수익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한국 MMORPG는 소수 핵과금 유저의 압도적인 소비, 다수 무소과금 유저의 체류와 관전, 스트리머를 통한 대세감 증폭이라는 구조로 수렴해 왔다. 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규모, 장르 특성,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문제는 이 구조의 운영 난이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돈은 소수의 핵과금 유저가 내지만, 게임의 브랜딩과 이미지, 회사 이미지, 그리고 핵과금 유저가 계속 돈을 쓰게 만드는 동력은 다수를 차지하는 무소과금 유저에게서 나온다. 매출만 보면 핵과금 유저가 왕이지만, 그들만 남겨두는 순간 게임은 바로 죽는다. 사냥터는 비고, 경쟁은 사라지며, 과시할 대상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핵과금 유저가 돈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강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바로 무소과금 유저다. 이 지점에서 운영은 필연적으로 꼬인다. 핵과금 유저는 “내가 돈을 쓰는데 왜 저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하냐”고 말하고, 무소과금 유저는 “게임이 돈 쓴 사람들 놀이터가 된다”고 느낀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치는 순간, 매출이나 생태계 중 하나가 무너진다.


더 어려운 점은, 게임이 욕을 먹기 시작할 때 그 여론이 핵과금 유저가 아니라 무소과금 유저를 통해 퍼진다는 사실이다. 커뮤니티 여론, 스트리머 반응, 외부 이미지 모두 다수의 체감에서 만들어진다. 운영진은 돈을 내는 사람과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 둘의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이 구조를 몇 년씩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극한의 줄타기다.

그리고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월 5만 원 수준의 과금만으로는 이 체급의 회사를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상시 유저 수가 50~100만 명 수준인 게임에서, 그중 평균적인 부분유료화 결제율인 2~5%만이 월 5만 원짜리 VIP를 30일 단위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연매출은 많아야 수천억 원 초반대에 그친다. 숫자만 보면 커 보일 수 있지만, 대형 게임 회사의 인건비, 서버 비용, 라이브 서비스 운영, 마케팅, 실패한 프로젝트의 손실, 차기작 개발비까지 고려하면 이 금액은 ‘여유’가 아니라 간신히 체급을 유지하는 수준에 가깝다. 특히 상장회사라면 이익은 고스란히 주주 앞에 설명해야 할 성과가 되고, 분기 단위의 하락은 곧바로 압박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 구조에서 벗어나는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유저 수를 수천만 단위로 끌어올려, 한 사람당 5만 원 수준의 과금과 낮은 결제율로도 성립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수십만 명의 유저 중 극소수만을 대상으로, 일반 유저의 수백 배, 수천 배에 이르는 소비를 전제로 한 게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의 현실에서 전자를 선택하기는 극히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한국 MMORPG는 후자를 택한다. 그 결과가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소수에게서 모든 것을 회수하는 고과금 구조다.


그리고 이처럼 소수에게서 고과금을 회수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게임 시스템 역시 자연스럽게 그 소수의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착된다. 고과금 유저가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 곧 매출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장 과정 전반이 반복적인 시도와 실패를 전제로 한 확률 중심 구조로 설계된다.


아이온2를 예로 들면 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제작, 강화, 조율 등 주요 성장 경로 대부분이 확률에 묶여 있으며, 고과금 유저는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이 과정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다. 반면 무소과금 유저에게 같은 시스템은 전혀 다른 의미로 작동한다. 돈으로 건너뛸 수 없는 대신, 어떤 선택을 하든 과도한 반복과 장시간의 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고과금 유저를 기준으로 설계된 시스템은 무소과금 유저에게 ‘도전’이 아니라 ‘피로’로 다가온다. 노력의 보상보다 확률의 벽이 먼저 체감되고, 성취감보다는 소모감이 누적된다. 결국 동일한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빠른 성장의 수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노동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이 구조의 마지막 문제는, 한국 시장을 기준으로 설계된 MMORPG가 세계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착한 BM이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가 이 시장 구조를 체감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게임을 그대로 들고 북미나 유럽 시장으로 나가는 순간 반응은 단순하다.


Pay to Win.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 시장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운영비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맥락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돈을 쓰면 강해지는 게임은 곧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게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MMORPG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배척되거나, 취향이 맞는 소수만 즐기는 게임으로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북미와 유럽은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소수만 남아도 일정 수준의 매출은 나온다. 그 결과 게임은 애매한 위치에 고정된다. 대중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구조를 바꿀 이유도 없는 상태. BM을 순화하자니 한국 매출이 위험해지고, 유지하자니 글로벌 평판은 계속 깎인다.


결국 한국 시장 기준으로 설계된 BM과 구조가 게임의 발목을 잡고,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그래서 한국 게임들은 ‘글로벌 진출’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한국에서 먹히던 구조를 최대한 포장해 들고 나가는 선택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체로 같다.


국내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다.”


해외에서는

“왜 이런 게임을 해야 하냐.”


이 온도 차이를 끝내 넘지 못한다.

Lv83 레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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