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을 시작한 건 오픈베타 때부터였지만 그땐 맛만 봤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유료화를 거쳐 부분무료화로 전환 되고 얼마 뒤쯤부터였음.
그때 본인의 경험과 상식상, 게임은 당연히 플레이어 한 사람이 캐릭터 하나를 조작하는 게 당연한 거였기에, 시작도 당연히 1클라였음.
미르나 두부같은 커뮤니티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던 그때, 본인의 꿈은 개쩌는 군인이 되는 거였음.
전열함을 타고, 삼층갑판에 층층이 탑재된 수십문의 함포를 일제히 쏘며 적선을 침몰시키는 그런 간지나는 군인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처음부터 군인으로서 해양조합 퀘스트만 주구장창 깨고, 해상 몹 토벌만 열심히 다녔지.
재미는 있었어.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두캇이 감당이 안되는 거야.
선박장비품뿐만 아니라 음식도 전부 상점에서 사서 썼는데, 해양조합이 주는 보상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더라고?
슬슬 감이 왔지.
아, 다른 mmorpg랑은 다르게 이 게임은 장비품들이 전부 소모품 개념이로구나. 내구도 회복 수단이 없구나.
어떤 행동을 하든 전부 다 돈이 드는구나.
당시에는 국가에 초보 육성에 진심인 국덕 고렙 형님들이 많았어서, 그 양반들한테 상담을 했지.
군인이 너무 하고 싶은데 돈이 감당이 안된다, 이게 맞냐?
그랬더니, 그양반들도 그게 맞대. 군인은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하면 안된다, 무역 먼저 해서 돈을 벌어라. 그리고 상황이 되면 생산 스킬을 배워서 만들어 써라. 그러더라고.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무역이 뭐냐고 물었더니
무슨 문화권이 어쩌고, 명산품, 명산거리가 어쩌고, 깃털이 어쩌고 오팔이니 벨벳이니 막 알려주는 거여.
근데 뭐 1렙부터 군렙 꼬라박은 새끼가 거래스킬이 있어, 회계 스킬이 있어, 뭐가 있겠음?
습득가능 스킬 숫자도 적은데 거기다 군인 스킬에 거래랭 상인 스킬 몇 개 배워서 무역을 나갔지.
님들 그거 앎? 그때는 발주서 찢어가며 물건 한방에 만땅 싣는 게 존나 고인물행동이었음.
상인조합 퀘 깨도 발주서를 존내 조금만 주고, 명산콤보 보상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아무튼 본인은 발주서 없이 부메랑 존나 돌았다는 얘기야. 그렇게 한차씩 실어서 지중해에서 북해로,
북해에서 지중해로 명산품 실어날랐는데, 돈이 조금씩 모이긴 했지만 존내 피곤했음.
한번에 목돈이 되려면 최소 카리브, 인도까지는 가서 보석이든 향신료든 실어와야 되겠다 싶었는데.
여기서 첫번째 벽이 보인 거지.
무역을 하려면 상인 스킬들이 필요하고 생산을 하려면 생산스킬이 필요한데, 시발 1클라로 절대 안되잖아?
쪼렙일 때는 2가지 이상의 직업이 양립할 수가 없는거구나 하고 느꼈지.
결론은? 부캐가 필요하다. 2클라를 만들자.
덧. 어떤 사람이 초보들한테 이 게임은 자유도가 높다. 모험가도, 상인도, 군인도 다 될 수 있다고 사기치고 다니던데.
그러지 마라. 새빨간 거짓말이야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