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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2살 지희 유흥업소에 취업하다 [2편]

월가리
댓글: 2 개
조회: 526
추천: 1
2026-10-08 07:01:15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자 조금 전까지의 조용한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넓지는 않았지만 긴 소파가 벽을 따라 놓여 있었고, 화장대 앞에는 여러 개의 거울과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화장품이며 향수, 고데기, 머리핀 같은 것들이 테이블 위에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한쪽 행거에는 원피스와 재킷 몇 벌이 걸려 있었고, 구석에는 여러 켤레의 구두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소파에는 이미 여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여자 하나가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 새로 온 애야?”

마담실장이 지희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응. 오늘 처음 왔어.”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지희에게 향했다.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말을 건 여자가 웃었다.

“안녕. 몇 살이야?”

“스물두 살이요.”

“어리네.”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다가 말했다.

“학생 같아 보인다 했더니 진짜 학생이네.”

지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었다.

마담실장이 말했다.

“대학교 다니고 있고 완전 처음이니까 오늘은 너무 이것저것 시키지 마.”

“알았어요.”

그러면서 실장이 지희를 바라봤다.

“그리고 여기서는 본명 꼭 쓸 필요 없어.”

“본명이요?”

“응. 대부분 예명 써.”

지희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을 깜빡였다.

소파에 있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본명 쓰는 애가 오히려 별로 없어.”

“왜요?”

“그냥 편하니까. 손님들도 이름 기억하기 쉽고, 개인적인 것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지희도 금방 이해가 됐다.

마담실장이 물었다.

“생각해둔 이름 있어?”

“아니요.”

“그러면 지금 정해도 되고.”

지희는 잠시 고민했다.

갑자기 이름을 하나 정하라고 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가 좋을까요?”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가 지희를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지아 어때?”

“지아요?”

“응. 너한테 잘 어울리는데.”

다른 여자도 지희를 바라봤다.

“괜찮네. 지아.”

마담실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발음도 쉽고.”

지희는 속으로 몇 번 이름을 반복해봤다.

지아.

평소 자신과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럼… 지아로 할게요.”

“좋아.”

마담실장은 출근표에 무언가를 적었다.

본명 옆 괄호 안에 적힌 두 글자.

‘지아.’

그걸 보는 순간 지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는 평범한 대학생 지희였지만 이 문 안에서는 자신이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자, 그럼 인사해.”

실장이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들을 차례로 가리켰다.

“여기는 수아.”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가 손을 가볍게 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그리고 혜진, 민정.”

두 사람도 가볍게 인사했다.

수아가 지희에게 말했다.

“그냥 언니라고 해도 돼. 여기서는 다 그렇게 불러.”

“네.”

“그리고 너무 긴장하지 마.”

“티 많이 나요?”

수아가 웃었다.

“엄청.”

아까 실장에게도 똑같은 말을 들었던 지희는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수아는 자신 옆자리를 두드렸다.

“여기 앉아.”

지희가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마담실장은 잠시 지희를 맡기듯 말했다.

“수아가 오늘 옆에서 기본적인 거 좀 알려줘.”

“네.”

실장이 대기실을 나가자 지희는 순간 더 어색해졌다.

그래도 수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바로 일시키지는 않을 거야. 일단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보면 돼.”

“네.”

“처음에는 용어도 잘 모를 거니까.”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조금 전 복도를 지나오면서도 처음 듣는 말이 몇 개 있었다.

수아가 테이블 위에 놓인 호출용 태블릿을 가리켰다.

“일단 여기 보면 방 번호 떠.”

지희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숫자와 시간이 여러 줄로 표시되어 있었다.

“방에 손님 들어오면 인원 확인하고, 필요하면 우리 쪽에 얘기가 와.”

“그럼 바로 들어가는 거예요?”

“아니. 무조건 네 마음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직원이 불러주면 가는 거야.”

“아…”

“처음에는 그냥 나 따라다녀. 혼자 판단하지 말고.”

수아는 생각난 듯 덧붙였다.

“그리고 이름.”

“네?”

“손님 앞에서는 지희 아니고 지아.”

지희가 작게 웃었다.

“아직 좀 어색해요.”

“하루 이틀이면 익숙해져.”

수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누가 지희라고 불러도 대답하면 안 된다?”

“진짜요?”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수아가 웃었다.

“근데 본명이나 학교 같은 건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는 게 좋아.”

지희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학교도요?”

“응. 그냥 학생이라고만 해도 되고. 전공이나 학교 이름까지 굳이 말할 필요 없어.”

“집 어디인지도요?”

“그것도 마찬가지.”

수아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물어보면 다 대답해야 하는 줄 아는 애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

지희는 그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수아는 다시 지희의 옷을 바라봤다.

“옷은 이거 입을 거야?”

“실장님이 다른 것도 입어보라고 하셔서…”

“그럼 한번 보자.”

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행거 쪽으로 갔다.

몇 벌을 살펴보던 수아가 검은색 원피스 하나를 꺼냈다.

“이거 한번 입어봐.”

지희가 원피스를 받아 들었다.

자신이 평소 입던 옷보다 몸의 선이 조금 더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이거… 너무 붙지 않아요?”

수아가 지희를 바라보다 웃었다.

“여기서는 오히려 얌전한 편인데?”

지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아는 다른 옷 하나도 꺼냈다.

“부담되면 이거.”

두 번째 원피스는 첫 번째보다 조금 단정했다.

“이게 나은 것 같아요.”

“그래. 처음인데 네가 편한 거 입어.”

지희는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몇 분 뒤 원피스를 갈아입고 나왔다.

수아와 혜진이 동시에 지희를 바라봤다.

지희는 괜히 팔로 몸을 조금 가렸다.

“이상해요?”

혜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훨씬 낫네.”

수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런 게 잘 어울리겠다.”

“진짜요?”

“응. 너무 센 느낌보다 깔끔한 쪽.”

수아는 구두장을 열었다.

“발 사이즈 몇?”

“235요.”

“그러면 이거 신어봐.”

낮은 굽의 검은 구두였다.

지희가 조심스럽게 발을 넣었다.

약간 낯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걸어봐.”

지희가 두세 걸음 움직였다.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됐어.”

다시 자리에 앉은 지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장을 특별히 더 한 것도 아니고 옷 하나를 갈아입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지희가 아니라 정말 ‘지아’라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수아 누나.”

“응.”

“잠깐 준비해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아의 표정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편하게 웃고 있던 모습에서 순식간에 일하는 사람의 얼굴이 됐다.

수아가 거울을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지희를 바라봤다.

“지아야.”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을 그 이름으로 불렀다.

지희는 순간 반응이 늦었다.

“…네?”

수아가 웃었다.

“벌써 까먹었어?”

“아…”

지희도 작게 웃었다.

“네.”

“오늘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보기만 해.”

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어떻게 하는지, 분위기 어떻게 맞추는지. 괜히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봐.”

지희도 따라 일어났다.

복도로 나가기 직전 수아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하나만 기억해.”

“뭔데요?”

“처음부터 모든 손님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마.”

지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아가 말했다.

“여기 처음 오는 애들은 손님이 뭐라고 하면 무조건 웃고, 무조건 맞춰줘야 하는 줄 알아.”

수아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지희를 바라봤다.

“근데 그러다 보면 금방 힘들어진다.”

지희는 가만히 수아의 말을 들었다.

“친절하게 하는 거랑 끌려다니는 건 다른 거야.”

그 말은 조금 전 실장이 했던 이야기와도 비슷했다.

지희는 작게 대답했다.

“네.”

수아가 다시 웃었다.

“그래도 너무 겁먹지는 말고.”

그리고 문을 열었다.

밖에서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희는 잠시 복도에 멈춰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은 지희였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지아라고 부를 것이다.

낯선 옷.

낯선 구두.

낯선 이름.

모든 것이 어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름 뒤에 숨어 있으면 조금은 용기가 생길 것 같기도 했다.

‘지아.’

지희는 속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리고 앞서 걷는 수아를 따라 천천히 복도로 나섰다.

이날은 아직 지희에게 손님을 직접 상대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그저 수아 옆에서 지켜보는 교육 첫날이었다.

수아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지아는 혼자 대기실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금 전에는 사람들이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평범한 여성 탈의실과는 확실히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 한쪽을 거의 가득 채운 화장대였다.

거울 둘레에는 밝은 전구가 촘촘하게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파운데이션이며 립스틱, 향수, 아이섀도, 헤어스프레이가 뒤섞여 놓여 있었다.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화장품들 사이에는 머리끈과 귀걸이, 목걸이까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그 아래쪽에는 작은 서랍장이 있었다.

몇 개는 제대로 닫히지도 않은 채 살짝 벌어져 있었다.

지아는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다가 조금 당황했다.

열린 서랍 사이로 레이스가 달린 팬티와 브래지어가 보였다.

검은색.

빨간색.

살구색.

평소 지아가 입던 무난한 속옷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들이었다.

얇은 레이스로 되어 있거나 끈이 유난히 가느다란 것, 장식이 달린 브래지어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어떤 것은 세트로 가지런히 접혀 있었지만 어떤 것은 급하게 갈아입은 듯 속옷과 스타킹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지아는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들 여기서 옷을 갈아입는구나.’

행거 아래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가 여러 개 있었다.

이번에는 스타킹이었다.

검은색 스타킹.

살색 스타킹.

허벅지까지만 올라오는 스타킹.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제품도 있었고 한 번 신었다 벗은 듯 돌돌 말려 있는 것도 있었다.

옆에는 올이 나간 스타킹을 버리는 작은 바구니까지 따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지아는 조금 전 수아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면서 스타킹 이야기를 했던 이유를 이해했다.

구두장도 눈에 띄었다.

검은색 하이힐이 가장 많았다.

낮은 굽부터 지아라면 몇 걸음 걷기도 힘들 것 같은 높은 굽까지 층마다 줄지어 있었다.

은색 장식이 붙은 것.

발목에 가느다란 끈을 감는 것.

앞부분이 뾰족한 것.

반짝이는 소재로 된 것.

한쪽에는 신발 크기가 적힌 스티커까지 붙어 있었다.

235.

240

245

마치 누가 급하게 필요할 때 골라 신도록 공동으로 준비해둔 물건 같았다.

지아는 자기가 방금 신어본 낮은 검은 구두를 내려다보았다.

처음에는 그것조차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있는 다른 구두들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가장 평범해 보였다.

작은 선반 위에는 훨씬 현실적인 물건들도 있었다.

물티슈.

휴지.

면봉.

화장솜.

데오도란트.

향수 샘플.

구강청결제.

일회용 칫솔.

그리고 투명한 플라스틱 바구니에는 팬티라이너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옆에는 새 스타킹과 생리대도 같이 놓여 있었다.

지아는 그걸 보고 조금 묘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에 너무 생활적인 물건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수아나 혜진도 여기에서 화장을 고치고, 스타킹을 갈아 신고, 하루 종일 불편한 구두를 신다가 잠시 벗어놓을 것이다.

어쩌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 소파에서 김밥을 먹을 수도 있고, 새벽이 되면 지쳐서 여기 기대어 졸 수도 있었다.

실제로 냉장고 문에는 배달 음식점 자석과 이름이 적힌 작은 메모들이 붙어 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생수와 음료수, 작은 초콜릿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그 위쪽에는 숙취 음료와 비타민 음료도 여러 병 있었다.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대기실’이라기보다는 여자들이 밤마다 몇 시간씩 생활하는 작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아의 시선이 선반 가장 아래쪽에서 멈췄다.

처음에는 휴지 상자인 줄 알았다.

조금 더 가까이 보자 아니었다.

작은 박스들이 몇 개 겹쳐 있었다.

지아는 적혀 있는 글자를 읽고 순간 그대로 굳었다.

콘돔.

여러 개가 든 박스였다.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상자가 몇 개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한번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괜히 무언가를 몰래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손을 대지는 못했다.

조금 전까지 봤던 브래지어나 팬티, 스타킹은 그저 이곳의 복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이힐도 마찬가지였다.

팬티라이너나 생리대는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생활용품이었다.

그런데 콘돔 박스는 달랐다.

지아 머릿속에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건 왜 여기 있는 거지?’

당연한 질문이면서도 지아는 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면접에서 실장은 분명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수아 역시 선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는 작은 상자는 지아가 아직 모르는 이곳의 또 다른 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아는 다시 한번 상자를 바라봤다.

그 순간 대기실 문이 열렸다.

“지아야.”

깜짝 놀란 지아가 몸을 돌렸다.

수아였다.

“네?”

수아는 지아가 서 있는 위치를 보고 곧바로 눈치를 챘다.

그리고 선반 아래를 한번 바라봤다.

“아.”

지아는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응?”

지아가 잠깐 망설였다.

“…저건 왜 있어요?”

수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선반을 바라봤다.

지아에게는 꽤 충격적인 물건이었지만 수아에게는 휴지나 물티슈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그냥 비상용으로 갖다 놓은 거야.”

“비상용이요?”

“응. 필요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쓰기도 하고.”

수아는 더 이상 자세한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아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재미있다는 듯 살짝 웃었다.

“너 지금 별생각 다 했지?”

지아의 얼굴이 바로 붉어졌다.

“아니… 그냥 좀 놀라서요.”

“처음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수아가 자신의 가방을 열며 말했다.

“근데 여기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 보고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마.”

수아는 립스틱 하나를 꺼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진짜 별거 다 있어.”

그 말에 지아는 다시 한번 대기실 전체를 바라봤다.

레이스 망사 속옷.

스타킹.

팬티라이너.

하이힐.

향수.

화장품.

숙취 음료.

그리고 선반 아래의 많은 콘돔 박스들.

밖에서 상상했던 유흥업소는 화려한 조명과 술, 음악뿐이었다.

하지만 실제 여자들이 머무는 대기실은 훨씬 복잡했다.

화려함과 생활감이 이상할 정도로 뒤섞여 있었다.

여자들이 자신을 꾸미는 물건과 지친 몸을 챙기기 위한 물건들이 같은 선반에 놓여 있었다.

지아는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새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민망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기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자신이 앞으로 이곳에서 보게 될 것들은 아마 지금까지 경험한 평범한 아르바이트와는 꽤 다를 것이다.

수아가 거울을 바라보며 립스틱을 바르다가 말했다.

“며칠 지나면 여기도 그냥 직장 대기실처럼 보여.”

지아가 조용히 물었다.

“언니도 처음에는 이상했어요?”

수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

거울 속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수아가 피식 웃었다.

“나도 처음에는 너랑 똑같았어.”

“진짜요?”

“응.”

수아가 립스틱 뚜껑을 닫았다.

“눈만 계속 굴리고 있었지.”

그 말에 지아도 작게 웃었다.

조금은 안심됐다.

그러면서도 지아의 눈은 무심코 다시 선반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콘돔 박스가 놓여 있었다.

지아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렸다.

아직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았다.

아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몰랐다.

Lv10 월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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