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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2살 지희 유흥업소에 취업하다 [3편]

월가리
댓글: 1 개
조회: 571
추천: 1
2026-10-08 07:37:29
수아를 따라 복도를 걷는 동안 지희는 자꾸만 자신의 구두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또각.

또각.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소리였지만 지금은 그 소리 하나하나가 자신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지아야.”

앞서 걷던 수아가 뒤를 돌아봤다.

“네.”

“너무 굳어 있지 마.”

“저 안 굳었는데요.”

수아가 피식 웃었다.

“얼굴에 다 써 있어.”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한번 꾹 다물었다.

복도 끝에 가까워질수록 음악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낮고 묵직한 베이스음.

잔 부딪히는 소리.

남자들의 웃음소리.

중간중간 여자들의 높은 웃음소리도 섞여 들렸다.

대기실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수아는 어느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일단 오늘은 말 많이 하지 말고 그냥 봐.”

“네.”

“누가 뭐 물어보면 짧게 대답하고.”

“네.”

“그리고 내 옆에 있어.”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가 문을 열었다.

순간 안쪽에서 따뜻한 공기와 술 냄새, 향수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방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천장 조명 대신 벽 쪽 간접등만 켜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위스키병과 얼음통, 안주 접시가 놓여 있었다.

소파에는 남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 서른 후반에서 사십대쯤으로 보였다.

그중 한 남자가 수아를 보자마자 손을 들었다.

“어, 수아 왔네.”

수아의 표정이 바로 달라졌다.

대기실에서 지희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던 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웃는 표정도 조금 더 부드러웠고 목소리도 한 톤 높아졌다.

“오빠, 또 왔어요?”

“왜, 오면 안 돼?”

“내가 언제 오지 말랬어요?”

수아가 자연스럽게 남자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지희를 가리켰다.

“오늘 처음 나온 애야.”

남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지희에게 향했다.

지희는 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수아가 말했다.

“지아라고 해.”

지희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처음이라고?”

한 남자가 물었다.

“네.”

“완전 처음?”

“네…”

지희가 어색하게 웃었다.

수아가 바로 말을 끊듯 끼어들었다.

“오늘은 그냥 구경하러 온 거예요. 괜히 애 긴장시키지 마요.”

“누가 뭘 했다고.”

남자들이 웃었다.

그 덕분에 지희도 겨우 소파 끝에 앉았다.

수아는 능숙했다.

얼음통에서 얼음을 집어 잔에 넣고 술을 조금 따랐다.

“오늘은 뭐 마셔요?”

“그냥 똑같은 거.”

“또 많이 마시려고?”

“수아 네가 마셔줘야지.”

수아가 웃었다.

“맨날 나한테만 그래.”

그러면서도 잔을 들었다.

남자가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한잔.”

“짠.”

수아는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았다.

지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억지로 마시는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편하게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딱 손님이 원하는 만큼 분위기를 맞춰주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남자가 장난스럽게 수아의 팔을 툭 건드렸다.

“근데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안 늦었거든요?”

수아도 웃으며 남자의 팔을 가볍게 밀었다.

“오빠가 일찍 온 거지.”

남자가 다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수아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듯 그의 어깨 쪽에 손을 살짝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누구 때문에 온 건데?”

남자가 웃었다.

“누구겠어.”

“몰라.”

“너 보러 왔지.”

수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또 그런다.”

대화는 농담처럼 흘러갔다.

그러나 지희에게는 그 모든 것이 꽤 낯설었다.

수아가 남자의 팔을 자연스럽게 만지는 모습.

잔을 채워주는 모습.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말을 해도 불편한 기색 없이 웃는 모습.

가끔 남자가 수아의 어깨에 팔을 가볍게 걸치기도 했다.

수아는 그때마다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자세를 조금 바꾸거나 농담으로 넘겼다.

그 거리 조절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지희는 그걸 유심히 봤다.

‘아까 언니가 말한 게 이거였구나.’

친절하게 하는 것과 끌려다니는 것은 다르다는 말.

수아는 확실히 손님에게 맞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행동을 손님이 정하게 두지는 않았다.

남자가 수아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수아는 잠깐 손을 내어줬다가 곧 자연스럽게 잔을 집으며 손을 뺐다.

“오빠, 술이나 마셔.”

“왜 손은 빼.”

“술 안 마시면 나 간다?”

“알았어, 알았어.”

다시 웃음이 터졌다.

지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술을 따라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표정.

말투.

거리.

시선.

손을 내어주는 순간과 빼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일의 일부처럼 보였다.

잠시 후 다른 남자가 지희 쪽을 바라봤다.

“지아는 술 안 마셔?”

지희가 당황해서 수아를 바라봤다.

수아가 바로 말했다.

“얘 술 약해요.”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지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수아가 빈 잔 하나를 가져와 음료수를 조금 부었다.

“얘는 오늘 이거.”

남자가 웃었다.

“수아가 아주 보호자네.”

“처음이라니까.”

수아는 지희에게 잔을 건넸다.

지희는 고마운 마음으로 잔을 받았다.

조금 뒤 분위기가 더 풀리면서 음악도 바뀌었다.

한 남자가 술기운이 오른 듯 소파에 깊숙이 기대었다.

수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조금 가까이 앉았다.

남자가 무언가를 귓가에 말하자 수아가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까운 거리.

술 냄새.

짙은 향수.

어두운 조명.

낮게 깔린 음악.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웃음소리.

지희는 갑자기 대기실에서 보았던 것들이 떠올랐다.

화려한 속옷.

스타킹.

높은 하이힐.

향수.

그리고 선반 아래 놓여 있던 콘돔 박스.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방의 분위기와 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았다.

막상 실제 방에 들어와 보니 노골적인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묘했다.

누구도 대놓고 무언가를 말하지 않았지만 방 전체에는 평범한 술자리와는 다른 기류가 깔려 있었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여자들이 그 시선을 알고 웃어주는 방식.

가끔 어깨가 닿고 손이 닿는 거리.

술기운이 오를수록 조금씩 낮아지는 목소리.

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수아가 그런 지희를 한번 흘끗 바라봤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지아야.”

“네?”

“그렇게 면접 보러 온 사람처럼 앉아 있으면 어떡해.”

남자들이 웃었다.

지희의 얼굴이 바로 붉어졌다.

“저 어떻게 앉아 있어야 할지 몰라서…”

수아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그냥 편하게 있어.”

지희가 조금 가까이 자리를 옮겼다.

수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억지로 뭘 하려고 하지 마.”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있으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돼.”

지희는 다시 방 안을 바라봤다.

수아는 어느새 다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가 농담을 하자 수아가 웃으며 팔을 가볍게 잡았다.

“진짜 웃긴다.”

그리고 잔을 들어 남자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짤랑.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작게 울렸다.

지희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막연하게 상상했던 ‘유흥업소’라는 말보다 실제 모습은 훨씬 미묘했다.

화려하면서도 피곤해 보였고,

친근하면서도 계산된 거리감이 있었고,

웃음이 많으면서도 모든 웃음이 진짜 즐거워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조금씩 퇴폐적인 기운이 스며 있었다.

지희에게 가장 낯선 것은 술도, 손님의 농담도 아니었다.

수아가 이 모든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될까?’

그 생각이 떠오르자 지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지금은 수아 뒤에 숨어 구경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 자신도 이 방에 혼자 들어오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자신은 어떤 표정으로 웃게 될까.

어떤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게 될까.

그리고 ‘지희’가 아니라 ‘지아’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곳에 섞여들게 될까.

그날 밤 처음으로 지희는,

자신이 단순히 돈을 벌러 들어온 곳이라고 생각했던 이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을 나온 뒤에도 지아의 심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복도를 걷는 동안 자꾸 방금 전 장면들이 떠올랐다.

수아가 남자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던 모습.

손님이 가까이 다가와도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모습.

술잔이 부딪치던 소리.

그리고 어둑한 조명 아래서 오가던 시선들.

지아에게는 하나같이 낯선 것들이었다.

“괜찮아?”

앞서 걷던 수아가 물었다.

“네.”

대답은 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수아가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아직도 긴장했네.”

“조금요.”

“그럴 만하지.”

그때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수아 누나, 7번 방 한번 들어가주세요.”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지아도 한번 바라봤다.

“얘도 같이요?”

“오늘 배우는 중이니까 같이 갈게.”

지아는 순간 긴장해서 수아를 바라봤다.

수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그냥 옆에 있으면 돼.”

“네…”

하지만 조금 전과 달랐다.

이번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상하게 더 긴장됐다.

수아가 문을 열었다.

안에는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반쯤 비워진 술병과 얼음통이 놓여 있었고, 잔에는 녹은 얼음이 떠 있었다.

둘 다 어느 정도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붉었다.

“어서 와.”

남자 하나가 수아를 알아보고 웃었다.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요즘 왜 안 왔어요?”

수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옆에 앉았다.

그러자 다른 남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아에게 향했다.

지아는 문 근처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저 친구는?”

“오늘 처음 나온 애예요.”

수아가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야, 들어와.”

지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여기 앉아요.”

지아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수아를 한번 바라보자 수아가 괜찮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조심스럽게 남자의 옆에 앉았다.

그 순간부터 몸이 더 굳었다.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웠다.

소파가 넓기는 했지만 옆 사람의 체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남자에게서는 술과 향수 냄새가 섞여 났다.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렸다.

남자가 웃었다.

“진짜 처음인가 보네.”

“네?”

“엄청 긴장했는데?”

지아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조금…”

수아가 옆에서 웃었다.

“얘 오늘 하루 종일 저러고 있어요.”

“귀엽네.”

그 한마디에 지아는 부끄러워 더 어쩔 줄을 몰랐다.

평소 학교에서 듣는 말과는 느낌이 달랐다.

남자의 시선이 자신을 천천히 살피는 것 같아 괜히 원피스 자락을 한번 정리했다.

남자가 잔 하나를 가져왔다.

“술은?”

지아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저… 술 잘 못해요.”

“조금만.”

남자가 술병을 들자 수아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얘 진짜 약해요. 많이 주지 마요.”

“알았어.”

잔에는 술이 아주 조금만 따라졌다.

그 위로 음료가 섞였다.

남자가 잔을 지아 쪽으로 밀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지아는 잠시 잔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들었다.

“네…”

“짠.”

잔과 잔이 가볍게 부딪쳤다.

짤랑.

지아는 한 모금만 마셨다.

달콤한 맛 뒤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생각보다 독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어때?”

“괜찮아요.”

“천천히 마셔.”

남자의 말투가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지아의 긴장도 아주 조금 풀렸다.

그러나 바로 그때 남자가 웃으며 지아의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

“근데 왜 이렇게 굳어 있어?”

지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아…”

남자도 그 반응을 느꼈는지 손을 바로 거뒀다.

수아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지아야.”

“네?”

“손님이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지아가 난처하게 웃었다.

“제가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서요.”

남자가 말했다.

“천천히 적응하면 되지.”

그때 수아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옆에 앉은 남자의 팔 위에 올렸다.

“봐. 이렇게 편하게 있으면 돼.”

그러면서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는 잠시 수아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수아는 손님의 팔을 한번 가볍게 두드리기도 하고, 농담을 들으면 어깨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웃기도 했다.

하지만 지아가 보기에도 억지스러운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원래 친한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가 지아에게 말했다.

“수아한테 많이 배워요.”

“네.”

“수아 오래 했거든.”

“오빠.”

수아가 남자의 팔을 툭 쳤다.

“나 엄청 오래된 사람처럼 말하지 마.”

방 안에 웃음이 퍼졌다.

지아도 따라 작게 웃었다.

조금 전보다 어깨의 힘이 풀렸다.

남자가 다시 지아에게 물었다.

“학교 다녀요?”

지아는 수아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굳이 자세하게 하지 말 것.

“네. 그냥 학생이에요.”

“몇 학년?”

“그건 비밀이에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러자 남자가 웃었다.

“오, 이제 좀 한다?”

지아는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또 얼굴이 붉어졌다.

수아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봤다.

“잘하네.”

지아가 작게 속삭였다.

“언니가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잘했다고.”

조금 뒤 수아가 지아의 귀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너무 뻣뻣하게만 있지 말고 상대가 이야기하면 살짝 반응해줘.”

“어떻게요?”

“웃어주기도 하고, 팔 정도 가볍게 툭 치기도 하고.”

지아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응.”

“꼭 해야 돼요?”

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맞춘다는 것만 알아두라고.”

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옆의 남자가 농담 하나를 던졌다.

지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수아가 했던 것을 따라 해보듯 남자의 팔을 손끝으로 아주 가볍게 툭 건드렸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손을 거둔 직후 지아의 심장은 아까보다 더 빨리 뛰었다.

‘내가 방금 뭐 한 거야.’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오히려 지아 혼자만 굉장히 큰 일을 한 사람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수아가 그 모습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지아는 수아와 눈이 마주치자 작게 말했다.

“왜요…”

“아니.”

수아가 웃었다.

“금방 배우네.”

“아니거든요.”

지아는 괜히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셨다.

그 모습을 보고 수아가 바로 말했다.

“천천히.”

“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조금씩 열이 올랐다.

음악도 아까보다 부드럽게 들렸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낯설던 남자들의 웃음소리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남자가 가까이 몸을 기울여 말을 걸 때마다 지아의 어깨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굳었다.

팔이 스칠 때마다 그것을 의식했다.

수아는 그런 지아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굳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지아가 정말 불편해하는 순간에만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거나 자리를 조정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잠깐 나갔다 올게요.”

“벌써?”

“또 올게요.”

수아가 손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문 쪽으로 향했다.

지아도 얼른 뒤따랐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지아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수아가 웃었다.

“너 방 안에서 숨 안 쉬었어?”

“언니.”

“왜.”

“진짜 긴장돼요.”

“알아.”

지아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만졌다.

뜨거웠다.

“저 얼굴 빨개졌죠?”

“조금.”

“술 때문인가…”

수아가 지아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술보다 긴장해서 그런 것 같은데?”

지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맞는 말이었다.

술은 몇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다.

그보다 누군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낯선 남자와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졌다.

대기실로 돌아온 지아는 곧바로 거울 앞에 앉았다.

거울 속 얼굴은 처음 출근했을 때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볼은 붉어져 있었고 립스틱도 아주 조금 흐려져 있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얼굴 옆으로 내려와 있었다.

아직 완전히 낯선 모습이었다.

그런데 처음 옷을 갈아입었을 때보다는 이상하게 덜 어색했다.

수아가 뒤에서 물었다.

“어땠어?”

지아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이상해요.”

“뭐가?”

“다요.”

지아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진짜 못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있으니까 또 괜찮아지고.”

수아가 말했다.

“그러면서 적응하는 거지.”

지아는 화장대 위의 립스틱을 바라봤다.

조금 전 자신이 남자의 팔을 건드렸던 손끝까지 괜히 의식됐다.

별것 아닌 행동이었다.

그런데 지아에게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선을 하나 넘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부끄러웠다.

아직은 남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여전히 몸이 굳었다.

하지만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때처럼 도망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수아가 말했다.

“화장 한번 고쳐. 조금 있다가 또 들어갈 수도 있어.”

지아가 거울 속 수아를 바라봤다.

“…또요?”

수아가 웃었다.

“이제 시작인데?”

지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립스틱을 집어 들었다.

거울 속에는 여전히 순진하고 긴장한 얼굴의 지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

조금씩 ‘지아’라는 사람이 겹쳐지고 있었다.

Lv10 월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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