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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2살 지희 유흥업소에 취업하다 [4편]

월가리
댓글: 3 개
조회: 713
추천: 1
2026-10-08 08:37:51
며칠이 지나자 지아도 대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이제는 출근하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정리하고, 스타킹 상태를 확인하고, 립스틱을 한 번 덧바르는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됐다.

수아를 따라 몇 번 방에도 들어갔다.

술을 아주 조금 마시는 법.

손님이 말을 걸면 너무 짧게 끊지 않고 받아주는 법.

싫은 이야기가 나오면 정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는 법.

그런 것들도 조금씩 알게 됐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는 경험하지 못했다.

초이스.

그날도 지아는 화장대 앞에서 립스틱을 고치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

“초이스 들어갈 사람?.”

직원의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휴대전화를 보던 여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립스틱을 멈췄다.

수아가 거울 너머로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도 가.”

“저도요?”

“응.”

지아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저…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러니까 해봐야지.”

수아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지아는 괜히 목이 말랐다.

방에 들어가 옆에 앉는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미 누군가가 선택한 자리로 들어가는 것은 수아 뒤에 숨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초이스는 달랐다.

자신이 여러 여자들과 나란히 서 있고,

남자가 그 얼굴과 몸을 하나씩 바라본 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고르는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렸다.

지아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한번 확인했다.

“저 이상하지 않아요?”

수아가 웃었다.

“안 이상해.”

“머리 괜찮아요?”

“괜찮아.”

“화장은요?”

“지아야.”

수아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면접 보러 가는 거 아니야.”

지아는 민망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웃을 기분은 아니었다.

직원이 다시 말했다.

“빨리요.”

지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색 원피스 자락을 한번 아래로 당겼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 뒤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구두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또각.

또각.

또각.

여섯 명 정도가 한 줄로 걸었다.

지아는 맨 뒤쪽에 섰다.

앞에 있는 여자들은 너무 태연해 보였다.

한 명은 걸으면서 머리를 귀 뒤로 넘겼고,

다른 한 명은 옆 사람과 작은 목소리로 농담까지 했다.

지아만 혼자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고르면 들어가고, 아니면 다시 나오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 단순한 일이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알 수 없었다.

직원이 어느 방 앞에서 멈췄다.

“여기.”

문이 열렸다.

지아는 앞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첫인상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여럿이 술을 마시던 다른 방과 달랐다.

테이블 위에는 위스키 한 병과 얼음통, 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넓은 소파 한가운데 남자 한 명이 혼자 앉아 있었다.

지아는 순간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남자는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아의 아버지보다 확실히 많아 보였다.

머리에는 희끗희끗한 새치가 많았고,

두꺼운 목 아래로 셔츠 단추가 답답하게 벌어져 있었다.

몸집도 컸다.

배가 앞으로 많이 나와 있었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니 한 사람이 차지하는 자리가 유난히 넓어 보였다.

지아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더 긴장했다.

젊은 손님이었으면 덜했을까.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평소 학교나 아르바이트에서 마주쳤을 법한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비슷한 사람을 떠올리자면,

친구 아버지.

교수님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

어렸을 때 가족 모임에서 봤던 아버지 지인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그런 사람이 지금 자신을 여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이상했다.

“앞으로 조금.”

직원이 말했다.

여자들이 자연스럽게 한 줄로 섰다.

지아도 따라 섰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처음에는 앞으로 모았다.

그러다 옆의 여자들이 대부분 편하게 팔을 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슬쩍 따라 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

‘고개 들자.’

그런데 고개를 들면 남자와 눈이 마주칠 것 같았다.

지아는 테이블 끝을 바라봤다.

직원이 말했다.

“천천히 보세요.”

그 한마디가 유난히 길게 들렸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들 사이를 움직였다.

지아는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명.

한 명.

한 명.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원피스가 너무 짧은 것처럼 느껴졌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지나치게 드러난 것 같았다.

화장도 너무 진한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기실에서는 평범해 보였는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으니 자신까지 전시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를 안 고르면 좋겠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면서도 곧 이상한 생각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아무도 계속 나를 안 고르면?’

그것도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았다.

선택받고 싶지는 않은데,

선택받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 모순된 생각 때문에 지아는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남자의 시선이 지아에게 가까워졌다.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아주 얕게 쉬었다.

그리고 결국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다른 여자들을 볼 때보다 조금 오래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왜 이렇게 오래 보지?’

눈을 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계속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지아는 결국 아주 어색하게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웃는 건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의 표정이었다.

남자는 뜨거운 시선으로 여전히 지아를 바라봤다.

지아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그 순간 남자가 직원에게 물었다.

“쟤는 처음 보는 애네.”

지아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직원이 대답했다.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이름이 뭐야?”

지아는 본능적으로 직원 쪽을 바라봤다.

직원이 지아에게 턱짓했다.

“말해.”

지아는 입술을 한번 적셨다.

“지아예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남자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

“지아…예요.”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말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다른 여자들도 바라봤다.

지아는 속으로 안도했다.

‘아니구나.’

괜히 혼자 긴장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지아 쪽을 가리켰다.

“저 친구.”

지아는 처음에는 자신을 말하는지 몰랐다.

뒤쪽에 누가 있는 줄 알고 아주 잠깐 옆을 돌아봤다.

직원이 말했다.

“지아.”

“…네?”

“남아.”

그 두 글자가 머릿속에서 제대로 이해되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남아.

다른 여자들은 이미 익숙한 듯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아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

가슴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정말 자신이었다.

여섯 명 중에서.

남자가 자신을 골랐다.

기분이 이상했다.

기뻐해야 하는 건지,

겁을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자의 나이가 계속 신경 쓰였다.

아버지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자신을 골랐다는 사실.

그 사람이 지금부터 자신의 바로 옆에 앉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밀려왔다.

수아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싫은 건 싫다고 해.’

‘처음에는 그냥 대화만 한다고 생각해.’

지아는 속으로 그 말을 하나씩 되뇌었다.

다른 여자들이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혔다.

찰칵.

아까까지 여섯 명이 서 있던 방에 이제 자신만 남아 있었다.

갑자기 방이 훨씬 넓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남자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앉아.”

지아는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그제야 자신이 초이스를 받은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구두 굽이 카펫에 닿아 이번에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소파가 가까워졌다.

남자는 지아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지아는 어디까지 가까이 앉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너무 멀리 앉으면 이상해 보일 것 같았고,

너무 붙어 앉는 것은 더 부담스러웠다.

결국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멀리 앉네.”

지아의 얼굴이 또 뜨거워졌다.

“아… 처음이라서요.”

“진짜 처음이야?”

“네.”

남자는 잔에 술을 조금 따랐다.

지아는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이상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수아 뒤에서 이런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손님이 무슨 말을 하든 수아가 대답했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수아가 알아서 정리해줬다.

그런데 지금은 수아가 없었다.

자신이 대답해야 했다.

자신이 웃어야 했다.

자신이 거리를 정해야 했다.

남자가 물었다.

“몇 살이야?”

지아는 잠시 망설였다.

“스물두 살이요.”

남자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어리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무겁게 들렸다.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남자는 잠시 지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왜 이렇게 긴장했어?”

지아는 애써 웃었다.

“제가 원래 좀 낯을 가려서요.”

“나 무서워?”

질문이 너무 직접적이라 지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요.”

남자가 웃었다.

“솔직하네.”

지아도 따라서 작게 웃었다.

하지만 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술 냄새.

어두운 조명.

너무 넓은 남자의 어깨.

자신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얼굴.

그리고 방금 전 여러 여자 중 자신을 가리키던 손가락.

모든 것이 조금씩 현실감을 더해갔다.

‘진짜 내가 선택된 거구나.’

이제야 그 사실이 제대로 와닿았다.

대기실에서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자신은 잠시 구경하러 온 사람 같은 기분이 있었다.

수아를 따라다닐 때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판단하고,

직접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선택 때문에 이 방에 남아 있었다.

지아는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걸 들키기 싫어서 손가락을 서로 꼭 맞잡았다.

‘괜찮아.’

속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그냥 이야기만 하면 돼.’

하지만 심장은 좀처럼 천천히 뛰지 않았다.

그날 밤,

지아가 처음으로 초이스를 받은 순간은 이상하게도 이후 오래 기억에 남았다.

특히 자신을 골랐던 남자의 얼굴보다,

“지아, 남아.”

그 말을 들었던 순간의 감각이 더 선명했다.

다른 여자들이 모두 방을 빠져나가고,

자신만 그 자리에 남았던 순간.

그때 처음으로 지아는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수아를 따라다니며 구경만 하는 신입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되는 것도,

그 선택을 받은 뒤 혼자 그 자리에 남는 것도,

앞으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아는 여전히 소파 끝에 조금 굳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중년 남자는 그런 지아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그 시선이 길어질수록 지아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랐다.

테이블을 봤다가,

잔을 봤다가,

괜히 자신의 손끝을 내려다봤다.

남자가 먼저 웃었다.

“진짜 처음 맞네.”

지아가 고개를 들었다.

“티 많이 나요?”

“많이.”

지아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저 나름대로 안 긴장한 척하고 있었는데…”

“그게 더 티 나.”

남자가 웃었다.

지아도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는 남자가 무섭게 느껴졌는데, 막상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니 생각보다는 차분한 사람이었다.

다만 한 가지가 계속 신경 쓰였다.

시선이었다.

남자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아의 얼굴을 유난히 오래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아가 먼저 시선을 내렸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왜 자꾸 눈 피해?”

“제가요?”

“응.”

“그냥… 좀 어색해서요.”

“나 보는 게?”

지아는 잠깐 망설였다.

“아니요. 그냥 이런 자리가요.”

남자는 잔에 술을 조금 따랐다.

“한잔 할래?”

“저 진짜 술 약해요.”

“조금만.”

지아는 수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무리해서 마시지 말 것.

싫으면 싫다고 말할 것.

지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짜 조금만 주세요.”

남자가 웃었다.

“알았어.”

잔에는 술이 아주 조금만 들어갔다.

남자가 음료를 더 섞어 지아에게 내밀었다.

지아는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그 모습에 남자의 입가가 다시 올라갔다.

“그것도 두 손으로 받네.”

지아가 당황했다.

“원래 이렇게 받는 거 아닌가요?”

“아니.”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냥 네가 너무 학생 같아서.”

지아는 괜히 민망해졌다.

“저 학생 맞는데요.”

“그러니까.”

남자의 시선이 지아의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아도 그것을 알아챘다.

가슴이 순간 철렁했다.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등을 조금 펴고 원피스 자락을 손으로 한번 정리했다.

남자가 그 행동까지 보고 있었다.

“왜?”

“네?”

“갑자기 옷은 왜 내려.”

“그냥요.”

지아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자신이 신입이라 신기해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은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다.

수아를 따라 방에 들어갔을 때도 남자 손님들의 시선을 여러 번 보았다.

여자를 볼 때 잠깐 머무는 눈.

옷이나 몸을 한번 훑어보는 눈.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바라볼 때 달라지는 표정.

그때는 모두 남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남자가 물었다.

“여기 왜 왔어?”

지아가 잔을 내려놓았다.

“돈 벌려고요.”

“그건 다 그렇지.”

“생활비가 좀 필요해서…”

“부모님은 모르고?”

지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금방 눈치를 챘다.

“모르겠네.”

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다시 한번 웃었다.

“그래서 더 긴장했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닌데요.”

“그럼?”

지아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잠깐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이런 데서 일할 줄은 진짜 생각도 못 했어요.”

남자가 팔짱을 풀며 지아 쪽으로 몸을 조금 돌렸다.

“그런 애가 여기 있으니까 더 눈에 띄는 거야.”

지아가 고개를 들었다.

“제가요?”

“응.”

남자의 눈이 또 지아의 얼굴에 머물렀다.

“다른 애들은 딱 보면 익숙하잖아.”

지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너는 아닌 것 같아서 골랐어.”

“뭐가요?”

“익숙한 애.”

지아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칭찬을 들은 건지 아닌지도 애매했다.

그런데 남자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가 외모보다도 자신의 긴장한 모습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더 부끄러웠다.

“제가 그렇게 어색했어요?”

“응.”

남자가 웃었다.

“아까 서 있을 때 혼자 손가락 꼭 잡고 있더라.”

지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런 것까지 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걸 봤어요?”

“다 봤지.”

지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지금도 손가락을 서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급하게 손을 떼자 남자가 웃었다.

“또 그러네.”

“습관이에요.”

“귀엽네.”

그 말에 지아가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에는 별생각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남자가 자신을 단순히 어린 신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여자, 성적으로.

그것도 자기 취향의 여자로 보고 있다는 감각이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계속 차분했지만 너무 노골적일 때가 있었다.

지아가 잔을 들 때 손을 바라봤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 때 목선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가슴을 뚫어져라 보기도했고.

원피스 위로 드러난 다리를 한번 바라보기도 했다.

지아는 그런 시선을 알아차릴 때마다 몸이 조금씩 굳었다.

싫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성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소개팅에서도 이 정도로 직접적인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달랐다.

남자는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지아가 젊고,

순진해 보이고,

아직 남자를 대하는 것이 서툴다는 사실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남자친구 있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지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없어요.”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진짜?”

“네.”

“왜 없어?”

“그냥… 없어요.”

지아가 웃었다.

남자는 지아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봤다.

“연애 많이 안 해봤지?”

지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자체가 대답이 된 것 같았다.

남자가 낮게 웃었다.

“맞네.”

지아가 조금 발끈했다.

“왜.. 혼자 결론 내리세요?”

“아니야?”

지아는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많이는 안 해봤어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그것을 보면서 또 묘하게 긴장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서툰 반응을 볼 때마다 남자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것은 단순히 재미있어하는 눈빛과는 달랐다.

남자로서 여자를 볼 때 생기는 관심.

지아도 이제는 그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남자가 조금 몸을 가까이했다.

지아는 본능적으로 숨을 작게 들이켰다.

둘 사이 거리가 조금 좁아졌다.

남자가 그것도 놓치지 않았다.

“또 긴장했네.”

“안 했어요.”

“했는데.”

“안 했어요.”

지아가 애써 웃었다.

남자는 더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대신 팔을 소파 등받이 위에 편하게 올리고 지아를 바라봤다.

그 자세 때문에 오히려 지아는 자신이 남자의 시선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근데 난 이게 좋다.”

“뭐가요?”

“너처럼 아직 어색해하는 거.”

지아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남자가 덧붙였다.

“괜히 능숙한 척 안 하잖아.”

지아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서툶이 누군가에게 매력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저는 그냥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데요.”

“그러니까.”

남자가 웃었다.

“그게 좋은 거야.”

지아의 목 뒤까지 열이 올라왔다.

그 말은 이상하게 노골적으로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는 평범했는데 의미가 달랐다.

지아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술맛보다 자신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남자가 말했다.

“천천히 마셔.”

“…네.”

“오늘 취하면 안 되지.”

지아가 웃었다.

“저 조금만 마셔도 취해요.”

“그럼 진짜 조금만.”

남자는 오히려 술병을 자신 쪽으로 치웠다.

그 행동 때문에 지아의 긴장이 아주 조금 풀렸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계속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날 지아는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에 든다’는 것이 꼭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남자는 지아의 얼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지아가 자꾸 눈을 피하는 모습,

술잔을 두 손으로 받는 모습,

가까이 오면 어깨가 순간 굳는 모습,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깐씩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지아에게는 숨기고 싶은 서툶이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지아는 남자의 시선을 이전보다 훨씬 더 의식하기 시작했다.

옷을 한번 정리하는 것조차.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머리카락을 넘기는 것조차.

전부 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신경 쓰였다.

처음 초이스를 받았다는 긴장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긴장이었다.

지아는 그때까지 몰랐다.

그 남자가 이날 이후로도 계속 자신을 찾게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처음 느꼈던 그 불편하면서도 묘한 시선이,

앞으로 둘 사이에서 가장 오래 이어질 본격적인.

자신의 아버지 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지아의.

은밀한 관계가 시작이 될 거라는 것도.

● 5추 시 다음 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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