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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엄마와 아들의 금지된 사랑 [마지막 에피소드]

월가리
댓글: 3 개
조회: 407
추천: 1
2026-10-18 19:44:20
그 후 서른다섯 해가 흘렀다.

현정은 이제 여든다섯이 되었다.

머리는 거의 하얗게 세었고, 예전처럼 빠르게 걷지도 못했다.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팠고, 계단을 오를 때는 난간을 꼭 잡아야 했다.

집 안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준성과 함께 살던 집은 오래전에 정리했다.

지금 현정이 사는 작은 집에는 필요한 것만 남아 있었다.

침대 하나.

낡은 소파.

작은 식탁.

그리고 거실 한쪽에 오래된 서랍장 하나.

그 서랍장 맨 아래 칸에는 현정이 평생 버리지 못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준성의 사진이었다.

현정은 어느 겨울 오후,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손등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

예전보다 손이 많이 떨렸다.

그 손으로 오래된 사진 봉투를 꺼냈다.

맨 위에는 어린 준성이 있었다.

아마 다섯 살 무렵이었다.

커다란 모자를 쓰고 현정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현정은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사진을 가까이 가져왔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생겼다.

“준성아.”

목소리도 많이 늙어 있었다.

“너 이때 참 예뻤는데.”

현정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음 사진.

초등학교 입학식.

새 가방을 메고 어색하게 서 있는 준성.

다음 사진.

중학생이 된 준성.

현정보다 키가 조금 커졌다며 일부러 어깨를 펴고 있던 모습.

다음 사진.

군 입대 전날.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하다며 웃던 얼굴.

그리고 조금 더 넘기면 성인이 된 준성이 있었다.

현정은 어느 순간 사진 넘기기를 멈췄다.

오래 바라봤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어떤 기억들은 희미해지지 않았다.

그날의 일도 그랬다.

현정은 준성을 평생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억지로 바꾸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한 행동.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람을 죽여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던 일.

그것은 시간이 지났다고 없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현정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준성을 완전히 미워하는 데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가장 괴로웠다.

‘어떻게 아직도 사랑하지.’

스스로 수없이 물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는 질문이 달라졌다.

‘사랑한다고 해서 용서해야 하나.’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현정은 자신의 답을 찾았다.

아니었다.

사랑과 용서는 같은 것이 아니었다.

기억과 그리움도 마찬가지였다.

준성이 한 일을 인정하면서도 어린 준성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아들을 사랑했던 시간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현정은 그렇게 살아왔다.

사진을 다시 넘겼다.

한 장에서 손이 멈췄다.

바닷가였다.

어린 준성이 작은 조개껍데기를 들고 현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정은 오랫동안 그 사진을 바라봤다.

준성의 유골을 뿌렸던 바다와 같은 곳이었다.

“거기 잘 있니?”

현정이 조용히 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침묵 때문에 울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혼잣말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많이 늙었다.”

현정은 웃었다.

“너는 아직 엄마 기억 속에서 젊구나.”

사진 속 준성은 변하지 않았다.

현정만 늙었다.

“이게 조금 억울하다.”

작게 웃었다.

그러다 기침이 나왔다.

현정은 한참 기침하다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바라봤다.

“너 살아 있었으면…”

잠시 말을 멈췄다.

“지금 몇 살이었으려나.”

손가락으로 계산하려다가 포기했다.

“됐어. 엄마 이제 계산도 잘 못한다.”

혼자 웃었다.

하지만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준성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머리는 희끗해졌을까.

결혼을 했을까.

아이를 낳았을까.

혹은 혼자 살았을까.

자신에게 전화해서 귀찮게 잔소리를 했을까.

“엄마 병원 갔다 왔어?”

“약 먹었어?”

그런 평범한 말을 했을까.

현정은 가끔 그런 상상을 했다.

그러나 상상 속의 준성은 언제나 죄를 저지르기 전의 준성이었다.

그 이후의 현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현정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상상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대신 기억했다.

준성이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순간.

열이 나서 품 안에서 잠들던 밤.

학교에 처음 들어가던 날.

현정이 아프자 물컵을 가져다주던 작은 손.

그것들은 진짜였으니까.

죄가 있다고 해서 그 이전의 모든 시간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현정은 사진을 가슴 쪽으로 가져왔다.

“준성아.”

잠시 침묵했다.

“엄마는 아직도 가끔 네가 원망스럽다.”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왜 그렇게까지 갔을까.”

“왜 돌아올 기회가 있었는데도 계속 멀리 갔을까.”

현정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엄마가 모르는 게 많았겠지.”

창밖으로 겨울 햇빛이 들어왔다.

현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봤다.

“그렇다고 네가 한 일이 달라지는 건 아니고.”

다시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건 너도 마지막에는 알았지?”

마지막 면회가 떠올랐다.

유리 너머의 준성.

두려워하던 얼굴.

“엄마.”

그 한마디.

현정의 눈가가 천천히 젖었다.

여든다섯이 되었는데도 눈물은 났다.

다만 예전처럼 통곡하지는 않았다.

한 줄기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렀다.

“그날 네가 무섭다고 했던 거…”

현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아직 기억해.”

사진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잠시 후 현정은 눈물을 닦았다.

“그래도 네 인생 대신 살아줄 수는 없었어.”

“네 죄도 대신 받을 수 없었고.”

“그게 엄마가 평생 제일 힘들었던 일이었다.”

자식이 넘어지면 일으켜줄 수 있었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배고프면 밥을 해줄 수 있었다.

돈이 없으면 자신이 더 일하면 됐다.

그런데 준성이 스스로 저지른 일만큼은 대신 해결할 수 없었다.

그것이 현정에게는 오랫동안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이었다.

“엄마는 네가 어렸을 때 뭐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정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건 엄마 착각이었나 보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현정은 사진을 다시 봉투 안에 넣으려다 멈췄다.

한 장만 따로 꺼냈다.

어린 준성이 현정의 목을 끌어안고 웃는 사진이었다.

현정은 그것을 들고 침실로 갔다.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 사진을 세워놓았다.

그리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사진을 바라봤다.

“이제 엄마도 오래 남지는 않았겠지.”

그 말을 아주 평범하게 했다.

두렵다기보다는 오래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하는 목소리였다.

“죽으면 너를 만나는지는 모르겠다.”

현정은 작게 웃었다.

“그런 건 엄마도 몰라.”

사진 속 준성은 웃고 있었다.

“혹시 정말 만난다면…”

현정은 잠시 생각했다.

“엄마가 너한테 화부터 낼까.”

조금 웃었다.

“아니면 그냥 안아줄까.”

표정이 천천히 슬퍼졌다.

“모르겠다.”

한참 뒤 현정이 말했다.

“아마 둘 다 할 것 같다.”

창밖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현정은 베개에 천천히 몸을 기대었다.

사진을 옆에 두었다.

“준성아.”

“엄마는 네가 한 일을 잊지 않았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너를 낳았던 날도 잊지 않았고.”

“네가 엄마 손 잡고 다녔던 것도 잊지 않았고.”

“네가 웃었던 것도.”

“울었던 것도.”

“마지막에 엄마라고 불렀던 것도.”

현정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하나도 안 잊었어.”

잠시 방 안이 조용해졌다.

현정이 다시 눈을 떴다.

사진을 바라봤다.

“엄마가 너를 사랑했던 건 잘못이 아니었어.”

그 말을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너도 그건 알았으면 좋겠다.”

현정의 눈가에서 마지막으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

“엄마 꽤 오래 살았다.”

준성이 살아 있었다면 놀렸을지도 모른다.

‘엄마 백 살까지 살겠네.’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현정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게.”

조용히 혼잣말했다.

“너보다 너무 오래 살았네.”

노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현정은 사진을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손을 뻗었다.

사진 속 어린 준성의 얼굴을 손끝으로 한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잘 지내고 있니, 우리 아들.”

잠깐의 침묵.

“엄마는 이제 괜찮다.”

현정은 눈을 감았다.

“많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 뒤,

아주 작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도 보고 싶어.”

방 안에는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현정은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평생 충분히 기다렸으니까.

그저 사진을 곁에 둔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날 저녁,

여든다섯의 현정에게 준성은 더 이상 뉴스 속의 범죄자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남자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죄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그 모든 모습과 함께,

여전히 아주 오래전 자신의 손가락을 꼭 붙잡았던 어린 아들이었다.

현정은 그 모순을 평생 품고 살았다.

미워하면서 사랑했고,

두려워하면서 그리워했고,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긴 세월 끝에야 그것이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을 보내는 일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창밖의 노을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현정은 잠이 들었다.

침대 옆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어린 준성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현정의 입가에도,

아주 희미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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