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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쪽 폐허 -01-

세오닌
댓글: 1 개
조회: 1219
추천: 2
2015-07-15 10:17:36

감은 눈꺼풀의 너머로 강한 빛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리며 피오나는 몸을 뒤척였다. 등으로 느껴지는 푹신한 감촉과 몸을 덮고 있는 부드러운 천의 느낌이 좋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고 싶다.

하지만, 그러한 피오나의 바램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산산히 부서졌다.

 

"어-이! 피오나! 일어나라고! 언제까지 자고 있을 셈이야!"

 

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서는 기척이 났다. 피오나는 한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리고 누운 채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선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블론드색 머리의 훤칠한 청년. 리시타라는 이름을 가진 용병이었다. 그런데......

 

"-! 옷은 왜 벗고 들어오는 거야!"

 

"뭐? 아, 이거. 씻고 오는 길이....푸악."

 

상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린 채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며 능청스럽게 말하던 리시타의 얼굴에 강하게 베개를 집어던진 피오나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장 나갓!"

 

리시타가 다시 들어온 것은 5분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하얀 셔츠를 입은 모양새였다. 그 동안 피오나는 침구를 정리하고 침대 옆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옷을 입었다. 누구의 옷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쪽이 약간 답답답한 것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피오나가 물었다. 웃기게도 좀 전의 상황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탓에 리시타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남자의 나신을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상체 뿐이긴 했지만.

 

"무슨 일이긴. 하루종일 잘거야? 그건 그렇고. 몸은 좀 어때?"

 

리시타의 물음에 피오나는 그제야 몸 전체가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탑에서의 전투, 특히나 거대 거미와의 전투는 격렬했다. 거미와 싸운 것은 리시타이고 피오나는 그저 티이를 지키는 것에만 주력했지만, 거미가 집요하게 노린 것은 티이와 피오나 쪽이었다. 거대한 몸체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미의 공격은 정면으로 막아낼 수가 없었다. 간신히 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피오나는 실력이 부족함을 실감했다.

 

'.......언니였다면 훨씬 간단하게 흘렸을 거야.'

 

그런 생각을 속으로 삼킨 피오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조금 쑤시긴 하지만 괜찮은 것 같아. 그쪽은 어때?"

 

"나는 막거나 흘리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몸에 가는 무리가 너보다는 적다고. 뭐. 괜찮은것 같으니 다행이야. 그럼 가자고."

 

리시타의 말에 피오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딜?"

 

"용병단 사무소."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무소를 기사단 거점으로 사용하겠단 말입니까?"

 

"그렇다. 종탑에서 놀이 발견됬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 근처의 놀이라고는 북쪽 폐허의 놀 뿐이지 않나? 조사를 위해 콜헨에 거점을 세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니, 그런데 왜 그게 우리 사무소랍니까?"

 

"보급이 원활하고 용병단의 협조를 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라도 있나?"

 

아무렇지도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항의를 간단히 받아넘기는 눈 앞의 여기사가 마렉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을 드윈이라고 밝힌 여기사는 마렉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럴 때 아이단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아이단은 화살이 생각보다 깊숙히 박히는 바람에 아직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상당히 답답해 보이는데, 그 헬름은 항상 쓰고 있는 모양이지?"

 

"아, 상관하지 마시죠!"

 

전혀 악의없어 보이는 저러한 질문마저 매우 짜증나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쨌든, 마렉은 본래도 기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어제의 일로 더욱 기사단을 불신하게 되었다. 지원요청을 할 때는 간단하게 묵살하더니 이제 와서 조사를 위해 용병단 사무소를 거점으로 사용하겠다는 저 뻔뻔함이란!

 

"저기, 마렉. 조금 진정해."

 

한껏 흥분해 있는 마렉을 진정시킨 것은 붉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용병단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그녀는 아직 전투에 나서기 보다는 용병단의 전반적인 사무를 맡아 보고 있었다. 물론, 용병단에 들어온 것은 리시타가 제일 늦었지만 리시타는 처음부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분하지만, 마렉보다도.

 

"......그래. 케아라. 네 말이 맞아."

 

마렉의 말에 여인, 케아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 때, 사무소의 문이 열리고 한 쌍의 남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가벼운 차림을 한 남녀를 본 마렉은 반색을 했다.

 

"어서 와. 리시타. 그리고.......피오나, 였던가?"

 

그의 말대로 남녀는 리시타와 피오나였다. 리시타는 들어오자마자 상황을 알겠다는 듯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피오나는 신기한 듯 사무소 내부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마렉의 인사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피오나에요."

 

"네, 는 무슨. 말 편하게 하라고. 리시타와는 초면에 말을 놓던데 말이야. 어쨌든 잘 왔어. 칼브람 용병단에."

 

마렉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미소라고는 해도 헬름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는 않겠지만. 피오나는 마렉의 손을 마주잡으며 미소지었다. 그 때, 뒤에 서있던 여기사, 드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볼 거라 했었지. 용병."

 

낯익은 목소리에 피오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드윈과 눈이 마주친 피오나의 눈이 커졌다.

 

"기사님?"

 

"뭐? 기사님? 아는 사이야?"

 

 

 

"드세요."

 

"고맙군."

 

드윈의 앞에 차가 담긴 잔을 내려놓은 케아라는 쭈뼛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인원은 총 네 명. 리시타, 마렉, 드윈, 그리고 피오나였다.

어색한 침묵이 맴돌던 테이블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리시타였다.

 

"북쪽 폐허를 조사하겠다는 겁니까?"

 

"그렇다. 마족의 징표를 지닌 놀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조사는 필연적이지."

 

"굳이 기사단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에게 맡겨 두어도 될텐데."

 

리시타의 물음에 드윈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다. 마족이 연관된 이상 기사단이 나서지 않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그 말에 마렉이 칫,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드윈은 신경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기세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는데, 피오나로부터 드윈이 티이를 로체스트에서 내보내준 장본인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였다.

그 때, 피오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놀은 더 이상 마족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피오나를 한 번 돌아본 드윈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건 그렇다. 놀이 마족이던 때는 '라이칸스로프'라는 종족이 그들을 다스릴 때였지. 지금의 고블린과 오거의 관계라고 보면 될 것 같군. 하지만 라이칸스로프는 수 년전 기사단과의 전투에서 모두 멸족했다. 애초에 수가 많은 종족이 아니었지. 라이칸스로프의 지배에서 벗어난 놀은 그 때부터 마족에게 가담하기를 그만두었지."

 

"하지만 이번에 다시 마족의 징표를 지니고 있었다는 건....?"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다시 마족에 가담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지. 때문에 기사단은 가장 가까운 북쪽 폐허의 놀 부족부터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거기서 드윈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것은 리시타였다. 리시타는 팔짱을 낀 채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하지만 말입니다. 북쪽 폐허의 놀 부족, 그러니까 치프틴의 놀 부족은 인간에게 우호적입니다. 그들이 사냥한 사냥감을 거래하는 사람도 있단 말입니다. 차라리 평원쪽에 서식하는 부족을 조사해보지요. 성역의 폐허부터 포벨로 입구에 걸쳐 서식하는 놀들은 스카드블랙이라는 놀의 왕이 이끌고 있는데 전부터 인간에게 적대적이었죠."

 

"놀에 대해 꽤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군, 용병."

 

"......뭐, 잘 아는 친구를 한명 가지고 있지요."

 

리시타는 얼버무리듯이 말했지만, 드윈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드윈은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북쪽 폐허의 놀에 대한 조사는 형식적인 것이지. 이 곳에 오기전에 정찰을 보내두었다. 정찰이 무언가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북쪽 폐허의 놀에 대한 적대행위는 없을 것이다. 기사단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야."

 

"뭐요? 상의도 없지 정찰을 보냈단 말입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마렉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드윈은 마렉을 힐끔 보고는 대답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전시상황에서 왕국의 모든 용병단은 기사단의 지휘아래 놓이게 된다. 굳이 그쪽과 상의하지 않더라도 기사단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오히려, 용병단이 움직이기 위해서 기사단과 상의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봐요. 당신들 기사단이 콜헨에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이 벌써 몇해인줄 아십니까? 북쪽 폐허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지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장된 병력을 보냈다가 놀들과 마주치면 놀들은 당연히 적개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마렉의 항의에 드윈이 무어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용병단 사무소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한 사람이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갈색의 제복을 차려입은 그 사람은,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이었는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청년은 사무소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드윈과 눈이 마주치자 다급하게 말했다.

 

"부, 북쪽 폐허의 놀들이 집결 중입니다! 그 수가 상당합니다!"

 

".......뭐라고?"

 

 

 

Lv25 세오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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