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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이다. - Control Over

짜오와이
댓글: 1 개
조회: 2515
추천: 3
2021-04-04 20:53:51


이 글은 '컨트롤 오버'의 리뷰 글입니다.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약간의 게임의 스토리를 담고 있음을 알립니다.


본 리뷰는 '스토브인디'로부터 게임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론



'컨트롤 오버'는 Ashcraft사의 첫번째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이다. 총 13 Chapter로 구성되어있고, 기억을 잃은 주인공, 같혀있는 3명 그리고 죽은 시체가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게임 진행은 마우스 클릭을 통해, 저택에서의 물건을 조사하거나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선택지를 선택한다. 포인트 앤 클릭 형식을 띄고 있지만, 퍼즐성은 적고 인물 간의 대화나 아이템의 텍스트가 많아서, 플레이를 마치게 되면 한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든다. 컨트롤 오버의 그림체와 음악은 미스터리한 환경과 잘 어울려,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선택지를 선택할 때, 꾹 누르는 방식은 실수로 선택지를 택하는 일이 없도록 개발자의 배려가 보인다.







'선택' 그리고 '성향'


게임과 선택은 어찌보면,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게임 속 세계관에 유저가 선택을 통해 개입을 한다. 스토리 게임이 가지는 선택지는 나만의 스토리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메커니즘처럼 통용된다. 이런 선택에 관련한 이야기는 개발자의 인터뷰를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적혀있다.


Q. 스토리가 게임의 메인이다보니, 게임성에 대해서는 고민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제일 고민이었나요?

아무래도 텍스트의 비중이 매우 높은 비주얼 노벨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보니,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부분들이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죠. 컨트롤 오버는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이고, 스토리에 몰입하고 상호작용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게임 내의 선택지를 조금은 색다르게 만드는 것이었죠. 

제가 플레이해보았던 게임들의 선택지에서는 어느 정도 의도와 결과가 보였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면 어떤 결과와 어떠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느 정도 감이 오죠. 그렇게 한다면 선택지는 하나의 매커니즘이 되지만, 순수한 유저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질 않았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행동이지 유저의 생각이나 성향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컨트롤 오버에서는 유저의 생각이나 성향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 스토브 인디 인터뷰 발췌


선택의 순간에서 고뇌하는 이유는 대부분 선택이 가져오는 미래에 대한 확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 '아니오'의 영역이 아닌, 선택의 결과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의도가 불분명한 선택지에서는 우리는 폭탄 해체 전선을 고르는 듯한 기분을 들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선택지를 고를 경우 '불러오기'를 통해 다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따라서, 게임을 하면서 선택지가 주어지면, 순수한 의도보다는 유저는 그보다 더 뒤에 있는 의도를 파악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또한, 선택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길을 가기위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순간, 유저의 몰입도는 이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인지하게 되고 결국 몰입도가 깨지기 쉽다.


'컨트롤 오버'의 개발자는 플레이어는 선택지가 선택 결과를 유추할 수 있어서, 처음 느낀 순수하게 의도로 결정한 선택이 아닌, 선택지에 의해 드러난, '선택 결과'에 의해 변경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발자는 선택지가 단순히 유저가 흐름을 정하는 방향키가 되는 것보다는 좀 더 근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어떤 성향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으로서 공략하기 위해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에 자기 자신을 집어넣기를 바라는 것이다.


'컨트롤 오버' 에서는 선택지는 유저의 선택이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형성된 플레이어의 자아가 상황의 맞는 행동을 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식은 선택이 게임을 공략하기 위해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게임 속에 자기 자신을 순수하게 투영하기 좋은 방식이다. 시시콜콜한 대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형성하고,  그에 맞는 대화와 행동을 통해 게임 속의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이 유저가 납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비교적 선택의 무게가 낮아지고, 플레이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데에 노력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부분이 바로 게임 이야기의 핵심을 찌르는 주제와 관련 되어있다.

게임의 선택이 주는 결과와 중후반에 들어서 드러나는 진실은 스토리에 매력도를 높였고, 소설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게임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특징으로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주제인 '욕망'과 '통제'를 선택지를 통해 잘 풀어냈다.









멋진 엔딩 무대지만, 관객은 이미 지쳤다.


위에서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지만, 이 게임의 첫 인상은 썩 달갑지 않았다. 플레이 시간이 2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게임 스토리 초반이 지루하고 난해하여 피로함을 느꼈다. 게임 전반적으로 텍스트 읽기 외에는 하는 일이 거의 없어, 장르의 특성상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루하다. 저택을 조사를 하면 카운팅 킬러가 작성한 듯한 텍스트를 찾거나, 물건을 보고 스스로 문답하는 선택지가 게임성이 그나마 있었지만, 그것도 너무나도 가볍고 단순한 행동일뿐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없었다. 미스터리하고 떡밥 가득한 텍스트를 읽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플레이의 갈증을 해결되는 것이 없었다. 스토리를 끝까지 다 보고 돌아보면 재미있었지만, 막상 플레이 중반까지도 답답함만 가진 채 게임을 그만 둘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초반 스토리가 너무 장황하게 드러나서,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내던진 질문이 다시 꼬리를 물고 또 다른 물음을 만들어 낸다. 이 게임의 핵심 키워드는 '욕구'와 '통제'이다. 단어 자체가 매우 추상적인데, 스토리 중간 중간 끼어들어 플레이어에게 내던진다. 여러가지 텍스트에서 이 단어가 붕떠버려서 초반스토리를 이끌 힘이 없어,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억지로 읽는 느낌이었다. 추리 소설도 후반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초반에 어느 정도 독자들을 잡아 둘 수 있는 장치가 있듯이, 이 게임도 초 중반에 플레이어가 이해할 만한 단어와 상황 설명이 좀 더 명쾌하게 나오거나, 스토리 외에 게임을 이끌어나갈만한 원동력을 줬으면 좋겠다.



중요한 메세지지만, 글만 읽다가 지쳐버린 상태에서는 잔소리같다.


스토리 게임은 결국 개발자를 믿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이야기를 일딴 따라가보면, 재미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타는 것이다. 하지만, 롤로코스터와 게임이 다른 점은 타다가 재미없으면 게임은 내리면 그걸로 끝이 된다. 리뷰를 위해서 붙잡고 끝까지 타니 결국 재미있다는걸 느꼈지만, 막상 타는 동안에는 생기는 의심은 막을 수 없었다.



만약 플레이를 할 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저택 속의(배우, 교수, 그녀) 이야기와 내면의 이야기('소녀', '목소리')는 초반에는 별개의 이야기로 생각하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편하다.








2% 부족한 기능들


리뷰를 위해서 n회차 플레이를 했고 다회차를 거듭 할 수록, 스토리는 정말 짜임새 있게 잘 짜여져 있다는 것과 이전 회차에서 몰랐던 떡밥들이 하나 둘씩 풀려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 제작자도 다 회차를 장려하듯이 2회차부터는 3배속 기능과 스킵 기능이 추가 되었다. 하지만, 게임 특성 상 '성향'에 따른 대화 스크립트가 다르고 그 '성향'는 플레이어가 직접 하나하나 모으기 때문에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배속과 스킵 기능이 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초중반 내용을 무조건 다시 봐야하기 때문에 플레이타임이 억지로 길어지는 느낌이다. 챕터마다 다시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기능이나 따로 저장 칸을 만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게임 진행 시, 클릭으로 통해 텍스트가 넘어가는 지점이 불분명하다. Chapter가 뜨는 화면이나, 스크린을 꽉 채운 글자가 나올 때, 가만히 있으면 넘어가는 줄 알고 기다린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넘어가는 기능이 필요할거같다. 

또, 저택에서 여러가지 텍스트를 주울 수 있는데, 이러한 텍스트들을 읽기 위해서는 찾은 책장 위치에 직접가서 읽어야한다. 인벤토리 같은 기능이 추가되어 모든 책의 내용을 수시로 읽을 수 있으면 편할거 같다. 



읽을거리는 많지만, 직접 주제를 주운 자리까지 가야 다시 읽을 수 있다.







게임 뒷이야기


5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각 엔딩을 전부 다 본 결과 스크립트와 연출에 많은 것을 신경 쓴 게임이라고 느꼈다. 처음 플레이할 때, 정말 재미없어서 2 주간 키지도 않았지만, 1회차 후반에는 흥미를 느꼈고, 2회차 3회차를 거쳐가면서 스토리의 구심점이 잡히고나니 정말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1회차때, 스토리를 물 흐르듯이 가볍게 즐긴다음 2회차부터 1회차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읽어본다면 스토리 맥락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 텍스트를 얼마나 자신의 머리 속에 집어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게임이 실제 소설 읽는 것처럼 술술읽히는 사람도 있을거고, 필자처럼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거다. 게임 스토리가 어렵고, 조작이 간단하다 보니, 조금의 불친절함에도 플레이 하고 싶은 욕구를 뚝뚝 떨어트리는거 같다.

취향을 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소설이 누군가에게는 구매목록에 박혀있는 게임이 될거같다. Ashcraft사의 첫번째 게임인데, 다음 게임은 지금보다 편의성이 개선되고 또 다시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기를...







게임 한줄 평



어렵지만, 끝맺음이 좋은 소설책을 읽은 듯한 게임. 

'선택'을 통해, 소설의 한계 벗어나 게임이란 매개체로 멋지게 태어났다.





이런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 게임을 매체, 문학적으로 접근 하는 사람
  • 미스터리, 심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 많은 상호작용이 없어도,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Lv24 짜오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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