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잡담] 그때가 너무 그립다

터툴
댓글: 2 개
조회: 2883
추천: 2
2021-10-18 01:59:31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꼬깃꼬깃 뭉쳐둔
엄마에게 받은 2천원을 만지작 거리며 들어가자 마자
윈도우 98os가 탑재된 커다란 본체의 팬 소리와
담배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특유의 퀘퀘한 pc방 냄새는
날 늘 설레게 했다.

신용카드만한 pc방 바코드 카드를 들고 자리를 잡아
본체의 전원을 켜면 창 하나에 4개의 색이 나를 반겼고,
번호 입력하고 나서 들어오는 바탕화면 창 검 모양에
눈이 휘둥그레 떠져 클릭하기 바빴다.

엔 프로텍트 과정을 거치고 버퍼링의 순간이 오면
말섬 내 늑인을 잡고 레벨업 할 생각에 신났다.
한편으로는 에볼 피케이 법사단을 어떻게 피해볼까
가슴 졸였던 그런 시간이었다.

그렇게 신나는 마음, 설렜던 마음, 가슴 졸였던 마음을 안은채
조우 서버 버튼을 누르고 캐릭 선택창의
허리를 흔들어 대며 마나를 모으는 듯한
남법사를 보며 호렙까지 열심히 찍어보자 했던
당찼던 그 마음이 아직도 생각난다.

들어가서 판도라에게 빨갱이를 사고
펫 npc에게 도베르만을 찾고
말섬 북부에서 놀다가
경험치가 부족하게 오른다 싶으면
셀로브에 도전하고 눕고.
행여나 괴물 눈 고기 먹여가며 정성껏 같이 커온
도베르만이 죽을까 조심해서 공격하고.
게렝에게 3단계 마법을 배울 생각에 설레서
아데나를 열심히 모았었다.

하나 둘 씩 잡으며 아데나를 수급해
뼈셋을 맞추는 날이면, 반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그렇게 버그 3마리 소환이 가능한 순간이 오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입시 준비로
잠시 소홀했었던 그 때, 법사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19년지 지난 어느날, 그때가 그리워 다시 접속한 리니지엔
그 때 그 설렜던 모습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자동사냥 캐릭터에
빠르게 레벨업 시켜주는 가이드에
초반 성장 지급 아이템까지.
사람의 냄새조차 느껴지지 않는 자동사냥 캐릭터가
마치 이 게임을 대변하듯 모든게 죽어있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 중
한 영상이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리니지 - 영원
지금까지 내 인생의 자리 중 큰 부분을 차지했었던
어쩌면 지금도 남아있는 그 때 그 리니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다신 그 때로 돌아갈 순 없겠지
그렇지만 동시에 너무 돌아가고 싶다. 그 때 그 리니지가 그립다.
굳이 현질을 하지 않더라도 내 시간과 정성의 노력으로 보상 받고,
하루종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하며 공략을 나누고,
하교 후에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달려가던
그때의 내가 너무 그립다.

Lv1 터툴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