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로아를 즐기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대부분의 방식을 존중함.
스토리와 내실에서 재미를 느끼고 레이드는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도 있을 것이고
로아의 정수는 레이드라면서 밑잔을 먹는게 로아의 유일한 즐거움인 사람도 있을 것임.
또 누군가는 레이드 한 판 한 판 자체에는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를 통해 원정대 체급을 키워나가는데서 만족감을 얻으면서 아크라시아를 살아감.
나의 경우에는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직업 숙련도와 레이드 숙련도를 더 높여서 공대 기여도를 높이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 메인임.
딜파이를 더 먹기 위해서 딜각을 깎고 사이클을 연습하고 스펙도 더 올리고
카운터 지분을 높이기 위해 카운터 패턴 전조를 익히고 정확한 판정타이밍을 연습하고
순간 무력타이밍에 무력수치를 욱여넣기 위해 스킬들의 무력수치를 파악하고 최적 무력사이클을 숙지해두는 등의
기본적인 노력부터 시작해서
레이드 출발 전 공대원들의 스펙을 눈대중으로나마 스캔해서 이 정도 공대면 어느 정도 속도로 딜이 밀릴지 예상해서 이에 맞게 아덴을 쌓고 터는 밑그림을 그려둔다거나
뭔가 내가 이 직업의 성능을 다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면 다른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공략글이나 랭커들 세팅을 찾아보기도 함.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 당연히 딜도 1인분 이상 넣게 되고, 혹시나 공대에서 스펙이 낮은 편이거나 시너지를 불리하게 받았거나, 해당 관문에서 불리한 직업일 경우에도 카운터와 무력 등의 요소에서 활약을 하면 가족 사진에 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밑잔은 아니지만 종합점수로 MVP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음.
로아는 다 필요없고 딜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강하긴 하지만 레이드 게임의 근본적인 지향점은 딜+기믹+생존 등의 모든 요소를 잘 수행하여 MVP에 가까워지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물론 로아의 MVP 산정 방식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아서 MVP=제일 잘한 사람 혹은 클리어에 제일 많이 기여한 사람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음... 매우 아쉬운 부분)
내가 로아를 대하는 접근방식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뿐더러 절대다수를 대변하지도 않음.
하지만 이는 레이드 게임을 즐기는 매우 보편적이고 정석적인 방식중 하나이며
로스트아크가 '레이드 게임'을 표방하고자 한다면...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존중과 이에 맞는 운영 기조를 취해줘야 한다고 생각함.
서론이 길었는데 여튼 내가 요새 시들해지는 이유는 나 같은 놈들이 레이드를 제대로 즐기기 너무나도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임.
1.애초에 경쟁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비슷한 스펙끼리 가야 성립함. 그런데 지금 파티 찾기창을 보면 레이드 종류를 막론하고 50~90%의 방이 보호자를 포함하고 있거나 본부or버스방임. 끼리끼리 방이 아예 없다는 말이 아니라 비중을 말하는 것임. 심지어 나랑 비슷비슷한 스펙인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어? 여기 재밌겠네?' 하고 지원해서 들어가 앉아있으면 갑자기 1690 캐릭터가 쏙 들어오더니 자녀를 소환함. 이 순간 이 공대는 레이드를 리트 없이 빠르게 쳐내기 위한 '거근딜러와 기믹조무사123' 공대로 변질됨.
그럼 선택지는 직접 공대장을 잡는 방법밖에 없는데 끼리끼리 레이드를 빼고자 하는 유저가 주류였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거근딜러가 있는 방에 편승해서 스근하니 숙제 빼거나 본부로 털어버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동스펙 8명을 모아서 출발하는 난이도 자체가 상승함.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님. 그저 레이드를 레이드답게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비주류가 되어버렸을 뿐.
2.게다가 거근딜러+업둥 조합이 없는 1인분x8명 공대조차도 스펙 편차가 너무나 커짐.
템레벨이 전투력의 베이스였던 과거에는 해당 레이드를 가려고 모이는 사람들의 스펙 편차에는 한계가 있었음.
그러나 지금은 1640~1659끼리 베히모스를 가도 즐로아 점수로 치면 450~900점이 혼재하는 시대임....
그냥 레이드 시작 전부터 가족사진이 정해져있고, 나와야할 사람이 안나오고 나올 수가 없는 사람이 나오면 사고인 수준인데다 심지어 가족사진이 이미 확정됐다고 판단되면 딜도 대~충 넣고 아드도 안빠는 사람들이 너무 많음.
그래... 베히모스는 골드찍어내는 16인 가토 2수니까 그렇다 치자. 그럼 상위레이드는?
에기르 노말을 봐도 0부위 7겁작부터 5부위 8겁작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갭이 존재함.
하브? 하브는 그나마 즐로아점수를 기준으로 어느정도 끼리끼리가 형성되긴 하지만 1400~1700, 1500~1900 정도의 사람들이 섞여서 출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함.
공대에 1900딜러가 있는데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서 인생딜 넣는 1500딜러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음... 그냥 죽지만 않으면 다행인거지...
여기에 격돌, 내부외부 등의 가족사진 눈가리기 요소까지 끼얹어주면 해피해피레이드가 야무지게 완성됨.
어딜 감히 레이드를 스포츠정신으로 즐기려들어? 사이좋게 눈가리고 골드나 캐고 가거라라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 함.
누군가 그러더라. 이거 레이드 게임 아니고 원정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레이드의 참맛을 느끼고 싶어하는 내가 병신인건가 싶은 생각도 종종 함.
문명V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은 전투가 왜 이정도 재미밖에 못주냐고 노발대발하면 제정신은 아닌거잖아?
그래서 그냥 다 내려놓을까 싶다가도 이따금씩 딜욕심 MVP욕심있고 실력 엇비슷한 지인, 지인의 지인들이 기가막히게 스케쥴이 맞아떨어져서 야무지게 레이드 즐기고 나면 이게 로아지! 이게 레이드 겜이지! 하는 날 바라보며 애잔해지곤 함.
아직 로아를 접고 싶은 생각은 없음. 상위호환 대체재가 있는것도 아닌데다가
나보다 스펙 높은 사람한테서 밑줄 뺏어오는 재미, 스펙차 때문에 도저히 딜로는 이길 수 없을 때 카운터 싹 쓸어먹고 MVP 차지한다음 "잔혈 몇%인지 보고싶으면 기믹도 해야겠지?ㅋ" 하면서 지인 놀리는 재미라든가
아직 아크라시아에는 소소한 재미들이 남아있긴 하거든.
그런데 이러한 스마게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지쳐서 떨어져나갈 것 같음
트라이가 끝나고 레이드가 숙제화 되어갈수록 레이드를 순수하게 즐기기위해서가 아니라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반복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본부, 보호자, 버스방밖에 보이지 않고 다계정, 나이스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레이드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골드를 캐기 위한 주객이 전도된 게임이라면
그냥 내가 이 게임이랑 맞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떠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