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유저입니다.다 정리했는데도… 아직 마음은 남아있네요.오늘 이 글은, 그저 떠나는 이의 푸념이 아니라끝까지 붙잡고 싶었던 사람의 작은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재학 디렉터님.
저는 로스트아크를 정말 사랑했고,
매일같이 이 세계에서 추억을 쌓아가던 한 사람입니다.
이 글은 비난이나 분노가 아니라,
그저 이 게임을 아끼는 한 유저의
진심 어린 편지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라이브 방송 이전까지도 저는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로아 말고 내가 뭘 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버티며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쳐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냥 믿고 싶었고, 기다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고 나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이 게임은, 그리고 이 게임사는
유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지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나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 사람일까?’ 하는
외로운 생각이 스쳤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날 저는
가지고 있던 아바타를 헐값에 팔아버리고,
스펙업에 쓰였던 보석과 악세서리,
거래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하나하나 처분했습니다.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공간이라면, 이제 떠나야겠다.’
그런 결심이었어요.
하지만...
제 마음은 정말 떠난 게 아니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추억했던 순간들]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눈팅만 하던 제가 인벤에 로그인하고,
인장을 달고, 조심스레 댓글도 달아봤어요.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마주한 건,
같은 아픔을 가진 유저들끼리조차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는 모습이었어요.
누군가는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그마저도 분탕이라며 몰아세웠죠.
사랑했던 만큼 실망하고,
실망한 만큼 분노로 부풀어 있는 공간.
그 속에서 저도 점점 마음 둘 곳을 잃고,
오히려 더 큰 외로움에 잠식되어 갔어요.
그런데도, 저는 계속해서 커뮤니티를 보고 있었어요.
템을 다 정리한 후에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더라고요.
아마 그건...
아직도 이 게임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였던 것 같아요.
로스트아크를 떠나면 다른 게임이 손에 잡힐 줄 알았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다 떠났고,
저에게 빨리 나와서 함께 하자고 권했죠.
여러 게임을 시도해봤지만,
마음은 계속 로스트아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로스트아크는
낭만이 있었어요.
혼자서도, 길드와도,
마을 구석구석에서
무언가 살아 숨 쉬는 감정들이 있었죠.
이야기를 따라가며 느꼈던 몰입,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울던 시간들...
지금은 사라진 듯한, 그때의 낭만...
[그 시절, 내가 정말 머물고 싶었던 로스트아크]
지금은...
그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요.
시스템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안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마음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 저 역시 예전의 낭만은 잊은 채
스펙업에만 몰두하며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더라고요.
내실도 정말 열심히 했고,
‘오르골’처럼 몰입해서 천천히 즐기고 싶었던 콘텐츠는
나중을 위해 아예 손도 대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어느샌가 반복되는 레이드, 보상, 스펙업...
이 루틴 속에서 저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스트아크는 어느덧 긴 시간을 함께한 게임이 되었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듯한 ‘공간의 감정’은
이제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저 바라건대...
이 공간에 머물고 싶었던 제 마음을
한 번만 더 돌아봐 주세요.
저는 단지 더 강한 보스를 클리어하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더 높은 수직 콘텐츠를 향해 달리는 것만을 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한 건,
‘존재해도 되는 세계’,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진심을 담아,
로스트아크를
정말 사랑했던 한 유저가.
실골듀오괌
응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