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에 앞서 일단 저는 현생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해
인증도 못하는 수준으로 굉장히 라이트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다만 로아와 던파 둘 다 게임 이상의 IP로서 좋아하고 꾸준히 플레이한 사람으로서
최근 정반대의 분위기의 로아와 던파의 상황에
여러 커뮤나 유튜브 댓글에 로아가 던파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모습이 보여
과연 그게 맞는가? 하는 의문에 들어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먼저 좋은 분위기인 던파는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가
특히 개발진이 헤비 유저(선발대)와 라이트 유저(라이트 유저)를 대하는 모습이나
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제 구조는 어떠한가를 보면
키워드는 크게 2개입니다.
'라이트 유저 중심의 운영', '버스 경제'
던파는 굉장히 라이트 유저 중심으로 운영을 합니다.
레이드 자체도 물로켓이면서 진입 컷도 높지 않아서
넉넉히 잡아서 100만원 이하의 현금과 3달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누구라도 충분히 엔드 컨텐츠를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 꾸준히만 하면 해당 시즌에 나오는 차기 레이드도 무리 없이 진입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장비의 감가도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지금 모두가 바라고자 마지않는 태초도
내년 이맘 때쯤이면 여러 이벤트를 통해 풀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예상할 수 있는 건 전전 시즌인 신화 시즌 때도 그 이전에도 계속 그래왔으니까요.
(신화 때는 궁x이맨단 사건의 여파로 조금 앞당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시기에 돈과 시간을 박아가며 장비를 맞춘
선발대들은 감가상각을 강하게 맞을텐데 반발이 없는가?
보통 그다지 반발이 거세지 않습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부분이 버스 중심의 경제 구조입니다.
던파에는 항상 골드를 벌기 위한 노가다 던전이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라이트 유저들은 이곳에서 골드를 벌고
그 골드를 이용해 본캐만 혹은 여력에 따라 부캐까지 버스를 받습니다.
그렇게 버스로 인해 후발대의 잉여 재화가 선발대에게 흘러가는 구조가 굳혀져 있습니다.
(선발대의 스펙, 노동력 - 후발대의 잉여 골드 간 거래)
증폭으로 대표되는 최상위권 스펙업이 자기만족의 영역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초과 스펙을 통해 더 빠르게 더 소수의 인원으로 버스를 돌려 더 큰 돈을 벌수 있는는 일종의 투자인 겁니다.
그렇게 얻어낸 버스비는 개발진의 헤비 유저를 직접 케어하지 않아도 스스로 버는 형태의 보상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1년 뒤 쯤에 라이트 유저에 대한 케어가 빡세게 들어가도
그동안 선발대는 이미 버스비를 통해 벌만큼 벌었으니 큰 문제될 것이 없는 겁니다.
하물며 시즌이 넘어가서 리셋이 발생한다고 한들
버스를 돌릴 수준의 부가 스펙 요소(증폭, 극마부 등)는 계승을 통해 넘겨주니
시즌 초에 자신은 정가 친 태초 장비를 라이트 유저가 운 좋게 먹어도 배아픈 수준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그런 유저는 많지도 않고 선발대가 되기 위한 스펙이 태초 장비 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기에
잠시 혼란은 하겠지만 결국 선발대와 후발대가 뒤바뀌지는 않으니까요.
이제 로아를 봅시다.
올라가긴 힘든데 올라가 봤자 이득 볼 것도 없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더 높은 스펙을 요구받는
경제의 통나무를 드는 선발대.
그런 선발대에게 넘치는 잉여 재화를 돈 받고 팔며 앉아만 있어도 스펙업이 이루어지는
가성비가 넘치는 후발대.
이 둘 중 누가 가성비도 넘치고 컨텐츠는 다 즐길 수 있는 후발대를 안하겠습니까...
이런 방식이 결국 어제(25. 06. 02.) 올라온 중년게이머 김실장님 영상에서 표현된
스펙업은 안하고 오로지 돈을 버는게 목적인 작업장화된 유저가 늘어나게 겁니다.
그런데 이 느낌을 저는 던파에서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바로 직전의 110렙 시즌입니다.
(참고. 본인은 선계 시즌 바칼-차원회랑까지 하고 탈주 했었습니다.
추후 박종민 디렉터 이후의 선계 시즌은 직접 플레이한 경험은 없습니다.)(윤명진 X발 X끼)
선발대는 지위 유지를 위해 계승해준 부가 스펙 요소 뿐만 아니라
장비 레벨이란 것을 계속해서 올려야 했고 거기에 기존 부가 스펙도 더 좋은 상위 템을 짧은 간극으로 출시하며
이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은 버스를 통해 어느정도 수급해도 로아의 선발대처럼 힘에 부치는 양이었습니다.
후발대 역시 성장하기에 재화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고
개발진은 이전에 느꼈던 것보다 더 효율 좋은 아무나 갈 수 있는 노가다 던전을 대비 수단이랍시고 뒀습니다.
부족한 재화를 로아 배럭 돌리듯 부캐를 노가다 던전으로 보내 수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유저가 배럭을 만들고 쌓여가는 골드를 보며 굳이 쎄빠지게 올라갈 이유를 못 느꼈고
로아처럼 6캐릭 제한도 없고 1캐릭 피로도 빼는데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캐릭터를 복제하듯 만들어서 노가다 던전을 굴려 골드를 무한으로 찍어냈습니다.
마치 지금의 로스트아크의 작업장화된 유저들처럼...
(어떻게 보면 110렙 시즌이 시작되기 1~2년 전 앞서 로아가 흥했으니 로아의 구조를 벤치마킹 했을수도...)
110렙 시즌은 지금의 로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이유로 최악의 시즌이 됐지만
던파 자체가 리셋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임이다 보니 빠르게 포기 선언 후 115렙 시즌을 열며 원상복귀 시켰지만
로아는 리셋 호흡도 긴 데다가 시즌 3의 리셋이 성장-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친 것이 아니다 보니
발비쿠 시절 아르고스-오레하에서 골드 양산하던 하위권의 잉여 재화 양산 문제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5년간 이어져 더 크고 더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보면 이런 구조를 어떻게 이만큼이나 끌고 왔는가 대단하기도 합니다.)
다행인 점은 올해 스토리 상 1부가 끝나고 2부 스토리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개발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꼭 리셋만이 답이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지만
내년 2부 시작할 때는 구조적인 문제는 꼭 손 보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더 좋은 건 지금부터 시작해야 더 좋겠습니다만 전재학과 로아 개발팀이 그럴 준비가 됐는지도
유저들이 그런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할 지도 미지수 인 것 같습니다.
추문.
결과적으로 제가 보기에
온라인 RPG 게임이 원할하게 돌아가긴 위해서는
올라가긴 힘들지만 도달하면 의미있는 보상이 있는 선발대와
머무를 수는 있지만 잉여 재화 부족 등으로 삶이 팍팍해 위로 올라가고 싶은 후발대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가시성 있는 사다리와 그걸 타고 올라가고 있는 미들 유저
이 3가지가 잘 자리 잡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던파의 버스 중심 경제와는 다른 로아에 적합한 형태의 성장-경제구조를 생각해 둔 게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다수를 납득 시킬 자신도 없어서 남기지 않겠습니다.
길고 쓸데없는 방구석 아재의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요약
1. 던파는 대단한 변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번혁을 하려다 망해서
이전에 잘 유지해왔던 걸 다시 하고 있는 거다.
2. 로아는 원래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그건 마치 던파 절망기였던 110렙 시즌과 같다.
3. 리셋에 가까운 구조 대격변이 답이겠지만 개발진도 유저도 원하는 답인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