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라면 약간매운맛은 신기한 실패작임,
순한맛의 단점과 매운맛의 단점을 합침
우리가 매운 "맛" 을 느끼게하는 물질은 크게 2가지임
문과쟁이들 용어로는 고추매운맛과 후추매운맛
정식 명칭은 캡사이신과 피페린(piperine)임
둘다 지용성이고, 수용체에 달라붙어 뜨거운 것이 닿았다고 느끼게하는건 같지만, 캡사이신과 피페린의 가장 큰 차이는
매운맛의 지속시간임
후추 매운맛은 알싸!!하고 사라지고
고추 매운맛은 계속 입에 남아있는 경험을 다들 해봤을거임
분자의 화학적 특성 때문인데
캡사이신은 TRPV1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해서 오래 남고
피페린은 TRPV1 수용체에 약하게 결합한 다음 바로 확산됨
매운맛을 느끼게하는 성분이 지용성이라는건 다들 알거임. 매울때 물 말고 우유를 마셔라! 하는거
근데 같은 지용성인데 왜 지속시간 차이가 날까?
그건 분자의 구조 때문임
캡사이신은 지용성임에도 -OH 극성기(penis아님)가 있어서
수소를 기증해줄 표면이 보이면 표면이 수용성이여도 냅다 수소결합해버림
우리 입안 점막같이 축축하고 물기있는 표면에도 잘 달라붙는 이유가 이거임
반면에 피페린은 수소결합할 극성기가 없고, 수소를 다른 표면에 떼어줄수도 없어서 점막같은곳에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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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얘기 그만하고 다시 라면으로 돌아와보면
외국 친구들이 진라면 순한맛이나 튀김우동을 먹고
Oh it's spicy! 했다는 썰을 다들 들어봤을거임
걔넨 피페린 매운맛이랑 캡사이신 매운맛은 고사하고
그냥 향신료 향 많이나거나 자극좀 있다 싶으면 냅다 스파이씨 박는 친구들이라 어쩔수없음
이 얘기 왜했지? ㅁㄹ 아무튼
보통 진순, 튀김우동, 안성탕면, 스낵면 같은애들은
감칠맛+피페린 으로 밀고
진매, 신라면, 열라면 같은애들은
감칠맛+캡사이신(물론 얘네도 피페린 어필하지)으로 미는데
진약매 이 병신은 내가 느끼는 이 애매한 매운맛이
피페린인지 캡사이신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새 감칠맛은 이미 목구멍 뒤로 넘어갔고
그 애매한 캡사이신은 이미 수용체랑 결합해서 뭔가 안매운데 진매먹고 물로 입 한번 행군 느낌을 줌
분명 들어갈땐 진순이였다가 입안에 있을땐 긴가민가하다가 목구멍 넘어가면 진매먹은 기분이 드는 진짜 신기한 라면임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김
진순은 첫입은 슴슴한데 먹고나서 깔끔한 피페린맛에 구수한게 매력이고
진매는 첫입 자극적이고 맛있는데 뒤에 캡사이신 매운맛이 거슬리는 맛이란게 시발 문제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던 워드문서 저장눌렀는데 10분째 응답없음 떠서 초조해서 써봤음
저거 저장안되면 시발 어떡하지
진약매보다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