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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출산으로 로접하고 감성글 하나 남깁니다

스뱅cs
댓글: 61 개
조회: 33160
추천: 178
비공감: 12
2025-09-23 01:40:11
고등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온라인 rpg 게임을 하게 되었다
영혼을 뺏길만큼 재미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온라인 세상의 내가 강해지는 만큼 나는 초래해져 갔다
성적은 수직으로 하강했다
그 이후 rpg 게임은 접었다 반강제로,,

그럭저럭 대학을 가서 그럭저럭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다
30대에 접어드니 재미있는일이 점점 줄어갔다
도파민이 부족했다

그렇게 로아를 시작했다
기대했던만큼 너무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내 현실생활을 흔들만큼
대신 나는 신규레이드가 나오면 첫 주차 클리어를 노릴만큼의 스펙을 만들었다


아기를 낳았다
와이프가 나보다 능력이 있어서 내가 육아휴직을 했다
딸인데 생각보다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았다
너무 약해서 하찮아 보였다
톡 치면 큰일날 것 처럼 너무 약해보였고 그만큼 너무 하찮아보였다

새로운 레이드가 나왔다
나는 밤 12시에 수유하러 가야된다고 공대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모두가 양보해주었다
그러나 거듭된 나의 실수로 인해 도저히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만 잘하면 클리어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분유시간을 놓쳤고 내 딸은 오열했다
내 인생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로아를 접지 않았다
여전히 내 딸은 그렇게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아 보였다

어느날 부터 드디어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신기했다
그러려니 했다
하루는 작은 쓰레기통을 붙잡고 앉았다가 뒤로 꽁 머리를 박았다
내 딸이 가볍게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짐승처럼 어허헝 큰 소리로 울었다
애가 놀랄만큼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말도 못하는 애한테 사랑한다는 말대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와이프가 둘째를 가졌다
딸래미 분유를 놓친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내 눈앞을 아른거렸다
그 기억만 떠올리면 매번 너무 미안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다


와이프가 무사히 둘째를 낳았다
나는 또 육아휴직을 했다
잠이 부족해도 애기가 자면 틈틈히 카제로스 레이드를 보았다
또 다시 피가 끓는다
하지만 내 여정은 여기까지임을 느낀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있다



발탄부터 시작된 내 여정은 많은 추억을 남기고 나는 이렇게 떠납니다
모두들 좋은 꿈 꾸세요

Lv73 스뱅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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