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매칭창을 켰어
오늘은 좀 괜찮은 파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대 반 포기 반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데
딱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하나 보이더라
이거다 싶었어
컨셉도 괜찮고
조합도 잘 맞고
시간대도 딱 좋고
파티장도 뭔가 센스 있어 보이고
이미 참여한 멤버들 아이디도 어디서 본 적 있는 실력파들 같고
이런 데는 진짜 잘 돌아가는 경우 많거든
괜히 기대가 되는 거야
근데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내 직업
이미 들어가 있더라
아
같은 직업 있네
이거... 눌러도 되나
살짝 고민되기 시작했어
한 자리는 남아 있고
조합도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같은 직업 두 명이면 좀 꺼려할 수도 있잖아
혹시 눌렀다가
파티장이 바로 강퇴하면 어떡하지
괜히 기분 상하고 멘탈도 깨질 텐데
근데 또 마음 한 켠에선
요즘은 같은 직업이라도 역할 분담 잘 하면 되잖아
세팅 다르게 하면 문제 없지
내가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어
또 내가 들어가면
보스 딜도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생존기도 하나 더 생기는 거고
오히려 파티에 도움 될 수도 있지
그런데 또
예의라는 것도 있잖아
같은 직업 있으면 웬만하면 안 들어가는 게 좋다는 분위기
그걸 무시하고 들어가면 눈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너무 고집 부리는 걸까
아니면 이 정도는 괜찮은 시도일까
파티장은 괜찮게 받아줄까
혹시 속으로는 불편해하면서도 말 못 하는 건 아닐까
진짜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야
그냥 버튼 하나 누르는 건데
왜 이렇게 고민이 되냐고
또 한편으론
이런 파티 또 안 나올 수도 있어
이 기회 놓치면 한참을 다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잖아
그 시간 동안 또 매칭창 들락날락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버리고
마음은 가는데 손이 안 가
계속 마우스 커서만 파티 위에 올렸다 내렸다
눌렀다 말았다
심장이 괜히 두근거려
남들이 보면 참 별일도 아닌데
이게 은근히 민감하단 말이지
파티 문화라는 게 또 그렇잖아
직업 겹치면 괜히 트러블 나기도 하고
괜히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이 나가면 또 그것도 민망하고
내가 이유가 된 거 같아서 미안하고
그냥 그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마냥 뒤로 물러서기엔
내가 못난 거 같고
용기 없이 포기하는 기분도 들고
하... 진짜 애매해
이럴 땐 파티장 메모라도 있으면 좋겠어
같은 직업도 환영합니다 뭐 이런 거
근데 또 그런 거 쓰는 사람 거의 없고
괜히 귓말해서 물어보자니
그것도 좀 웃기잖아
괜한 오지랖처럼 보일 수도 있고
괜찮다고 해놓고 막상 들어가면 또 분위기 이상하고
파티는 너무 마음에 드는데
이 한 가지가 자꾸 걸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냥 눌러보고 안 되면 나오는 걸로 하면 되는 걸까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기분 상하는 일 생기면 하루 종일 꼬이거든
그냥 오늘 접속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어
그럼 또 괜히 게임 하기 싫어지고
모처럼 시간 내서 들어온 건데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 망치기 싫은 거지
다시 매칭창을 새로고침해 봐
혹시 더 나은 파티가 있을까
하지만 아까 그 파티만큼 끌리는 데는 없네
하나같이 조건도 안 맞고 멤버도 애매하고
또 아까 그 파티 창 열어
아직 자리는 남아 있어
결정 못 한 내 모습이 답답해
그냥 누를까 말까 또 고민
진짜 이럴 때 누가 옆에서
그냥 눌러봐 괜찮아
라고 한 마디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해주니까
결국 선택은 나 혼자 해야 해
누를지 말지
그 순간이 지나면 끝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렵냐고
손가락이 살짝 움직이다 멈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
괜히 긴장돼
마치 무슨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근데 결국
이 모든 고민의 끝은 하나야
과연 나는 지금 눌러볼 용기가 있냐는 거지
상대방의 반응이 어찌될지는 모르는 일이고
내가 어떻게 하든 오해할 사람은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상처받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냐는 거
어쩌면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
파티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여유
내가 선택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잠깐 눈 감고 숨 한 번 고르고
다시 화면을 바라봐
그 자리는 아직도 비어 있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어
그냥 한번 눌러본다
결과는 그다음 문제고
지금은 내 선택을 믿어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