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된 글입니다. [내용보기]금요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지옥 같은 전공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온몸의 에너지가 바닥났습니다. 저녁 시간을 홀딱 놓쳤으니 배는 이미 등가죽에 붙을 지경.
자취방으로 걸어가는데,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파리바게트의 불빛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들어가서, 홀린 듯이 피자빵 하나를 집어 들고 나왔습니다.
이성을 잃었어요. 자취방까지 5분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포장지를 뜯어버렸습니다. 저는 걸으면서 피자빵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다, 피자빵을 반쯤 먹었을 때였습니다.
"어이, 거기 길빵하는 학생. 일로 오세요."
등 뒤에서 들려온 단호하고 우렁찬 목소리! 심장이 철렁해서 돌아보니,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 아저씨가 저를 부르고 계시더라구요.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저는 먹던 피자빵을 든 채로, 경찰관님을 따라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네, 제 인생 첫 경찰서 방문이 '길빵' 때문이었습니다. 억울하지만, 현행범이니까 일단 끌려갔습니다.
경찰서에서 간단한 인적사항 확인 후, 저를 끌고 오신 경찰관님과 면담이 시작됐습니다.
경찰관님은 피자빵을 증거물처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학생, 근데 얼마나 피자빵이 맛있으면 그걸 길에서 그렇게 정신없이 먹니? 길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 보는지 알면서."
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반성했습니다. (네, 저는 간접 흡연 대신 간접 피자빵 냄새로 피해를 줬습니다...)
그런데 그때, 경찰관님이 갑자기 피자빵에 관심을 보이시더니, 테이블 위의 제 피자빵을 들고 냄새를 맡으시는 겁니다.
"음... 냄새가 좋긴 좋네. 얼마나 맛있길래." 하시더니, 저를 빤히 보시곤 피자빵을 한입 베어 무시는 겁니다!
!?!?!?
경찰관님이 취조실에서 압수 물품을 드시는 초유의 사태!
'아니, 경찰관님?! 그거 제 거예요! 먹다 만 거!'
순간, 경찰관님은 눈을 번쩍 뜨시더니, 몸을 부르르 떠셨습니다.
그리고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외치셨습니다.
"크으으으! 이 맛이면 길빵할만 하지. 야, 이거 인정. 학생, 가! 오늘은 훈방 조치!"
그렇게 저는 '길빵(피자빵)'의 맛을 인정한 경찰관님의 은혜로운 훈방 조치로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제 피자빵의 절반을 가져가셨지만, 제 영혼은 자유를 얻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관님도 퇴근 시간을 놓쳐서 엄청 배고프셨다고 합니다. 아마 제 피자빵 냄새를 맡고 이성을 잃으셨나 봅니다.
경찰서에 끌려간 건 억울하지만, 저를 훈방 해주신 배고픈 경찰관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경찰관님 덕분에 길빵(피자빵)의 위험성을 깨달았습니다.
절대! 다시는! 길거리에서 피자빵을 먹는 (심지어 경찰관님도 인정할 만큼 중독성 강한) '길빵'을 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