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학생이 쉬는 시간에 다른 애들을 때리려고
주먹 휘두르고 쌍욕을 하면서 위협하길래
내가 애 손목을 잡고 저지함.
위협 사유는 수업 시간에 만화책 읽지 말라고 내가 잔소리해서였음.
여튼 말리는 과정에서 애가 빡쳐서 나를 때림
애가 8살이라 어려도 손이 좀 매워서 아프기도 아팠고
그날 난 흰 옷 입었는데 배에 실내화 자국 그대로 남음
애가 나 발로 까면서 놓으라고 하고 쌍욕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름
소리 안 지르면 놔 줄테니까 심호흡하고 진정하자고 함
다행히 좀 진정하고 나도 손 놔주고 애는 친구들이랑 나한테 사과했고
걔네 집에 문자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남김.
근데 금마 집에 가고 전화로 걔네 부모님이 한다는 말이
"선생님께서 우리 애 손목을 세게 잡아서 애가 아팠다는데요"
"제가 쥐면서 비교해보라 했는데요"
"제가 엄청 세게 쥐었는데도 애기가 이거보다 아팠어 그러던데요"
였음. 나보고 과잉 대응이라고.... 사과하라는 거 ㅇㅇ..
난 애가 친구들 때리려고 하는 거 설명도 했고 배 맞았다고도 했는데
맞은 거 때문에 걔네 부모한테 사과 한 번 못 받아봄.
여튼 난 애가 아팠다 하니까 사과는 함.
(근데 아프다고 한 것 치고... 같은 날 다른 애들 또 줘팼는데...?)
평소에도 걔는 틈만 나면 반 애들 때리고
멍 자국이든 손자국이든 다 남았는데 안 그랬다 거짓말 치고
지 뜻대로 안 되면 말도 안되는 괴성 지르면서 쌍욕하고
수업 시간에 나 죽이겠다고 노려보고 커터칼 드르륵 드르륵 하고
친구들 부모님 화나서 내가 쉬든 말든 전화 문자 하고
그걸 내가 걔네 부모님께 이러이러하니까 집에서도 지도 부탁드린다 하면
걔네 부모님도 화나서 나한테 밤낮 가릴 거 없이 전화 문자....
하다가 안 되니까 교장 교감 선생님께 전화해서
나 짤라라 안 되면 담임 교체 해달라 함
그때 난 비슷한 시기에
선배 교사(부모님 뻘)가 술 먹고 내 허벅지 만지고
막 끌어안고 부르스 추려고 하고
교장 쌤도 술 먹고 나한테 뭐 안마해주겠다 하더니
손으로 꼬집고 멍들고 그래서
걍 너무 출근이란 게 하기 싫었는데
걔네 부모님 연락 받고
교장 쌤이 나 보고 걔네 부모님한테 죄송하다고 빌라 했음
그 연락 받고 저 이래저래 억울합니다.
애들한테 관심도 많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
제가 여기서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했는데 그냥 사과하래. 그래야 하는 순간도 있는거래.
걍 살자할까 하다가 다른 학생들이 충격 받을까봐
걍 버티겠다고 맘 먹고 애들한테 잘해주려고 했는데
애들 얼굴에서 걔네 부모님 얼굴이 자꾸 오버랩 되었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음.
그러고 나서 후배가 안 좋은 선택을 했다, 동기도 그러했다,
하는 소식(나름 큰 이슈였음)을 듣고 더 멘탈 나갔던 거 같음
지금은 완전히 멘탈적으로 건강해졌다?는 아님
약간 그 사건 이후로 주변 사람들 더 안 믿기도 하고
학교에서 힘든 얘기 잘 안 하게 됨.
그래도 그때보단 유연하게 + 노련하게 학부모 대응도 잘하고 함.
... 그렇다고 지금 걔와 걔네 부모님을 다시 만나면 잘할 자신은 없지만
비슷한 분들 만나봤는데 걍 잘 지내왔던 거 같음.
그리고 힘들게 하는 애들은 소수임. 애들 대체적으로 착함.
다수를 이겨 먹는 소수의 스트레스가 커서 그렇지...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한테도 (말을 잘 듣든 안 듣든)
걔네 부모님 얼굴 자꾸 보여서 가끔 갑자기 확 힘들 때가 있음.
쟤 말고도 희한하고 재밌고 이상하고 악하고 귀엽고 순하고 착한 애들 썰 많음.
출근하기 싫고 잠 자기 싫어서 쓴 글인데
쓰고 보니 우리 반 애들이 선녀야...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
내일도 화이팅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