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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 오늘 퇴사한다고 하고 왔다(장문)

아이콘 해솜
댓글: 106 개
조회: 22424
추천: 138
비공감: 1
2025-11-26 21:46:59
꽤 길어 속마음이라
어디다 말할 곳 없더라 이런건 특히
그래서 익명의 커뮤니티가 좋은건가봐


19년도 회사 학교에서 연계로 소규모 회사 입사했고
입사하자마자 우르르 나가서 나랑 신입 동기 포함해서 5명 있던 곳
매년 2~4명 들어오던 신입도 차례차례 나갔다 들어갔다 반복하고
매번 마감 스트레스 받은지 올해로 6년째

입사 동기는 미래 없다 먼저 가겠다고 떠난지 어연 2년이 지났고
이번에 회사 사정 안좋아서 좁은 곳으로 이사하고 월급 1.5개월치 밀려있는 이 상황
월급이야 전에도 한 두 번씩 밀렸었고

몇 개월 내내 내가 해야할 작업물 미루고 후임 가르치다 밤늦게 야근하던게 5년
다 키워놓은 후임들, 아끼던 후배, 입사 동기 모두 다 나가고 입사 동기만 후임 하나로 바뀌곤 처음 입사할 때처럼 5명으로 돌아가려는 내년

처음 입사할 때랑 다르게 체력도 바닥을 보이고 계속되는 동료들의 퇴사가 점점 날 힘들게 만든다
작업 수정이 오면 짜증부터 나고, 작업자로서 최고의 작업물을 뽑아내자는 목표에서 적당한 퀄리티로 빠르게 처리해서 어영부영 끝내고 싶다는 월급 루팡으로 변질된지 꽤 된 상황
처음에야 월요일 출근해서 회사에서 먹고 자고 씻고 목요일 퇴근하고
금요일 출근해서 토요일 일요일 일하고 일요일 밤늦게 퇴근했지만···.
이제는 더 그럴 몸이 아니라고 이러다 병 재발한다고 휴식 권장받은지 1년이 다되가는 지금은 그럴 수 없겠구나 싶다. 더는 못 하겠구나 싶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
정든 대표한테 가서 몸이 너무 안 좋고, 이 일이 나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어
당장 열 명인 회사에서, 대표 둘 빼고 빼면 내 위로 한 명 외엔 전부 밑인 이 상황에서 내가 빠지면 회사도 힘들겠지
진작 전부터 회사에서 도망칠걸, 동기 퇴사할 때 같이 퇴사할걸 싶다가도 본인 명의 집 아내 몰래 저당잡아 돈 만들고 이쪽저쪽 빌려서 어떻게든 월급 주려던 대표 마음에 걸려서 퇴사 못 한게 어연 2년.

실업급여 챙겨줄 수 있냐고 물었어
나 너무 힘들다고 한 1년 쉬고싶다 다른곳 이직할 생각 없다니까
너도 참 힘들었겠다 그러더라 본인이 제일 힘들텐데
맨날 누군가한테 너 빠져서 휘청거릴 회사면 이미 글렀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내가 그꼴이 되니까 나가기 너무 힘들더라

나 출퇴근 하는데 편도로 80분씩 걸려
그래서 중간에 지하철에서 쓰는데 나 떠나면 남은 두 명 나가면 회사 정리한다는 대표 말이 걸리네
시간이 더 많이, 내가 회사에서 보낸 시간의 두 배 정도 더 흐르면
본인이 더 이상 뭘 못할 때가 되면 너희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본인은 너희가 어려울 때에 조언 겸 전화하면 그때 노하우 알려주는 미래를 그렸다던 사람이 회사 정리하면 너희가 쓰던 장비들은 가져가라는 말이 자꾸 머리 한 켠에 자리잡고 신발 속 모래알처럼 신경쓰이네.

누군가에게 조언할 때마다, 얼른 도망쳤어야지 쓰레기같은 회사 왜 더 다니냐고 그딴 블랙 기업 더 다니는거 아니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정작 친구가 나보고 우스갯소리로 야근수당 없고 주휴수당도 없는 내가 진짜 사축이라고 놀리면서도 나는 퇴사 못 하고 질질 끌다 여기까지 왔다

남들은 퇴사하면 축하해주던데
나는 왜 하염없이 눈물만 나냐
우는건 어떻게 알았는지 내 모자 푹 눌러쓰면 바닥만 보이는데
옆자리 할머님이 말없이 휴지도 건내주시고
나는 왜 이렇게 슬플까 원래 첫회사 첫퇴사가 이렇게 슬프냐

글 다 써가는 지금 퇴근한지 80분 지나서 결국 집 앞인지 꽤 됐어
하듀 울어서 가족 다 있는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그냥 집 앞 벤치에서 울고 있어
어디다 말할건 아니라서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인벤이 이럴땐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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