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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AI문학] 그는 비주류였다

아이콘 방묑이
조회: 89
2026-01-22 14:07:44

그는 자신의 직업을 설명할 때
항상 한 박자 늦었다.

“아… 그거요?”
상대가 잠깐 멈추는 그 짧은 순간을
그는 이미 수없이 겪어왔다.

그 직업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었다.
누구도 대놓고 욕하지 않았다.
다만 말끝이 흐려질 뿐이었다.

“요즘은 잘 안 보이던데…”
“성능이 나쁜 건 아닌데…”
“굳이?”

그는 그 말들의 공통점을 알고 있었다.
괜찮다는 말 뒤에는 항상 선택하지 않겠다는 뜻이 따라왔다.


그는 장비를 맞췄다.
강화를 했다.
각인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보석도 맞췄다.
남들보다 늦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으려고.

그래도 파티 신청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손이 조금 느려졌다.

거절.
거절.
파티 해산.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시스템은 늘 조용했다.


어느 날, 그는 파티 목록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같은 스펙, 비슷한 각인.
다른 점이 있다면 직업 하나뿐이었다.

그 직업은
‘요즘 좋다’는 말을 듣는 직업이었고
‘안정적이다’는 평가를 받는 직업이었다.

그 파티는 금방 출발했다.
그는 여전히 목록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했기 때문이다.


레이드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말수가 적었다.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았고,
괜히 평가받고 싶지 않았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패턴을 두 번 더 외웠고
움직임을 한 박자 더 빠르게 가져갔다.

“오, 잘하네”

그 말이 나왔을 때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잘하는 건 기본이고
못하면 안 되는 위치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리어는 했다.
아무도 욕하지 않았다.
아무도 칭찬하지도 않았다.

파티는 조용히 해산되었다.
누군가는 다시 만났고
누군가는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날 밤, 그는 잠깐 생각했다.
직업을 바꿀까.
다시 키울까.
편한 길로 갈까.

그 선택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직업으로 보낸 시간,
이 직업으로 겪은 순간들,
그리고 이 직업이었기에 느낀 감정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게임에서
모든 직업이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직업을 선택한 순간부터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도 그는
오늘도 그 캐릭터로 접속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기다려주는 파티도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비주류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늦게 출발하는 사람으로.

그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는 파티 목록을 새로고침했다.


겨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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