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군주(심군) 레이드 3페이즈. 화면이 온통 붉은 장판으로 도배될 때마다 디코에는 어김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이번엔 진짜 피한 줄 알았는데 판정이 이상하네요."
공대 채팅창에는 세상 공손한 사과문을 올리는 녀석. 하지만 내 귀에 꽂히는 디코 목소리는 전혀 딴판이었다.
"야, 봤냐? 방금 내 캐릭터 날아가는 거 존나 웃기지 않냐? 아, 이게 죽네~ 낄낄낄!"
나는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나는 물약까지 빨아가며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낄낄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끝까지 열이 뻗쳤다. 결국 세 시간의 트라이가 녀석의 '데카(데스 카운트)' 까먹기로 끝났을 때, 나는 결단을 내렸다.
"야, 우리 그냥 각자 가자. 나 좀 집중해서 깨고 싶어."
"에이, 왜 그래~ 게임 즐겁자고 하는 건데. 알았어, 이따 봐!"
그렇게 따로 파티를 구한 지 두 시간째. 나는 여전히 숙련도가 낮은 파티를 전전하며 고전하고 있었다. 그때 카톡 알람이 울렸다. 녀석이었다.
[사진: '심연의 군주 처치 완료' 스크린샷]
[메시지: 야 ㅋㅋㅋ 나 파티 잘 만나서 바로 깸. 너 아직도 트라이 중임? 엌ㅋㅋㅋㅋㅋ 실력 실화냐?]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방금까지 나랑 할 때 "이게 죽네"라며 공대를 터뜨리던 놈이, 운 좋게 '버스' 파티에 타서 깨고 오더니 이제는 나를 비웃고 있다.
참다못해 전화를 걸었다. 받자마자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해맑았다.
"어이~ 심군 못 잡은 하수! 형님은 먼저 성불했다. 너 아직도 거기냐?"
"야, 너 아까 나랑 할 때 장난치다가 공대 터뜨린 건 생각 안 나냐?"
"에이, 그건 그거고~ 내가 운이 좋았나 보지. 너 너무 진지한 거 아냐? 게임인데 좀 웃어라~"
'게임인데 좀 웃어라.' 그 한마디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인의 노력과 시간을 '운'과 '웃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조롱하는 태도. 이건 단순히 게임을 못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라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