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 넘어오지 말았어야 할 세계
나는 분명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고르고 있었다.
“참치마요냐, 불닭이냐… 이것은 인생의 갈림길—”
그 순간 바닥이 꺼졌다.
정확히는, 바닥이 **나만**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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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풀숲에 처박혀 있었다.
“…아.”
하늘은 보랏빛이었다. 구름은 세 개였고, 그중 하나는 사각형이었다.
사각형.
“여기 한국 아니네.”
머리가 멍했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 [이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직업을 선택하십시오.]
“…게임이냐?”
주변을 둘러봤다. 숲은 으스스했고, 나무는 비틀린 채로 서 있었다. 바람이 스치자 멀리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륵.
아, 저건 분명히 몬스터다.
나는 다시 창을 봤다.
> 1. 대마법사
> 2. 성기사
> 3. 검성
> 4. ??? (추천)
추천?
보통 이런 건 함정 아닌가?
하지만 나는 항상 추천 메뉴에 약했다.
“…추천.”
> [직업이 선택되었습니다.]
> [직업 : 잡일꾼(Lv.1)]
“…뭐?”
창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 [잡일꾼은 모든 일을 ‘조금씩’ 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잘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거 완전 나잖아.”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때였다.
풀숲이 크게 흔들렸다.
쿠웅.
거대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털, 붉은 눈, 침이 질질 흐르는 이빨.
곰처럼 생겼지만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 [오염된 숲의 포식자 - Lv.7]
“레벨 7?! 나 1이거든?!”
도망쳤다.
진짜 전력질주였다.
“잠깐만요! 저 초보에요! 튜토리얼 어디 갔어요?!”
뒤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땅이 울렸다.
넘어졌다.
아, 끝났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스킬 발동 : 잡동사니 활용]
“…뭐?”
내 손에 쥐어진 건.
삼각김밥.
참치마요.
“이게 왜 같이 넘어왔는데!”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삼각김밥을 던졌다.
퍽.
정확히 놈의 얼굴에 명중했다.
“…?”
몬스터가 멈췄다.
킁킁.
그리고.
냠.
“…어?”
녀석은 삼각김밥을 씹었다.
잠깐.
또 킁킁.
그리고 나를 봤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외쳤다.
“하나 더 있어!!”
불닭을 꺼냈다.
녀석의 눈이 반짝였다.
그날 나는, 생존을 위해 편의점 식품을 공물로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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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 무렵.
몬스터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배를 드러내고.
“…너 뭐야.”
녀석의 상태창이 바뀌어 있었다.
> [길들여진 오염 곰 - Lv.7]
> [상태 : 만족]
“이게 되네?”
그런데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곰의 몸 여기저기엔 검은 균열이 번지고 있었다. 눈동자도 불안하게 흔들렸다.
오염.
아까 상태창에 적혀 있던 그 단어.
녀석은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었다.
크르르…
“야, 괜찮아?”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이건 게임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만약 현실이라면.
이 녀석, 아픈 거다.
도망치면 살 수 있다.
레벨 1짜리가 레벨 7을 치료한다고?
웃기지 마.
그런데.
녀석이 내 손을 핥았다.
뜨거웠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잡일꾼이라며.”
조금씩 다 할 수 있다며.
> [잡일꾼 스킬 : 응급처치(Lv.1) 해금]
“…지금?”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곰의 상처를 살폈다. 근처에서 약초처럼 보이는 걸 뜯었다. 물을 길어왔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의 호흡이 조금씩 안정됐다.
밤이 깊어졌다.
나는 곰의 등에 기대 앉아 있었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겠지.”
멀리서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더 많았다.
이 숲은 안전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레벨 1 잡일꾼.
하지만.
>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Lv.2]
작은 빛이 몸을 감쌌다.
나는 웃었다.
“그래. 천천히 가보자.”
곰이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잠들었다.
이세계 첫날.
나는 삼각김밥으로 몬스터를 길들이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리려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곳은 게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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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에서는
* 이 숲의 ‘오염’의 정체
* 다른 이세계인 등장
* 잡일꾼의 숨겨진 능력 단서
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