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강선, 빛강선 시절을 모두 겪었고, 한 번 접었다가
파푸니카 시즌에 복귀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로스트아크를 즐겨온 유저입니다.
1000일 연속 출석 트로피를 두 번이나 놓친 김에 오랜만에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이 글은 단순히 게임을 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로스트아크를 좋아했던 유저가 왜 점점 흥미를 잃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로스트아크는 분명 특별했습니다.
당시에는 유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게임의 방향성을 설명하며, 운영진이 직접 나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게임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중국 서버 논란 당시의 대응과 여러 위기 상황을 지켜보며 금강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재미"가 아니라 "피로도"입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로스트아크는 해야 할 숙제를 관리하는 게임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1. 시대에 뒤처진 콘텐츠 운영
MMORPG에 반복 플레이 요소가 필요한 것은 이해합니다.
문제는 로스트아크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타이머 섬이나 특정 시간 참여를 강제하는 콘텐츠들이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유저가 원하는 시간에 접속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게임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여전히 특정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사실상 콘텐츠 접근권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유지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벤트 운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에는 신선했던 이벤트들이 지금은 거의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고, 전체적으로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2. 소통이 아니라 결과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로스트아크를 소통하는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통 자체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아온이나 라이브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개선하겠습니다."
"조정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밸런스 문제입니다.
완벽한 밸런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신규 직업이 강하게 출시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매년 비슷한 문제를 반복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될 때마다 밸런스가 크게 흔들리고, 특정 직업은 오랫동안 방치됩니다.
특히 아크패시브와 아크그리드 추가 이후에는
밸런스의 기준 자체가 다시 뒤집혔고, 결국 출시 후 수치 조정으로 수습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합니다.
정말 충분한 테스트와 검수를 거친 결과물인가?
유저들이 며칠 만에 발견하는 문제를 개발 단계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가?
제가 불만인 것은 밸런스 실패 자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검수 실패입니다.
3. 수익 구조와 외형 콘텐츠의 정체
게임사가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로스트아크는 여전히 카드 패키지 및 강화 패키지 중심의 수익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카드 시스템은 오랫동안 랜덤성과 중복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지만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판매 방식이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외형 콘텐츠입니다.
많은 MMORPG들이 꾸미기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아크는 아바타, 헤어, 프리셋, 포즈팩 같은 영역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입니다.
신규 헤어는 매우 드물고, 프리셋 확장도 부족하며, 포즈팩 업데이트는 사실상 멈춘 수준입니다.
아바타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유저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던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유저 공모전을 폐지한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보여준 디자인 방향성이 과연 더 나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꾸미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큰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된 오류들조차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장식 착용 시 귀 모양이 강제로 변경되는 문제, 신규 헤어와
기존 아바타의 호환성 문제 등은 수년째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고치지 못하는 것인지, 고칠 의지가 없는 것인지 유저 입장에서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문제는 '재미'다
어느 게임이든 비수기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비수기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입니다.
과거의 로스트아크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유저들이 방향성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몇 년 동안 반복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유저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저는 로스트아크가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도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과거에 보여줬던 소통과 비전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지금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닙니다.
"개선하겠습니다"라는 말보다 실제로 달라지는 결과입니다.
결국 게임은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이고,
저는 언젠가 다시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