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五臟六腑)가 뒤틀리는 피로(疲勞) 속에서도 우리 여덟 동지(同志)들은 꺾이지 않는 투지(鬪志)를 불태웠으나, 요마(妖魔)의 억지스러운 발악(發惡) 앞에 결국 진형(陣形)이 붕괴(崩壞)되고 말았소이다.
전우(戰友)들의 육신은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었고, 정력(精力)은 이미 고갈(枯渴)된 지 오래였소.
서른아홉 가닥의 잔명(殘命)을 눈앞에 두고 피할 새도 없이 몰아치는 겁화(劫火)에 휩싸였을 때 억겁(億劫)과도 같던 우리의 피땀 어린 수고가 한낱 덧없는 신기루(蜃氣樓)로 산화(散華)해버리니, 참혹(慘酷)한 결과 앞에 굳게 쥐었던 무구(武具)는 속절없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전우(戰友)들의 비통한 단말마가 귓가를 때렸고 나와 전우(戰友)들의 영혼은 심연(深淵)의 나락(那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소.
금일(今日)은 비록 쓰디쓴 고배(苦杯)를 마시며 각자의 영지(領地)로 물러나 옥체(玉體)를 추스르지만... 기력(氣力)을 수복(修復)한 뒤 도래(到來)할 다음 성전(聖戰)에서는 기필코 저 마수(魔獸)의 숨통을 끊어발기고야 말 것이오.
다들 눈 좀 붙이고 심신(心身)을 달랜 뒤, 재우(再遇)하여 설욕(雪辱)의 칼을 갈것이외다.
기억하시오. 칠흑(漆黑) 같은 암흑(暗黑)이 짙어질수록, 곧 도래(到來)할 여명(黎明)의 빛은 더욱 찬란(燦爛)한 법이오. 우리의 꺾인 검(劍)은 더욱 예리(銳利)하게 벼려질 것이며, 흩어진 결의(決意)는 강철(鋼鐵)같이 단단해질 것이니! 마침내 저 오만(傲慢)한 마수(魔獸)의 수급(首級)을 베어내고 승전보(勝戰譜)를 울리는 그날, 눈부신 영광(榮光)이 우리 여덟 동지(同志)의 앞길을 찬연(燦然)히 비출 것이외다!
또한 자조(自嘲)하지 마시오! 잿더미가 된 들판에서도 새싹이 움트듯, 작금(昨今)의 처절(悽絶)했던 패배(敗北)는 필경(畢竟) 위대한 승리(勝利)의 초석(礎石)이 될 터이니. 신체(身體)는 무너졌으되 영혼(靈魂)의 불꽃마저 꺼진 것은 아니지 않소! 벼랑 끝에서 불사조(不死鳥)가 비상(飛上)하듯 기어코 저 마경(魔境)을 정벌(征伐)하여, 영세(永世)토록 칭송(稱頌)받을 찬란(燦爛)한 전설(傳說)을 우리 손으로 완성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