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스트아크를 즐겨 하고 있는 한 유저입니다.
2021년 이른바 ‘메난민’ 시절부터 로스트아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봐온 ‘버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지성 비난이나 비하를 하기보다는, 논리적인 비판이나 다른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역시 다른 의견은 충분히 수용할 생각입니다.
로스트아크에서 버스는 잘못된 것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게임사 입장에서 버스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맞고, 일반 유저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레이드에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유저가 버스를 통해 클리어 경험과 보상을 얻고, 이후 일반 파티에서 숙련 유저와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피해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 유저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버스가 마냥 반가운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버스가 똑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펙이 부족한 사람, 시간이 부족한 사람, 레이드 이해도가 낮아 빠르게 숙련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버스가 일종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주 차에는 버스를 타서 스펙이나 시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주부터 직접 트라이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갓 키운 부캐의 스펙이 아직 부족하지만 성장 재료를 얻기 위해 일단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버스라는 행위 자체와 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난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버스가 특히 문제가 된 이유
제가 현재 상황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버스가 일반 유저의 정상적인 게임 이용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로스트아크 스트리머님께서 파티를 찾는 과정에서 버스 관련 모집글이 지나치게 많아 일반 파티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 부분이 크게 공론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칭호를 직접 따고 싶은 사람, 레이드를 정상적으로 공략하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피해를 본 셈입니다.
또한 전재학 디렉터님 역시 이러한 형태의 버스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현재 가장 먼저 비판받는 사람들은 당연히 버스방을 만든 기사들입니다.
특히 파티 모집창을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각종 단어와 표현을 이용해 버스방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것은, 이벤트를 정상적으로 즐기려는 일반 유저들에게 피해를 준 행동이기 때문에 분명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기사들은 왜 버스를 하는가?
재미, 성취감, 도파민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는 골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간제 칭호나 희소성 있는 보상이 걸린 레이드, 과거 더 퍼스트와 같은 콘텐츠의 경우에는 희소성 때문에 버스 가격 역시 크게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물론 버스를 돌리는 기사들 중에는 순수하게 현금화를 목적으로 골드를 버는, 흔히 말하는 ‘쌀먹’ 유저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까지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스펙 유저가 버스를 한다 = 쌀먹을 한다고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 역시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통합 디스코드의 골드 판매글 등을 확인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최상위 스펙의 유저들만 골드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낮은 아이템 레벨이나 스펙의 유저들도 상당수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최상위권 유저들 중에는 버스로 번 골드를 현금화하기보다는 다시 자신의 캐릭터에 투자하면서 스펙을 끌어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재련, 보석, 각종 성장 요소 등에 들어가는 골드의 규모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버스가 이들에게는 단순한 현금화 수단이라기보다 게임 내에서 자신의 스펙을 유지하고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골드 수급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버스 기사가 성장 목적으로 버스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말씀드렸듯 순수하게 생계형 혹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버스를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버스 수익의 일부만 현금화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버스 기사 = 쌀먹’이라는 하나의 프레임만으로 모든 기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국 같은 버스를 하더라도 그 골드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버스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들은 왜 일반 레이드에서 얻는 골드를 넘어 그렇게 많은 골드를 벌려고 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현재 로스트아크의 원정대 단위 성장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인벤에 벨가르딘 나메 버스 기사분들의 캐릭터가 정리된 글이 있어 그중 한 분의 원정대를 로아와 기준으로 찾아봤습니다.
1780레벨 6캐릭터를 기준으로 캐릭터당 약 17만 9천 골드, 6캐릭터면 일주일에 약 107만 4천 골드 정도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생활, 카던, 가디언 토벌, 운명의 편린, 유각 가챠, 카게, 필보 등 여러 수입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운이 좋아 일주일에 300만 골드를 번다고 가정해도, 장비 재련이나 완갑 재련 등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천만 골드가 필요한 성장 요소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레이드 수입만으로 고스펙 원정대를 계속 성장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콘텐츠와 레이드가 나올 때마다 계속 지갑을 열어 현질해야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사람마다 생각이 크게 갈릴 겁니다.
“그 정도 투자도 못 해주냐, 쌀먹이냐”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게임에 현실 돈을 계속 쓰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혹은 “원정대 캐릭터들의 체급을 낮추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죠.
어느 하나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버스를 타는 손님은?
반대로 이런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버스를 타는 손님들의 골드는 어디에서 나오느냐?”
물론 현질을 통해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 골드로 스펙을 올리고 직접 트라이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손님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은 있을 겁니다.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실력이나 숙련도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당장 해당 캐릭터의 스펙을 올리기보다는 보상과 재료를 먼저 확보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적어도 모든 버스 이용자를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제가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대한민국 RPG에서 버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RPG에서 대리 클리어에 대한 공급과 수요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고스펙 유저에게는 자신의 스펙과 숙련도를 이용해 추가적인 재화를 얻을 수단이 되고, 저스펙·저숙련·시간이 부족한 유저에게는 재화를 지불하고 성장 과정의 일부를 단축하는 수단이 됩니다.
물론 게임사가 강력한 제재와 시스템적인 제한을 도입한다면 버스를 상당 부분 줄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스를 통해 추가적인 골드를 벌며 성장하던 유저가 흥미를 잃고 게임을 떠날 수도 있고, 반대로 버스를 통해 최소한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던 유저가 점점 뒤처지면서 성장이 막혀 게임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게임은 지금보다 ‘건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유저 수까지 함께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실제 스마일게이트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버스 문화가 최근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2020년 전후부터 오랜 기간 공개적으로 존재해 왔음에도 게임사가 이를 완전히 근절하는 방향의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처럼 문제가 커진 상황에서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조치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 유저들이 비판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합니다.
마치며
저 역시 버스 기사들이 모집창을 각종 단어로 도배해 일반 유저들의 정상적인 파티 찾기에 피해를 준 것은 백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문제와 별개로, RPG에서의 버스라는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악이다”, “쓰레기다”, “쌀먹이다”라고 단정하고 모든 기사와 손님을 동일하게 비난하는 것에는 조금 다른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RPG 역사에서 버스 기사와 손님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결국 수요와 공급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버스가 게임적으로 바람직한 문화냐고 묻는다면 저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버스가 생기고, 왜 사람들이 기사를 하고, 왜 사람들이 손님으로 타는지를 생각해 보면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게임의 성장 구조와 경제 시스템이 상당히 깊게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논란 역시 단순히 “버스 기사들을 없애면 해결된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버스 시장이 커졌는지, 그리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이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까지 논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버스가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버스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원인까지 함께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줄 요약
1. 버스는 일반 유저의 파티 모집과 정상적인 레이드 경험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지만, 모든 기사와 손님을 무조건 악이나 쌀먹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함.2. 버스는 시간·스펙·숙련도 문제를 가진 유저들의 수요와, 막대한 성장 비용을 충당하려는 고스펙 유저들의 공급이 맞물려 형성된 RPG의 구조적인 현상이며, 기사 중에는 쌀먹도 있지만 번 골드를 다시 스펙에 투자하는 유저도 많음.3. 결국 기사만 비난하고 버스를 없애는 것보다, 왜 버스가 계속 성행할 수밖에 없는 성장·골드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일반 유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