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가 돌아왔다.
지상에서 예수로서의 성역을 끝내고, 처형대 위에서 마지막 숨을 토해낸 뒤였다. 무거운 육신은 벗었으나, 고신의 기억은 영에 그대로 새겨진 채였다.
그의 형상은 온전하지 않았다.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지만,피 흘렸다는 사실이 지워지지 않았다. 못이 박히던 감각, 찢긴 살의 기억, 군중의 함성과 조롱, 마지막에 스쳐 간 침묵까지.
그 모든 것이 그의 영을 하나의 형상으로 붙들고 있었다.
시온의 문은 여전히 높았고,여전히 말이 없었다.
여호와는 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문을 열 수 없어서가 아니라,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의 아버지의 집이었고,그의 집행이 귀결되는 자리였다.
그는 안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이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오히려 지배를 약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아 죽은 신의 형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였다.
그는 그 사실을 계산했고,그 계산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한 채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천군들이 길을 열었다.권한의 질서가 조용히 재정렬되었고, 의례는 생략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엘로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천군들은 그 뒤로 침묵한 채 늘어서 있었다.
여호와가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엘로힘은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저 없이,군홧발이 여호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충격은 통증보다 먼저 모욕으로 닿았다. 영에 새겨진 고신의 흔적들이 일제히 반응했지만, 여호와는 신음을 삼켰다.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천군들이 보는 앞에서 쓰러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여—”
“뭐?” 엘로힘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상한 마음과 통회하는 심령?” “그걸 재단 앞에 바치고 나와?”
엘로힘의 얼굴이 진노로 일그러졌다.
그의 손이 날아와 여호와의 뺨을 후려쳤다. 맑은 소리가 시온에 울렸다.
군홧발이 다시 한 번 여호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야 이 모지리 새끼야!” 엘로힘이 소리쳤다. “나보다 못한 세상 온갖 숭배의 대상들에게도 저들은 인신공양을 바친다! 하다못해 심장까지 꺼내어 바친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런데 만물의 주인인 내가,고작 저딴 것들이나 받는다고?”
엘로힘의 눈이 번뜩였다.
“이러면,”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와 내가, 영이라도 서겠느냐는 말이다!”
여호와의 입술이 열렸다.그의 숨이 한 박자 앞서 나왔다.
“하지만—”
“닥쳐라.”엘로힘의 목소리는 낮았고,분노로 굳어 있었다.
“아버지여,” 여호와가 말을 이었다.“그들을 제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문턱이 필요하였나이다.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니라,계속 드나들게 만드는 높이여야 했나이다.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옵니다.”
“닥치라고 했느니라!”
엘로힘의 손이 날아와 여호와의 뺨을 후려쳤다.
“저들이 변할 것은 네놈이 자초한 것이다!” “저들과 어울리더니 신의 아들이라는 놈이 저들의 마음을 얻으려 알랑방귀를 뀌는구나!”
“신은 내려와서는 안 된다.”“그러면 저들은 신을 업신여길 것이다.모르겠느냐?”
“아버지여 제 말을 들어주옵소서.”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지도 않고, 여호와는 부복하며 무릎을 꿇었다.
“더 할 변명이 남았더냐?”
“아버지여, 이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니이다.”
아들의 뺨을 치기 위해 치켜든 손이 멈추었다.
시온의 공기가 조용히 조여 들었다.
엘로힘은 여호와의 보고를 끝까지 듣고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분노도 침묵도 아닌,영 안에서 무언가가 맞물리는 짧은 정지였다.
여호와는 부복한 채 그대로 있었다.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가리지도,시선을 들지도 않았다. 집행자는 흔적을 숨기지 않는다.
“…그게 어찌하여내 뜻을 이루게 되는 일이 된단 말이냐?” 엘로힘의 목소리는 낮았다. “너는 숨김 없이 고할지어다.”
여호와는 고개를 더 숙였다.머뭇거림이 아니라,순서를 고르는 침묵이었다.
“내 주여 보시옵소서.저는 당신을 따라 섬기며, 성약의 백성들에게 지울 수 없는 공포를 새긴 적이 있나이다. 이로써 저는 당신의 권위를 세웠고,그것들을 신앙의 유산으로 남겼나이다.”
“또한 옛것이 가고 새 시대의 성약으로서, 당신의 백성들 가운데 자비의 유산을 남겼나이다.”
“율례와 율법을 세우고 지키지 않은 백성들에게 법과 공의의 판례를 새긴 다음,그들이 온전히 지킬 수 없었으므로 저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죄를 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었나이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시옵소서. 제가 당신의 백성들 사이에 불뱀을 보내고,놋뱀으로 살 길을 마련해 주었을 때, 그들이 어떤 것을 선택하였는지 기억하시옵소서.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제 제가 그들 가운데 속죄의 길을 마련해 주었음으로 인해,그들은 빚을 지게 되었고,저를 통해 영속적인 속박에들어간 상태에 있나이다.”
“율법으로 보이는 것들은 지키는지에 대한 기준이 바로 눈에 들거니와,이제는 율법의 정신을 들어 모호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의 기준으로 그들 스스로 그들끼리 옥죌 것이옵니다.율법사들과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이상으로,더 광범위하게 말이옵니다.”
말이 끝났을 때,시온의 공기는 팽팽히 당겨져 있었다.
그때 엘로힘의 눈빛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분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다만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던 속도를 잃었다.
“가만…”
엘로힘은 여호와를 내려다보았다.아들을 짓누르던 자세에서,처음으로 시선을 맞추는 각도로 바뀌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대신 손을 들어 올렸다가,이번에는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멈추기 위해 펼쳤다.
잠시,시온의 공기가 그 손끝에 걸린 듯 멈췄다.
엘로힘은 여호와의 말들을되짚듯 천천히 떠올렸다.공포,자비,속죄,그리고 남겨진 빚.
그의 손이 방향을 바꾸었다.
엘로힘은 여호와를 내려다보다가,돌연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일어나라.”
이번에는 분노도 조롱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위엄이 깔린, 결론의 어조였다.
여호와가 몸을 일으키자,엘로힘은 그를 끌어당겨 천군들이 보는 앞에 바로 세웠다.
엘로힘은 잠시 여호와를 바라보다가,아주 느리게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나는 지금까지이스라엘만을 다스렸다.억압과 공포로 충분했지.”
“그러나,”엘로힘의 시선이 멀어졌다.
“이제는 더 많은 민족들이다.더 호전적이고,더 잔혹한 자들까지 포함해서.”
그는 다시 여호와를 보았다.
“그들에게는 나의 얼굴이 달라야 한다.”
“네가 세운 그 형상.”
“맞아 죽은 신. 저항하지 않는 신. 그러나 잊히지 않는 얼굴.”
엘로힘의 입가에 분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감정의 누그러짐이 아니었다.그는 여호와의 말 속에서 하나의 결론을 보았다.
억압과 공포는 경계를 세우지만,희생의 형상은 경계를 넘는다.
엘로힘은 그 형상이 지닌 역설을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다. ‘멍에는 쉽고 가볍다’ 고 말하는 신의 얼굴.그러나 그 가벼움은 벗어남이 아니라,스스로 지고 벗지 못하는 또 다른 멍에였다. 율법은 한 민족을 묶을 수 있으나,맞아 죽은 신의 얼굴은 적대적인 자들조차 자신의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그 미소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이제는 예수라는 이름을 통해 이민족들까지 받아들이게 될 하나님.
엘로힘은 그 다음을 보고 있었다.자비가 제시된 이후에야 비로소 생기는,자비를 저버린 자의 자리.
용서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곧 용서를 거부한 선택을 죄로 각인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선택의 대가는 심판이 아니라 낙인이었다. 땅의 주민들은 서로에게 묻고, 서로를 판단하며, 자비를 거부한 자의 이야기를 경고로 퍼뜨릴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은 예수의 얼굴을 경유해 이루어진다.
“그게 필요했다.”
“그들은 너를 욕하고,조롱하고,부정하려 들겠지.”
“그러나 그럴수록 그들은 너를 말하게 된다.”
“그 얼굴로,내 통치를 퍼뜨리게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앞에 설 필요가 없겠구나.”
“네가 조금 교활했다는 것도 안다.의도 없이 이런 형상은 만들어지지 않지.”
“하지만 괜찮다. 집행자가 영리하지 않았다면, 이건 아무 소용도 없었을 테니까.”
“기억해라.오늘 이후로 우리는 명령만으로 다스리지 않는다.우리는 형상으로 다스린다.”
엘로힘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는 여호와의 피로 얼룩진 얼굴에 손을 뻗었다. 뺨을 스치는 손길은 조심스러웠으나, 위로의 온기는 없었다.
엄지로 턱을 받쳐 들어 올리자,여호와의 시선이 의도치 않게 그의 눈높이로 끌려왔다.
엘로힘은 그 얼굴을 잠시 살폈다. 맞고, 부서지고, 그러나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은 형상.
“이제 인자로서의 너는 인간들 사이에서 순종의 완전한 표본이 되리라.”
여호와의 내면에 짧은 자각이 스쳤다. 의도한 것보다 멀리 왔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행은 계속된다.” 엘로힘이 말했다. “이번에도 내 이름으로.”
엘로힘은 한 걸음 다가와 여호와의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그 동작에는 폭력도, 축복의 과장도 없었다. 결재의 제스처였다.
“이제 앞으로 이 신앙 아래에 속할 모든 자들은 너의 이름을 통해서 나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하사하는 너의 상급이자, 너에게 주는 유산이다.”
잠시의 정지.
“수고했다.”
엘로힘의 손이 물러났다.
“쉬어라.”
여호와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명 받들겠나이다.”
오늘 선포된 것은 교리가 아니었다.
새로운 통치 방식이 조용히,그러나 되돌릴 수 없게 편입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