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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이번 모르둠 고해성사 합니다.

제라스장인임
댓글: 37 개
조회: 5582
추천: 37
비공감: 1
2026-10-23 08:44:16

저는 블레이드입니다.

2막 나메 때부터 4명의 고정 파티원분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죽부자도 같이 따고, 성격도 잘 맞아서 함께 트라이하고 숙제도 빼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돌로리스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르둠 칭호에 대한 열망이 유독 컸습니다.

저번 달 말, 모르둠이 출시됐습니다.


현금 약 400만 원을 써가며 상상 악세, 13% 이상 젬, 10겁작, 방어구 25강 트라이 등 여러 가지 스펙업을 했고, 그렇게 준비한 캐릭터로 고정 파티원들과 첫 주 트라이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주말 이틀 내내 모루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 425줄 무한 트라이만 반복했습니다.

마음은 점점 급해졌고, 파티원들의 DPS도 클리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저는 평일에는 게임을 많이 하지 못하는 직장인입니다.

결국 첫 주 일요일 저녁, 파티원들에게 각자도생하자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파티가 흩어졌습니다.

성불하고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2주 차에는 주말 내내 트라이했고, 결국 성불하지 못한 채 월요일과 화요일 퇴근 후에도 새벽 3~4시까지 박았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새벽, 드디어 성불했습니다.

그렇게 3주 차에 기존 고정 파티로 복귀했는데, 이미 한 분이 게임을 접으셨더라고요.

이유를 들어보니 직업 간 유불리로 인한 거절 퍼레이드 때문이었습니다.

트라이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계속 거절당하다 보니 결국 마음이 꺾여버리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 후 3주 차 주말부터는 주간 레이드와 일일 숙제를 전부 유기하면서 남은 파티원 두 분의 트라이를 계속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2주 차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잦은 진도 사기로 인해 425줄 무한 리트가 반복됐고, 도무지 진도를 빼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3주 차에는 3지파를 몇 번 보는 데 그치고 트라이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4주 차.

남은 세 명이 금요일 연차까지 사용해 가며 3일 동안 파티원들을 드래곤볼해서 8명을 모아 트라이했습니다.

결과는 3일 동안 0줄을 세 번.

결국 성불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분이 더 이상 게임 텐션을 따라가기 힘들다며 로아를 접으셨습니다.

몇 달 동안 함께했던 고정 파티가 단 4주 만에 공중분해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금 후회가 됩니다.

내가 첫 주에 파티를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조금 더 참고 함께했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까.

물론 제가 남아 있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파티원들의 스펙이나 딜 부족 문제도 있었고, 각자 처한 상황도 달랐으니까요.

그런데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약 5년 동안 로아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을 떠나보냈습니다.

함께 레이드를 다니고, 웃고 떠들고, 추억을 쌓았던 분들이 하나둘 게임을 접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떠나보냈던 분들 중 다시 복귀하신 분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접으신 분들은 유독 생각이 많이 납니다.

단순히 같이 게임하던 사람들이 사라져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모르둠을 위해 다 같이 준비했던 시간도, 함께 트라이했던 순간도, 어떻게든 클리어해 보려고 노력했던 과정도 있었으니까요.

누군가는 직업 때문에 거절당하며 마음이 꺾였고, 누군가는 반복되는 트라이에 지쳤고, 누군가는 더 이상 게임에 쏟을 에너지가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이 단 4주 만에 모두 흩어졌다는 게 참 허무하네요.

저 역시 칭호에 대한 욕심 때문에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것보다, 일단 성불하고 돌아와서 다시 같이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 보니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 있었습니다.

칭호는 결국 따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다른 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요.

그냥 이번 모르둠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레이드였던 것 같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로아를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 싶었던 분들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다시 만난 분은 한 분도 없네요.

이번에 떠나간 분들도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같이 레이드를 돌고, 웃고 떠들고, 별것 아닌 일에도 즐거워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결국 추억으로만 남는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어쩌면 게임을 접는다는 건 단순히 게임 하나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시간도 조금씩 멀어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번 모르둠을 통해 얻고 싶었던 건 칭호였는데, 막상 돌아보니 칭호보다 함께했던 사람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네요.

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했던 분들 모두 그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어디서 무슨 게임을 하든, 부디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레이드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웃으면서 게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즐로아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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