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를 출시할 때마다 유저가 빠지는 이유를 개발진도 나름 분석했을 거 아님?
근데 그 원인을 잘못 해석한 게 아닐까 싶음.
예를 들어 신규 레이드가 출시됐는데 누구는 깨고 누구는 못깸.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칭호를 단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끝내 못 깬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접기 시작함.
개발진은 이걸 보고
'남들은 다 깨는데 나만 못 깨니까 접는구나'
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음.
그래서 생각해낸 게 아예 선을 긋는 거였을 수도 있음.
어중간하게 어렵게 만들어서 누구는 깨고 누구는 못 깨게 할 바에는, 아예 극소수만 깰 수 있도록 뒤지게 어렵게 만들자는 거지.
그러면 대부분의 유저는 애초에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하드에서 만족할 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김.
원래 엔드컨텐츠를 즐기던 유저들까지 그 선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거임.
그 사람들도 이전까지는 엔드 컨텐츠를 즐기던 유저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도전할 엄두조차 못내는 입장이 돼버린 거지.
그러니 그 사람들도 하나둘 접기 시작함.
그럼 개발진은 또 어떻게 생각했을까?
여전히 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접는다고 판단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더 높은 곳에 선을 그어버리는 거임.
극소수만 깰 수 있게 만들어서 나머지 유저들은 하드에 머물게 하려는 거지.
근데 그렇게 선을 높일 때마다 기존에 최상위 컨텐츠를 즐기던 유저들이 계속 선 밖으로 밀려남.
결국 하위 유저들의 이탈을 막겠다고 선을 그었는데, 그 선 때문에 또 다른 유저들이 이탈하고, 그걸 막겠다고 다시 더 높은 선을 긋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임.
근데 여기서 애초에 유저가 접었던 이유가 단순히 남들은 깨는데 나만 못 깨서가 아니었다면
못 깨서 접은게 아니라, 언젠가는 깰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서 접었던 거라면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방향은 완전히 잘못된 거 아닐까.
예전에는 당장 못 깨더라도 연습하고 성장하면 언젠가는 깰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음.
근데 지금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을것 같은 선이 먼저 보임.
그 선을 넘지 못하는 유저들에게 하드를 가라고 하는건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임.
유저들이 왜 접는지 잘못 해석했으니, 유저를 잡으려고 내놓은 해결책이 오히려 새로운 이탈자를 계속 만들어낸 건 아닐까 싶음.
그리고 아무리 높은 곳에 선을 그어도 그 안에는 반드시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거임. 결국 선을 긋는 방식으로는 유저 이탈을 막을 수 없는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