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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초장문주의] 30대 틀딱아제 일기

아이콘 맞워요저에오
댓글: 35 개
조회: 4745
추천: 26
비공감: 3
2026-10-30 11:42:17

# 로스트아크, 이대로 괜찮은가?


내 첫 게임은 바람의나라였던 것 같다.


나이트온라인, 에이스온라인, 얍카, 큐플레이, 블레이드 앤 소울, 아이온.

와우, 메이플, 마비노기, 니다온라인, 라그하임.


참 많은 RPG를 해 온 것 같다.


RPG를 처음 접했던 기억은 다람쥐와 토끼를 썰어 대며 재밌어하던 기억이다.


뱀도 잡고, 여러 추억이 있지만 내 시체 위에서 티배깅하던 사람과 욕 배틀을 벌이고 접었다기보다는,

시퍼런 사슴에게 얻어맞고 접었던 것이 내 마지막 바람의나라 기억이다.


나이트온라인도, 에이스온라인도, 얍카도 대부분 내 한계를 느끼고 접었다.


메이플과 마비노기는 조금 달랐다.


마비노기는 아직도 간간이 하고 있지만, 메이플의 마지막 기억은 사과와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보여주던 강원기 디렉터다.


나는 이제 메이플이 게임으로 보이지 않는다.


머쉬맘을 구경하겠다고 아이언 호그를 뚫고 가던 어린아이가,

좀비 머쉬맘을 잡으며 "이게 폭업 사냥터이지ㅋㅋㅋ" 하고 좋아하기도 했다.


처음 핑크빈을 잡아보고,

혼테일을 잡아 알작도 해보고,

자쿰이라고 우습게보다 카오스 자쿰에게 혼나보기도 했다.


반레온 순애물~ 하면서 스토리도 즐겨보고,

소멸의 여로부터 리버스 시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며 ㄴ"0"ㄱ? 하기도 했고,

레헬른에 가서는 사랑에도 빠져봤다.


그렇게 수많은 추억이 쌓여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메이플은 실수와 사과, 그리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청년으로 남아 있다.


환불 큐브 겜겜봐등 그런말에 지쳐서 결국 기다리기보단 새집을 찾고자했던것같다.


마비노기는 참 아픈손가락이다 15년가까이 하고있지만


여전히 마비노기에서 만난 친구들 형님들 누님들 동생들과 연락을 하고있다


내 소중한 친구이자 힘들때 같이 이야기를해준 은인들이다.


맞다 마비노기는 게임에대한 기억보단 그냥 그사람들이 좋다


알비던전 상급 하드 120릴을 돌때? 친구들이 있었다


몽환의 라비던전을 처음 클리어했을때?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명 두명 현생을 살러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같이있는 시간이 줄며


세공이슈라던가 무소통 이슈하고는 관련없이 천천히 시나브로 혼자만 남게되었다.


그런 나에게 로스트아크가 말을 걸더라.


유저가 남는다고.


그 말에 홀려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또 하나의 RPG라고 생각했다.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맞추고, 던전을 돌고, 더 강한 적을 잡는 것.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로스트아크는 조금 달랐다.


발탄을 처음 잡았을 때의 짜릿함,

라일라이 미연시섬에 도착했을 때의 설렘, 물론 배신당했지만

함께 비아키스에서 유격하며 실패하고, 결국 클리어했을 때의 기쁨.


누군가에게는 숙제였을 일상이 나에게는 모험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반복이었을 레이드가 나에게는 추억이었다.


새로운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새로운 지역을 기대하고, 새로운 군단장을 기대했으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물론 로스트아크도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다.


실망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도 있었으며, 게임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했다.


적어도 이 게임은 유저와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고.

유저가 남는다는 말이 단순한 홍보 문구는 아니라고.


그렇게 로스트아크에 기대와 애정을 쌓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로아 이대로 괜찮은가'를 보게 됐다.


솔직히 기대했다.


무언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느꼈던 문제를 알고 있고,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런데 화면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책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상황을 덮으려고 애써 웃으며 말하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아, 메이플에서 봤던 그 청년이 떠올랐다.


물론 두 게임의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개선을 기다렸다

다음에는 약속을 믿으려했다...

그다음에는 사과를 기대했다....


그런데 사과가 반복되고, 약속이 반복되고, 같은 종류의 실망이 반복된다면 언제까지 유저가 이해하고 기다려줘야 할까?


나는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잘못을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유저는 운영진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게임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메이플의 마지막 기억이 사과와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보여주던 강원기 디렉터였다면,


로스트아크의 지금은 내게 또 다른 청년을 떠올리게 한다.


사과할 줄은 알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는 청년.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어도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청년.


나는 메이플을 떠나면서 그런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마비노기를 떠나면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로스트아크를 시작했다.

유저가 남는다는 말에 기대를 걸었고, 그 기대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이 게임에 쏟았다.


그런데 지금은 묻고 싶다.


로스트아크,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아직 이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실망하는 거고, 그래서 화가 나는 거다.


정말 아무런 애정도 없었다면 이런 글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바람의나라에서 다람쥐와 토끼를 잡던 어린아이부터,

메이플에서 수많은 보스를 잡으며 성장했던 시간,

마비노기에서의 친구들과의 추억

그리고 아크라시아에서 보낸 수많은 모험까지.


나는 꽤 오랫동안 RPG를 사랑해 왔다.


이제는 게임을 떠나는 이유가 게임이 재미없어져서가 아니라, 게임을 믿을 수 없게 되어서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로스트아크를 접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이제는 사과가 아니라 그저 웃어넘기는 어물쩡한 태도가 아니라,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책임지는 모습을,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보다 실제로 달라진 모습을.


유저가 남는 게임이라는 말이

그저 과거의 홍보 문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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