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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카제로스 이야기

향피워
조회: 116
2026-10-30 13:41:15
한때는 그랬다.



카제로스가 등장하며 아크라시아의 모든 모험가들이 모여들었다. 
수십 번 쓰러져도 수백 번 다시 일어나 끝내 그를 향해 검을 겨눴다. 
더퍼스트 난이도 아래 모험가들과 그는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는 더 이상 모험가들의 목표가 아니었다. 
모험가의 장비들은 강해지고, 패턴은 익숙해졌다. 
한때 모두가 두려워하던 그는 어느새 주간 숙제가 되었다.

벨가르딘이 출시되자, 모험가들의 주간 레이드에 더이상 카제로스의 자리는 없었다. 


이제는 정말,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 걸까.

그때 디렉터가 찾아왔다.

디렉터는 종막 익스트림을 제안했다. 
더 강한 패턴과 더 높은 난이도로 모험가들에게 다시 도전의 재미를 선사하겠노라고.
그러면, 모험가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제안이었다. 

카제로스의 표정에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모험가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 듯했다.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고, 동료를 일으켜 세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던 이들. 

그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 다시 그들이 찾아온다면. 
다시 나를 두려워하고, 미워하고, 끝내 넘어선다면.

나는 기뻤다.

모르둠이 모험가들을 맞이하는 동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파멸의 성채에 쌓인 먼지를 털고, 무너진 곳을 정돈하고, 전장 곳곳을 깨끗이 청소했다. 
낯익은 장소들이 다시 긴장감으로 채워지길 바다.
모험가들이 고전하고, 서로를 도우며 마침내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을 상상했다.
더퍼스트 때처럼, 이번에도 자신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게 하리라.


종막 익스트림이 열린 날, 카제로스는 모집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모험가들이 조금 늦는다고 생각했다. 패턴에 익숙해지고, 함께 발걸음을 맞출 사람을 찾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며 파티모집 글은 점점 뜸해졌다.

카제로스의 앞에는 청소가 끝난 파멸의 성채가 고요히 펼쳐져 있었다.
그는 텅 빈 모집창을 바라보았다.
모험가들은 도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 그 문턱에서 하나둘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카제로스는 자신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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