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인벤 자유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수다] 아란 오디오 드라마 2화 스크립트 전문

아이콘 빛오징어
댓글: 6 개
조회: 171
추천: 4
2024-07-03 19:38:24
https://youtu.be/Ku9Q7i02nIs?si=dMk8KFx_4KZiY6Rz

제 1화 링크


설중란 눈 속에 피는 꽃

2. 병아리들

 

아직 날이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웬 독거미가 나와.”

사시사철 눈보라가 몰아치는 건 산꼭대기뿐이고, 나머지 산자락에는 계절에 따라 날씨가 크게 달라지는 동네였다. 봄이면 따뜻하고 여름이면 덥다. 그러니 거미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꽃 필 때 쯤 나오는 게 거미 아니었나?”

할아버지는 의심스럽게 되물었다. 촌장은 더욱 난감해 하면서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심지어 이번 독거미는 평소에 보던 녀석들보다 몇 배는 더 큽니다. 사람들이 다들 겁에 질려 있어요.”

... 우두머리급인가 보군... 그런 큰놈이 어디에서 나온 게야.”

어딘가 멀리서 온 것 같습니다. 평소에 근처에서 보이던 독거미와는 전혀 달라요.”

심각한 일이군...”

... 어르신. 이번에도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

도와야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늘 어르신 덕분에 제가...”

 

두말하지 않고 승낙한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던 촌장이 아란과 마주치자 말끝을 흐렸다. 아란은 촌장은 신경도 쓰지 않고 눈을 돌려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할아버지는 촌장의 다음 말을 이끌었다.

독거미는 몇 마리지?”

한 마리입니다.”

고작 한 마리?”

촌장이 겁에 질린 채 부르르 떨었다.

보통놈이 아닙니다. 이 밤만 되면 닭장에 있는 닭들을 다 잡아먹어 버리고, 잡으려고 함정을 파두면 비웃듯이 망쳐둡니다. 거미줄을 마당에 뿌려서 우리가 청소하지 못하게 복수한 적도 있습니다.”

아주 영악한 놈이군.”

... 말도 마십시오. 어디서 이런 놈이 나타난 건지 원. 마음만 먹으면 사람도 해칠 수 있으니 사람들이 다들 겁에 질려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할아버지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기다리지 못하고 아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나도 갈래!”

그래, 너도 준비해라.”

아란의 얼굴이 봄볕처럼 확 풀렸다.

정말? 나도 가도 돼???”

그래.”

이건 단순히 동행을 허락한 게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늘 말했다. 진정한 전사는 등을 남에게 함부로 맡기지 않는다고. , 지금 동행을 허락한 건 할아버지가 아란의 실력을 인정해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동행일 뿐이다.”

알았어!”

 

아란은 애지중지하며 갈고 닦았던 목봉을 챙겼고 촌장은 그런 아란과 할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봤다.

... 어르신...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거미가? 나한테 찍혔으니 분명 위험하긴 하겠지.”

... 아닙니다...”

촌장은 신기한 존재를 바라보듯 두 조손을 보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폴암과 목봉을 각자 하나씩 챙긴 할아버지와 아란은 산책 나오듯 내려와서 마을의 풍경을 살폈다.

... 조용하구만.”

할아버지는 안타까운 얼굴로 마을 곳곳을 살폈다. 아란도 그 옆에서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거미줄의 흔적들을 세어 보았다. 커다란 마을회관 옆, 텅 비어 있는 마구간 지붕 아래, 소 몇 마리가 딱 붙어 있는 축사 앞에까지 거미줄이 붙어 있었다.

할아버지, 저 거미줄... 자랑하려고 쳐놓은 것 같아.”

그래. 그놈이 내 땅이라고 표시하는거다.”

할아버지가 폴암을 움켜쥐자 손등에 힘줄이 불끈 솟아났다.

촌장, 그놈은 어디 있나?”

낮에는 어디에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밤에만 나오고요.”

그래?”

할아버지는 아란에게 손짓했다.

아란 마을회관에 있거라. 나는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 오마.”

나도 갈래!”

넌 이 근방을 지켜야지.”

이 근방을... 알았어.”

 

 

할아버지가 정찰을 떠난 사이, 아란은 마을 회관으로 갔다. 펑퍼짐한 바지를 허리띠로 질끈 묶고 허리끈 뒤쪽에 목봉을 꽂아 넣었다.

... 아란, 그건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니? 맡아 줄까?”

괜찮아.”

전사는 무기를 남에게 맡기지 않는 법이었다. 아란은 단호하게 거절한 뒤 덜렁거리는 목봉을 깃발처럼 허리에 꽂고 성큼성큼 나아갔다.

 

흰머리~!”

아란이다!”

마을 회관에는 평소에 오가며 한 번씩 마주치던 또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구경거리를 발견한 것처럼 모여서 순식간에 아란을 둘러쌌다.

여전히 머리가 하얗네. 할아버지 같아!”

바보야 할아버지가 하얀 머리니까 쟤도 머리가 하얀 거야.”

우와~ 등에 찬 거 뭐야? 만져봐도 돼?”

이거 봐라~ 우리 병아리들 잘 지키고 있다~”

 

중구난방. 뭐 하나 일관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아란은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에 가슴을 쭉 폈다가 아이들이 목봉을 못 만지게 막고 마지막엔 삐약거리는 병아리들한테 눈길을 보냈다. 자그마한 털뭉치들이 오종종하게 모여 있었다.

아란은 작은 동물들을 늘 좋아했다. 조용하고 무해하며 해를 끼치지 않는 아이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뛰어다니던 병아리들이 아란이 얼굴을 들이밀고 살펴보자 깜짝 놀라며 한데 뭉쳤다.

 

아란~ 그렇게 쳐다보면 겁먹어. 얘들은 얼마 전에 부모님을 다 잃어서 겁이 많아.”

이게 다 그 거미 때문이야...! 거미가 얘네 아빠 엄마 다 잡아 갔어.”

아란은 병아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란도 부모님이 없다. 부모님을 잃고 겁에 질린 아이들이라 어째선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병아리를 지키자.”

마음을 정한 아란은 목봉을 꽉 쥐면서 외쳤다.

지켜서 얘네 같은 애들이 더는 생기지 않게 하자.”

오오...!”

그래, 그러자!”

커다란 임무라도 맡은 것처럼 흥분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거미가 오면 물리치는 거야!”

병아리는 우리가 지킨다!!”

 

한껏 신이한 아이들 중 덩치작은 아이 한 명이 창밖을 보며 생각난 듯 외쳤다. “, 밖에도 병아리가 있어.”

마을회관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많이 기르니까.”

전부 구하러 가자, 아란.”

와글와글 떠드는 아이들에게 아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아란을 선두로 삼은 아이들이 밖을 향해 우르르 뛰어나갔다. 병아리들도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

 

 

위험하니까 해지기 전에는 돌아오거라~”

촌장이 아이들의 등에다 대고 외쳤다.

허허 녀석들, 용감하네...”

이런 상황에도 기죽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에 촌장은 흐뭇하게 웃다가 이내 지금의 상황을 떠올리고 다시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사람들을 좀 모아야겠구만.”

어르신의 정찰이 끝나고 나면 오늘 저녁엔 싸움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촌장은 문득 조금 전 아란과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동안은 도와줄 곳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생각 없이 어르신에게 부탁했지만, 어르신에게도 가족이 있었다. 매번 위험한 일을 하다가 다쳐서 갔으니 어린아이가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토벌에 동행하자는 말에 아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노인의 손에 들린 무기보다도 작은 몸집의 아이가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민망해졌다.

그렇게 어린 애들도 나서는 마당에 어른이 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는 촌장으로서 모든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 두 마리 있어.”

우와... 얘네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마을 곳곳을 살폈다. 말들이 잡아 먹혔다는 마구간, 소들이 겁에 질려 있던 축사, 그리고 닭장에서 마침내 낙오된 병아리 둘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더 없나...?”

...”

아이들이 머리를 모으고 고민에 빠졌다. 덩치작은 아이가 중얼거렸다.

다른 병아리도 본 적이 있긴 한데...”

?”

근데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어.”

거기가 어디인데?”

아란이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있잖아... 오물 있는 집.”

...!”

덩치작은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뭔가가 떠오른 듯했다.

근데 거긴...”

거긴 좀 무서워....”

기운이 넘치는 아이들이 어쩐지 꺼리고 있었다. 아란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 왜 무서워?”

아빠가 거기는 귀신 나온다고 가지 말라고 했어.”

가까이 가면 이상한 소리도 들려.”

나도 예전에 간 거라... 지금은 병아리 없을지도 몰라.”

 

무서워서 그런지 아이들은 전부 우물쭈물 했지만 아란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지금도 병아리가 있을지 모르잖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 나 혼자 갔다 올게. 너희는 여기 있어.”

아란이 그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망설이면서도 용기를 내 길을 안내해 주었다.

... 아니야. 같이 가...”

그래 다 같이 가면 괜찮을거야.”

 

 

그 집은 마을 회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집이었다. 통나무로 뼈대를 삼고 지푸라기로 지붕을 올린 평범한 초가집이었는데 관리가 되지 않은 것처럼 담벼락과 마당 주변에 잡초가 무성했다.

이 집이야.”

벌써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이들은 좀처럼 담벼락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아이들 뒤편에서 병아리들이 한 데 모여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란은 병아리들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까진 아이들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바짝 붙어서 쫓아오던 병아리들이 지금은 몇 걸음이나 거리를 벌린 채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

의심스럽다. 아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진짜... 들어갈 거야...?"

"귀신이 잡아먹을지도 몰라..."

목봉을 앞으로 겨누고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너희는 여기 있어.”

 

천천히 발을 내딛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발밑을 푹신하게 받쳐줬다. 단출한 구조의 집이라 크게 살필 곳은 없었다. 한쪽엔 침실이, 다른 한쪽엔 부엌이 존재했다. 아궁이엔 불을 댄지 한참이나 지났는지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고, 한편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장작들 손도 대지 않은 것처럼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아란은 침실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한쪽 손으로는 목봉을 강하게 움켜진 채였다. ‘끼익-’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안쪽에 고여 있던 퀴퀴한 냄새가 파도처럼 밀려나왔다. 무언가가 고이고 썩은 냄새였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 냄새를 아란은 분명 맡아본 적이 있었다.

시체...!”

먼지가 쌓인 침상 위엔 불룩한 사람의 형체가 있었다. 겉으로만 봐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잠이든 것처럼 이불까지 덮고 있으니 더더욱 구별되지 않아서 아란은 목봉에 끝으로 이불을 휙 걷어냈다.

 

새하얀 덩어리. 거미줄에 칭칭 감긴 사람 형상의 덩어리가 비대한 알처럼 누워 있었다.

...!”

아란은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폐부가 싸늘하다. 시야가 좁아지면서 숨이 가빠왔다. 이럴수록 냉정해야 했다. 할아버지는 전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냉철함이라고 늘 말했었다. 아란은 발밑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나무재질로 만들어진 단단한 바닥에는 먼지가 꽤 쌓여 있었는데 지금 아란이 밟은 발자국 외에도 뾰족한 지팡이 같은 것으로 여러 번 짚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어떤 존재가 있었다는 증거였다.

 

아란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볕 말고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방안. 침실 천장에는 커다란 거미줄이 마치 마을 회관에 깔린 융단처럼 정교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찾았어... 여기야...”

아란은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거미줄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그림자도, 그 주변에 거미줄에 칭칭 감긴 동물 모양의 덩어리들도 지금은 무시해야 했다. 보자마자 알았다. 저건 아란이 지금 이길 수 없는 짐승이다. 도망쳐야 했다. 할아버지가 늘 말했듯,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어때? 안에 뭐가... 있어?”

그때 덩치작은 아이가 용기를 내서 다가왔다. 아란이 얼른 손을 들어서 막으려고 했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이 더 빨랐다.

안에는 뭐가... 히익!”

큰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겁에 질린 아이가 헛숨을 들이마셨고 그 겁에 질린 숨소리가 짐승을 자극했다.

 

커다란 거미가 눈을 뜨는 소리는 마치 쇠로 만든 구슬을 바닥에 굴리는 것과 비슷했다. 여러 개의 눈알이 아란을 한번 보고 동시에 입구 근처에 병아리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본다.

도망쳐!”

아란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겁에 질려 주저앉은 덩치작은 아이를 발로 걷어차 밀어내고 양손으로 목봉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수십 개의 지팡이로 연달아 땅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처럼 뾰족하고 큰 앞발이 아란의 코앞으로 떨어져 내렸고,

히야압-!”

아란은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운 채, 어느새 전력을 다해 목봉을 위로 휘두르고 있었다.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