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메이플 내 청춘아.
어릴적 오빠가 하던 끈기의 숲 구경을 시작으로 너에대한 흥미와 재미가 생겼고, 성인이 되어 첫 재시작을 했을 땐 요령도 없이 아란 한 캐릭만 키우면서 삼개월간 모든 퀘스트를 다 해 겨우 200을 찍고 좋아했었어.
대학때 좋아했던 친구랑 밤새 피라미드 돌리고 마빌가서 거래상대 찾던 때와 가장 친했던 친구랑 즐거운 이야기 하며 처음으로 카파풀 잡았을 때는 절대 잊지 못 할 거야.
리부트가 생긴 뒤로 목숨걸며 유니온 4000을 찍었고 인벤도 들락거리며 유니온배치, 링크 효율, 캐릭별로 매일 할 일, 월별 할 일, 입힐 옷등등을 과제보다 정교하게 엑셀정리까지 할 정도로 정말 행복했었어.
물론 매일같이 진심인건 아니었어. 현생을 살아야 했기에 학생때는 매일 겨우 한시간 접속하고, 취업 한 뒤로는 여름 겨울 버닝이벤트를 노리며 봄, 가을엔 휴접하고 살았지.
퇴근 후 집 앞 PC방을 가서 세시간정도를 저녁먹고 사냥하며 금요일엔 밤새 할 수 있겠다 설레던 마음을 알까?
금,토요일 새벽에 알바들의 청소하는 소리가 들리면 오늘은 맘껏했다며 즐거워하던 마음을 모를거야.
그렇게 휴접과 복귀를 반복하고 사는동안 너는 알게모르게 계속 업뎃되었고, 마침내 만렙이 300으로 업뎃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주캐가 겨우 260을 찍었을 때라 참 암담했었어.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도 유니온 8000을 찍으며 남들 데미안 버스태워 줄 수 있겠지 했었어.
그렇게 한참이 지나 퇴사하고 개화월영으로 내 아픈손가락이었던 아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이벤트에 또 시간과 영혼을 갈아넣어 겨우 260을 찍고 다시 휴접을 했었다.
겨우 한두달 뒤 추석에 사촌동생들과 PC방에 가서 메이플 재접을 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던 내 맘을 알까.
남들 다 퐁섭이니 좇망겜이니 하며 욕할때도 게임을 즐겁게 해야지 왜 욕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는거냐며 궁시렁대던 내 맘을 넥슨은 몰랐겠지.
본투비 즐겜러였던 나는 캐릭 키우는데만 관심있었고 메이플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었어. 그래서 내 청춘을 바친 리부트에 마지막이 다가온다는걸 몰랐나봐.
접속해보니 메소가 0이었고, 오류일거라 생각했지만 리부트 섭이 본섭처럼 바뀐다는걸 인벤보고 알았어.
퐁섭사태에 리부트가 미어 터질때도 난 그저 일찍 넘어와서 다행이라고 너무 안일했나봐.
순간 모든게 허무해지면서 더이상은 내 캐릭들이 키워야 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아니라 내 시간을 앗아가는 못된 존재들로 보였어.
그래서 메이플을 접었다.
미련이 철철 남았지만 더이상 했다간 월급을 잡아먹을 정도의 현질 외에는 답이 없겠다 싶어서 포기했어.
그 추석날, 사촌동생들에게 나먼저 집에 가겠다고 말한 뒤 PC방에서 집까지 가는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
사태를 깨닫고 접은지 두달쯤 된 시점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간만에 대학친구가 메이플 복귀하고 싶다고 전처럼 밤새 수다떨며 메이플하자는 말에 울면서 나 이제 메이플 완전히 끝이라고 말한게 너무 마음에 남아서 때문이야.
안녕 메이플, 내 청춘아. 내가 벌써 서른이래.
너에게 행복감을 느끼며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
정말 고마웠고, 즐거웠어.
그리고 다신 보지말자.
먼 훗날에 섭종하더라도 그립지만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아.
이래저래 진짜 안녕하려니 아쉽기도 하고 술마신 새벽감성이 나를 지배해버려서 원망과 푸념이 섞인 개소리를 지껄여봤다.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보태자면,
나는 포기했지만 너넨 현생을 살며 끝까지 즐겜하길 바란다.
다들 파이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