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존나 이 집구석이 싫다
나와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종종 누이들에게 소식을 전달 받을 때마다
내 몸에 흐르는 이 피가 너무 역하다
몇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이 폭력의 시작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 유전자 자체에 그런 짐승같은 본능이 숨어 있는 건지
할머니 패던 할아버지를 그대로 닮아 엄마를 패는 아빠
술에 존나 취해서 실수로 불륜을 내게 들키는 엄마
페미니스트 누나에 패륜 동생
나는 다 잊고 싶어서 머리에 피도 마르기 전부터
밤마다 기억을 잃을만큼 술만 마셨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우산으로 얼굴이 함몰되도록 쳐맞는 엄마 옆에서
무당이 염을 외듯 싹싹 빌어라, 싹싹 빌어 소리치던 할머니
그 목소리가 밤마다 귓속에 울려대서
맨정신으론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그래서 군생활 내내 나는 수면부족이었고
잠이 모자라 실수를 하는 나는 병장 때까지 폐급 취급을 받았다
부모는 양심도 없이 연애를 하면 애인을 집에 한 번도 데려오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입밖에 내고
나는 당신들 얼굴 보여주기 쪽팔리다는 말을 간신히 참고 전화를 끊는다
존나 남이라고, 가족도 남이라고 생각하고 산지가 오래됐는데
어제 동생이 엄마를 죽이려던 아빠를 말리다가 손목이 돌아가고
옷이 다 찢어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언제까지 이 개같은 소식을 들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젠 이런 게 슬프거나 아프지도 않고
그냥 귀찮고 짜증난다
부모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약속하자던 애인들에게는 항상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역겨운 피를 세상에 물려주고 싶지가 않다
아니 자식까지 가기 전에
이런 알코올중독자인 내가 혹시
곁에 두고 사는 사람에게 언젠가 저 역겨운 인간처럼
폭력을 휘두를까봐
그런 사람이 될까봐 무서워서
결혼 논의가 나올 쯤엔 언제나 이별을 고했다
한땐 영어 공부를 존나 열심히 해서 해외로 튈까도 했는데
절실함이 부족한 건지 지능이 부족한 건지 도저히 늘질 않아 포기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며, 연애 좀 하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날선 어투로 반박을 하며 혼자 살 거라고 한다
뭐, 내가 내 실패에 가족을 방패로 합리화 중인 걸수도 있다
근데 적어도 명절 전에는 좀 조용히 지나갈 수 없는 걸까
두서없이 적었는데
그냥 모르겠다
이젠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끝나는 게 없냐
뭐든 좀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