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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오감도

말롱로티
조회: 286
2025-10-08 10:47:57
"일차방정식 문제네.”



이상 시인의 오감도 시 제 1호를 보더니 놈이 한 말이다.



“아니, 봐봐. 13명의 아이가 도로로 질주하고 아이들은 전부 무섭다고 하고 있잖아.”



녀석이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그리고 화자는 이렇게 말하지. 무서운 아이, 무서워하는 아이. 두 종류뿐이라고. 이건 미지수 x와 y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중에 한명이 무서운 아이면 남은 12명은 무서워하는 아이일거고.”



“그래서?”



“그러니까 다른 경우는 없는 게 낫다는 거지. 예를 들어 겁먹은 아이를 추가하면 미지수 z가 추가되는 거잖아. 그럼 한 명이 무서운 아이여도 남은 열두명중에 누가 무서워하는 아이이고 누가 겁먹은 아이인지를 모르니까.”



녀석은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봐봐. 처음에 시에서 제1부터 제13의 아이가 전부 무섭다 했다고 제시했잖아. 이건 일일이 다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야. 예를 들어 ‘제 7의 아해는 무섭지 않다고 그리오.’라고 하면 미지수 x에 포함이 안되어 버리니까. x+1=13이 되는거지. 그러니까 이걸 일일이 나열한 건 미지수 x=13임을 제시한 거야. 그 뒤에 다시 x와 y로 나눈 다음에는 굳이 다 적을 필요가 없던거고.”



“왜 그럴 필요가 없는건데.”



“아니, 멍청아.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다는 건 결국 1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다는 거잖아. 1인이어도 좋고 2인이어도 좋고 11인이어도 좋다는 식으로 한거지. x값이 몇이 되든 y값을 알 수 있는데 뭐하러 그걸 다 일일이 적냐.”



“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여야지. 다른 아이들이 못 들어오게. 식의 합은 13이라고 가정하고 하는 얘기거든. 마지막에는 계산이 끝났으니 뚫린 골목이어도 좋은거고. 애들이 가만히 있어도 상관없지. 이해했어?”



“아니.”



“멍청한 새끼.”



나는 말없이 중지손가락을 올렸고 녀석은 실없이 웃는다. 한참을 낄낄거리던 녀석이 갑자기 의자에 기대있던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짐짓 목소리를 깔았다.



“그럼 이번엔 나폴리탄 괴담식으로 해석해줄까?”



“어떻게?”



“오감도 뜻이 까마귀가 보는 시선이랬잖아. 그럼 화자를 까마귀인 걸로 하자. 13명의 아이는 무언가를 무섭다고 외치며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고 있어.”



무서운 이야기라고 미리 못박아둬서 그런가. 별로 무섭지 않은 내용도 살짝 긴장하면서 듣게 됐다.



“화자는 말하지. 13명의 아이는 전부 무서운 아이, 무서워하는 아이만 있다고. 근데 이상하잖아? 13명 전부 다 방금 전까지 무섭댔는데?”



“그래서?”



“이건 그거야. ‘까마귀가’ 무서운 아이, ‘까마귀를’ 무서워하는 아이. 똑같다는 거지. 그래서 까마귀는 말해.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자길 무서워하는 아이만 있어서 좋다는 건가?”



“그렇지. 그래서 이렇게 말한거야. 그 중에 1인이나 2인의 아이가 무서운 아이든, 무서워하는 아이든 좋다고. 어차피 같은 말이거든.”



“그럼 마지막 건 뭔데?”



내 물음에 녀석은 웃었다.



“너 청기 백기 게임 알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안다.



“청기만 올려!랑 백기만 올리지 마!는 같은 말이야. 알아?”



“뭔 소리야?”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는 거지. 수미상관이라고. 처음이랑 끝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니, 봐봐. 애들이 무서워서 뛰는데 그게 알고보니 막다른 골목이었던 거야. 처음에는.”



“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골목이 분명 뚫려있는데도 아이들은 질주하지 못하고 있지. 같은 상황인거야. 심리적 밀실이라고 하면 알려나?”



“막혔던 골목이 갑자기 뚫린 골목이 된 건 뭔데 그럼.”



“그거야 당연히 지들이 왔던 길로 다시 뒤를 돈거지. 앞은 막혀있으니까. 단지 질주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까마귀가 오고 있거든. 즉, 까마귀는 13인의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던 거야. 아이들은 그걸 모른 채 죽어라 달린거고. 까마귀는 아이들이 어차피 막다른 골목에 갇히게 될 걸 알았던거지.”



듣다보니 아다리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까마귀는 하늘에 있는데 애들이 왜 골목을 못 달리는데?”



나는 별 생각 없이 물었고 녀석은 나를 보며 지그시 웃었다.



“뭐야?”



“너 애들 진짜 겁 없는 거 아냐?”



“뭐?”



“나도 어릴 땐 그랬거든. 벌레도 안 징그럽고 높은 데도 안 무섭고. 애들은 겁이 진짜 없어. 그래서 어른한테도 막 대들지.”



“그래서?”



“그런데 말이야. 열세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한명의 이견도 없이 전부 다 무섭다고 혼비백산 도망을 치는데.”



그게 까마귀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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