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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나폴리탄] [김민혁, 박민수, 최지훈]

말롱로티
댓글: 2 개
조회: 187
2025-10-21 17:09:08
좀 고리타분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내 취미는 신문을 보는것이다.



인터넷 신문 따위가 아니고

요즘은 잘 찾기 힘든

그 펄럭이는 종이의 신문을

나는 무척이나 선호한다.



보통 내 나이 또래에 신문을 보는 사람은 없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매일 매일 신문을 같이 보다보니

어느새인가 나도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 습관은 내가 혼자 살게되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신문을 찾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역시 조간신문 특유의

잉크와 갱지향을 음미하며

찬찬히 한장 두장 침을 발라 넘기고 있었는데



문득 신문을 넘기기 위해 잡은 부분 구석에

작게 이름 세개가 적혀있는것이 보였다.



[김민혁, 박민수, 최지훈]



'이런데에 무슨 이름이지? 직원들 이름인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신문의 특정 페이지 한 귀퉁이에는

계속해서 특정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계속해서 같은 이름이 반복되다 보니

직원이름인가보다 하고 넘어가던 어느날



갑자기 이름 하나가 바뀌어 있었다.



[김민혁, 이현수, 최지훈]



박민수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것은 '이현수'

이건 내 이름이었다.



처음엔 그저 우연인가 싶었다.

내 이름은 학창시절 동명이인 한두번은 봤을 정도로

그리 유별난 이름은 아니니까.



그 즈음부터는 나도 묘하게 그 이름 세개가

신문을 볼때마다 신경쓰이게 됐다.



기왕 거슬리게 된거

다시 내 이름이 없어졌으면 했건만

매일 매일 신문을 들여다봐도

그 이름 세개는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이름칸에 변화가 생겼다.

안타깝게도 내 이름은 아니고

최지훈이라는 이름이 윤재혁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민혁, 이현수, 윤재혁]



나는 이쯤에서 슬슬 거슬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게 대체 뭔지 궁금해져서



신문사에 한번 전화를 걸어봤다.



"네 안녕하세요 OO신문입니다~"



밝은 톤의 직원이 안내멘트를 전화 너머로 말을 걸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신문 귀퉁이에 이름때문에 그런데요..."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작스럽게

전화 너머에서 마치 ARS와 같은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당 란은 저희 신문사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며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답변도 해 드릴수 없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같은 사람인 것 같긴 하나

기계음성 특유의 그 높낮이 없는 톤으로

갑자기 저런 소리를 하니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아 아니 그래도 그게..."



"해당 란은 저희 신문사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며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답변도 해 드릴수 없습니다."



소름끼쳤다.

방금 했던 말을 토씨 하나, 높낮이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반복했다.

통화 소리를 키워서 들어보니

미묘하게 숨소리가 들리는것으로 보아

사람이 말하고 있는게 맞는거같긴 했다.



"아...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나 이쯤에서 더 물어보고싶다는 생각은 사라졌고

나는 황급히 찝찝한 마음을 털어내며

전화를 끊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주말에 쉬고있던 우리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이현수씨 계시죠?"



인터폰 너머를 보니 어떤 남성이 멀뚱히 대문 앞에 서있었다.



"저는 윤재혁 입니다"



그 이름을 듣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그냥 우연인가?

아니면 신문에 있던 그 이름이 정말로

나와 저 사람을 의미한게 맞는건가?



나는 그와 인터폰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운좋게도 내가 승리했다.

그제서야 나는 신문의 그 이름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을 깨달았으므로

더 지체할수는 없었다.



패배한 그가 문앞에 두고간 증표를

전리품 삼아 챙겨서 음미했다.



정말이지 달콤한 맛이었다.



나는 세 이름 중 남은 이름 하나를 찾아갔다.



[김민혁]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서

가볍게 집을 나선 나는 그를 바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 집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김민혁씨! 김민혁씨 나오세요!"



몇번이고 문을 두드려봤으나

그는 나오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걸 알수 있다.

숨는다고 해결되지 않아.



몇번이고 문을 더 차고 두들겨 봤으나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쉽긴 했으나

이미 해가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그날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그를 찾아갔다.



갈때마다 협박을 하고 회유를 하고

어르고 달래고 별 지랄을 다 해봤지만

이놈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쯤에서 나는 슬슬 몸이 달고있었다.



더이상은 참을수가 없었다.



대충 일주일쯤 되던 날

나는 빠루를 챙긴 뒤

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어락을 뜯어버렸다.



집 안에 불은 켜져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집 안

그중 가장 구석에 있는 방에서

봉긋하게 솟아오른 이불 하나가

덜덜 떨고있는것이 보였다.



"김민혁씨 맞죠?"



들고있던 빠루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나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그 이불 더미 앞에 마주앉았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기지 못했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놈의 이름이 바뀌지 않던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패배의 격통을 뒤로 하고

나는 몸을 추스른 뒤

다음날 다시 한번 찾아갔다.



전날 부셔버린 문은 아직도 너덜거리고 있었고



이제는 손쉽게 안으로 들어가

같은곳에 쭈그려 있는 그의 앞에

다시한번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이기지 못했다.



나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을만큼 괴로웠다.

너무 괴롭다 못해 손발이 저릴정도였다.



참기 힘들만큼의 고통이 몸을 덮쳤으나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었다.



절대로 포기할수 없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그 다음날 한번 더 그를 찾아갔다.









이겼다.









내가 이겼 다.







내가 이겼다고!!!!!!!!!!!!!!









너무도 달콤한 승리였다.



두번이나 날 애태운 뒤에 삼킨 승리의 맛은

나를 절정에 이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맛을 깊게 간직한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신문을 펼쳤고

귀퉁이를 확인했다.










[이현수, 이현수,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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