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빠 울고 있는 거 보고… 솔직히 난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거 같더라
어제 새벽 두 시쯤
진짜 그냥 물 마시려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근데 거실에서
“흐—” 하고 숨이 끊기는 소리 들리더라.
처음엔 어디서 샜나 해서 무시하려다가
소리 다시 들렸음.
이건 사람이 숨 참고 울 때 나는 소리같길래,
불 켰거든?
아빠가 소파 끝에 걸터앉아서
양손으로 얼굴 가린 채
어깨 들썩이고 있더라...
그 장면 보는 순간
내 온몸에서 피 쫙 빠지는 느낌 들었다.
머리가 번쩍 뜨거워지더니
다리가 힘 풀려서 그대로 멈춰섰음.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빠가 우는 모습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보이는 모습이 아빠가 아니라 그냥 완전히 부서진 사람 하나가 앉아 있더라...
가까이 갔더니 아빠가 겨우 입을 뗐다.
회사 잘렸다고.
퇴직금으로 투자했다가
그냥 다 날렸다고.
그 순간 진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제 어쩌냐는 생각보다
“이 사람 지금 얼마나 무너졌길래…”
그 생각부터 들었다.
아빠는 “미안하다”만 반복했다.
이틀 굶은 사람처럼 입술 말라있고
손은 덜덜 떨리고
목소리는 막혀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그 ‘미안하다’는 말이
고막에 박히는 게 아니라
내 가슴을 찢더라..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리속을 탕! 하고 치고 들어온 것
지금 메랜 2주년.
세상에서 가장 웃긴 타이밍 같아 보일 수 있는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진짜로 그게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내가 숨도 제대로 안 쉬면서 말했다.
메이플랜드라는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쌀먹이란게 존재한다
지금 2주년 이벤트하고 있는데 지금 해야한다
라고..
말하면서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평소에 하던 설명 톤이 아니라
그냥…
살아보자고 말하는 톤이었다.
아빠는 말이 없었고
눈만 붉게 충혈된 채로 듣기만 했다.
그래서 난 숨도 안 쉬고 설명했다.
보우마스터는 샤프아이즈라는 스킬 설명해주고
꾹 스킬만 누르면 사냥되고
샤프쩔과, 각종 파티 하면서 메소 받는 방법과
이벤트로 경쿠 92장, 펫17일 등
에봄쩔이랑, 망용둥 자리 굴리기
지금 시세면 필요한 템 사고 한 달만 해도 어느 정도 회수 가능하다고
그냥 미친 사람처럼 쉬지 않고 말했다.
아빠 살려야 한다는 느낌에
내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빠는 회사에서 버려진 게 아니라
세상에서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구나.
그걸 붙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못 한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았다.
아빠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아팠다.
그대로 노트북 켜서
계정 만드는 법부터 하나하나 손잡고 알려줬다.
아빠 손 떨리니까
내가 마우스 대신 잡아줬다.
사람 하나가 흔들리는 소리가
진짜로 느껴졌다.
그리고
새벽 5시 12분.
아빠 첫 캐릭 생성.
닉네임 입력창이 떴는데
아빠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춰 있었다.
커서만 덜컥덜컥 깜빡이는데
아빠는 한 글자도 못 치고 있었다.
그 작은 사각형 하나 앞에서
평생을 버틴 사람이
지금은 주저앉을 것처럼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선명해서
진짜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다
아빠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키보드에 손을 얹더니…
하나하나 누르기 시작했다.
진짜 한 글자 칠 때마다
아빠 손가락이 작게 떨렸다.
“양형아빠”
양형이 내 이름이거든..
그 닉네임이
아빠 손으로 완성돼서
저기 모니터 위에 떠 있는 걸 보는 순간
심장 바닥까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저 사람은
회사에서 잘린 게 아니라
아들한테 기대지 않으려고,
아들 이름을 붙여서라도
다시 서보겠다는 마음으로
저걸 입력한 거더라...
앞으로 내 이름에 먹칠을 하지않겠다는 마인드가 눈에 보여서 더 서글펐다
보라커
